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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3월 2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규제개혁 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공인인증서와 액티브엑스 때문에 외국인이 ‘천송이 코트’를 살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이후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3월 2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규제개혁 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공인인증서와 액티브엑스 때문에 외국인이 ‘천송이 코트’를 살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이후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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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에서 '혁신경제'로 이름을 바꿨을 뿐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다만 초기 계획 단계에서 구체적인 실천 단계로 넘어오면서 '창조경제'로 국민이 얻을 수 있는 '혜택'과 치러야 할 '대가'도 좀 더 분명해졌다.

정부는 1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역동적인 혁신경제' 실현 계획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 등 6개 부처가 지난 13일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이은 것으로, 이른바 '창조경제'를 통한 새로운 먹을거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에도 ICT(정보방송기술)와 과학기술, 산업과 금융을 아우르는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중소기업청 등 5개 부처가 협업한 결과물이다.

대체로 새로운 기업이나 산업, 시장 창출을 통한 '경제 활력 제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광역지방자치단체와 대기업을 연계한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 설립 마무리와 대학교수와 연구원 등 고급 기술 창업 5000여 명 양성, 글로벌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 확대, 이른바 '역직구'로 불리는 전자상거래 수출 활성화가 대표적이다. 

'천송이 코트' 덕에 액티브엑스-공인인증서 '퇴출'

눈여겨 볼 대목은 이들 정책 가운데 일부는 국민 생활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온라인 금융거래에서 '액티브엑스'와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 폐지다. 지난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의 '천송이 코트'(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주인공이 입었던 옷으로 중국에서 인기를 끌었다) 발언 이후 이 두 가지는 외국인이 국내 인터넷쇼핑몰을 이용하지 못하게 막는 '대못'으로 낙인이 찍혔다. 덕분에 지난해 카드 결제와 인터넷 쇼핑몰 이용시 의무 사용이 폐지됐고 올해는 은행과 증권사에서도 폐지할 예정이다.

카드사와 결제대행(PG)업체들은 그동안 액티브엑스와 공인인증서를 사용하지 않고 아이디와 비밀번호만으로 카드 결제가 가능한 '간편 결제' 시스템을 개발해왔다. 다만 '보안' 문제를 들어 이용자들이 액티브엑스를 대체할 새로운 범용 보안 프로그램을 사전 설치하게 할 계획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에만 설치할 수 있는 액티브엑스 프로그램들과 달리 크롬, 파이어폭스 등 모든 웹브라우저에 사용할 수 있고 설치할 프로그램 수도 4~5개에서 1개로 줄어드는 장점은 있다. 하지만 액티브엑스처럼 '묻지 마 설치'에 따른 거부감은 피할 수 없다. 실제 일부 은행과 증권사들도 다양한 웹브라우저에서 거래가 가능하지만 액티브엑스를 대체하는 각종 보안 프로그램 설치를 강요하고 있다.

이에 정한근 미래부 인터넷정책관은 지난 14일 광화문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사전 브리핑에서 "간편성을 끌어올려 범용 파일을 개발했지만 사후적인 보안은 철저해야 한다"라면서 "국내 신용카드사들이 오프라인을 통한 카드 부정 사용은 잘 막는데 이를 온라인에 적용하려면 그동안 카드 사용 히스토리를 파악해야 해 시간이 걸린다"라고 밝혔다.

미래창조과학부를 비롯한 5개 정부부처 장·차관들이 14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2015년 대통령 업무보고를 앞두고 '역동적 혁신경제' 추진 계획을 발표학 있다. 왼쪽부터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최양희 미래부 장관, 이기주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미래창조과학부를 비롯한 5개 정부부처 장·차관들이 14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2015년 대통령 업무보고를 앞두고 '역동적 혁신경제' 추진 계획을 발표학 있다. 왼쪽부터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최양희 미래부 장관, 이기주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 미래창조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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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간편 결제 도입을 놓고 편의성을 앞세운 미래부와 보안을 강조하는 금융위간에 이해 상충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금융위와 미래부 간에 큰 의견 차이는 없었고, 있다 하더라도 정책 조정 과정을 통해 조율해 나간다"라면서도 "공인인증서 사용 의무 폐지가 보안을 무시하겠다는 게 아니라 사전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사후적인 점검과 감독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금융회사들이 보안 문제를 소홀히 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결국 국내 IT업계와 중소기업의 오랜 반발에도 꿈쩍도 하지 않았던 액티브엑스와 공인인증서도 퇴출 수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비록 '천송이 코트'로 대변되는 외국인의 '역직구' 활성화에서 출발했지만 결과적으로 대다수 국민들이 '혜택'을 보게 된 경우다.

지상파-종편 광고 시간은 늘리고 '공짜 유료방송'은 단속하고

그렇다고 '혜택'만 있는 건 아니다. 당장 '창조경제'라는 명목으로 우리 국민이 감당해야 할 짐도 적지 않다. KBS 수신료 인상과 방송광고시장 규제 완화가 대표적이다. 우선 정부는 공영방송 재원 확보를 내세워 KBS 수신료를 현재 월 2500원에서 월 4000원으로 1500원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대신 KBS 2TV 광고는 줄어들지만 그만큼 다른 지상파 방송이나 종합편성채널(종편) 광고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또 방송 콘텐츠 투자 재원을 마련한다면서 방송 광고 규제도 대폭 풀기로 했다. 지상파 방송의 경우 프로그램 광고, 토막광고, 자막광고, 시보광고를 각각 나눠 규제했지만 앞으로 유료방송처럼 프로그램 편성시간 당 총량제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상파 방송에도 유료방송처럼 '중간 광고'가 도입될 전망이다.

아울러 현재 스포츠 프로그램에만 허용하던 가상광고를 교양, 오락 프로그램 등으로 확대하고, 유료방송의 가상광고와 간접광고 시간도 현재 전체 방송시간 5%에서 더 늘리기로 했다. 이 역시 종편 등 방송사에 직접적 혜택이 돌아간다. 반면 시청자들은 전체적인 광고 시간이 늘어나고 간접 광고 노출도 늘어 불편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 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유료방송을 같이 쓰면 요금을 할인해주거나 유료 방송을 공짜로 보게 해주는 식의 '결합 상품' 규제는 거꾸로 강화하기로 했다. 불공정행위를 막고 '유료방송'이 제값을 받게 하겠다는 취지지만 통신요금 거품이 꺼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자칫 소비자 편익만 줄어드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이에 이기주 방통위 상임위원은 "결합 판매하는 과정에서 불합리한 계약 조건이라든지 때로는 어느 특정 서비스 상품에 대한 가격이 지나치게 낮다든지 해서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지 않거나 소비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올해 결합판매 시장이 좀 더 건전해지고 경쟁 활성화를 도모하면서 이용자 이익을 더 늘릴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태그:#창조경제, #천송이 코트, #액티브엑스, #공인인증서, #혁신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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