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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기 힘들어 바쁘게 살아오면서도 책을 놓지 않았던 이유는 책에 길이 있다는, 독서로 개인의 운명은 물론 사회도 바꿀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참으로 힘들었던 지난날, 책을 통해 얻은 자신감은 절망을 이겨내는 힘이 되곤 했다.

지난해 둘째가 성인이 됐다. 누구나 다 거치는 성년이지만, 내 아이들의 변화라 특별했다. 대부분의 부모가 그렇듯 무엇이든 최대한 많이 해주고 싶었다. 가난한 내가 그나마 마음껏 해줄 수 있는 것은 늘 책을 가까이하는 어른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 내 아이들도 책을 통해 자신감을 얻기를, 세상을 만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다.

아이들의 성장과 변화는 책 선택을 좌우하곤 했다. 가급적 내 아이들의 문제일 수 있는 것과 관련한 책에 관심이 갔다. 직업 선택이든, 살아가는 데 어떤 도움이 될 지혜와 이성적인 판단이든, 아이들이 꿈꾸는 직업에 도움이 되겠다 싶은 책들을 우선 선택했다. 책 <청년장사꾼>도 그 중 한 권. 주인공들의 열정과 도전 정신을 읽으며 자신들의 잠재된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엄마가 고른 책이다.  

청년장사꾼이 만들어진 지 이제 3년. 앞으로 우리가 어떤 형태의 장사를 더 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살아남아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청년장사꾼은 계속해서 우리의 적응력과 생존력을 시험하며 앞으로 나갈 것이다...'장사 정신'은 뭐든 못 팔 게 없다는 정신이다. 가진 자본도, 기술도, 빽도 없지만 자신을 믿고 부딪쳐보겠다는 정신. 남들은 무모한 일이라고 할지언정 스스로는 포기하거나 타협하지 않는 정신, 이것이 청년 장사꾼이 보여주고 싶은 '장사정신'이다. -<청년장사꾼> '서문'중에서

이 책은 청년장사꾼 창업 주역인 김윤규씨가 장사에 뜻을 두고 대학을 중퇴, 창업 3년 만에 연 매출 20억 원 규모에 이른 청년 장사꾼의 성장 과정을 담은 책이다. 김윤규씨는 자신을 '감자 팔아 장가간 사람'이라고 책에서 소개했다. 신부도 감자 부케를 들었다고 한다.

'감자 팔아 장가간 사람'

 <청년장사꾼> 책표지.
 <청년장사꾼> 책표지.
ⓒ 다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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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무엇이든 팔고 싶다는 뜻과 열정으로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무릎 담요를 판 지 7분 36초 만에 100장을 파는 것으로 자신감을 얻은 그는 창업을 다짐했다. 그 후 군 복무를 마친 2011년 연말 지인 한 사람과 창업을 결심한 뒤 친구 3명과 힘을 보태 창업을 하게 된다.

이 책이 나오기 한 달 전인 2014년 11월 25일, 청년 장사꾼은 6개 매장을 동시에 오픈함으로써 13개 매장을 기록했다. 6개 매장 오픈 이전 연 매출 20억 원이라고 한다. 이들의 공식 창업 날짜는 2012년 1월 1일. 1호점 오픈은 8월. 3년도 안 되는 기간에 이 정도 매출이라면 애당초 큰 자본으로 출발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김윤규씨가 책을 통해 밝히는 창업 자금은 혼자 살던 전셋집을 월세로 돌리며 되돌려 받은 전세금이 전부다. 그럼에도 연 매출 20억 원에 이르는 장사꾼 집단으로 성장한 것. '자금력도 아니라면, 프랜차이즈 사업이겠지'라고 지레짐작하는 사람 또한 있을 것 같은데, 이 책을 먼저 읽은 필자가 대신 대답하자면 "아니다"이다.

어떻게 이런 것들이 가능할까? 더구나 수십 년간 장사를 해왔다는 사람들도 문을 닫기 일쑤인 이 장기 불황에, 장사 경험도 거의 없는 젊은 청년들이 말이다. 

청년장사꾼이 이태원 이슬람 사원 인근에 첫 매장을 오픈한 것은 2012년 8월. 보증금 1천만 원에 월세 40만 원이라 비교적 좋은 조건이었으나, 저렴한 가격(?)에 걸맞게 어지간히 노력하지 않으면 그나마 자본금마저 까먹기 딱 좋은 상황이기도 했다. 워낙 자본이 적은 터라 전문 업체에 인테리어를 맡기면 버거울 수밖에 없는 상황. 창업 멤버 5명이 직접 인테리어를 했다.

인테리어 업체에 맡기는 것과 일할 사람들이 직접 인테리어를 하는 것의 차이는 무척 컸다. 단순히 돈을 얼마나 아끼는 것과 차원이 다른 장점이 많았다. 전문가가 시공하지 않아 세련미나 멋스러움은 떨어질 수 있으나 무엇보다 장사를 직접 하는 사람들의 뜻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용을 아끼고자 직접 인테리어를 하면서 이들은 '끼'를 발산, 좀 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고, 필요한 것 무엇이든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혼자면 힘들지만 함께 하면 쉽다는 합심의 기적도 만들어냈다. 일정한 매출이 유지될 때까지 한 달 내내 일하고도 턱없이 적은 보수를 받아야만 하는 상황에도, 어려운 사람을 먼저 더 많이 챙겨주는 동지애도 싹텄다.

아이들과 함께 청년장사꾼 만나야지

1호점뿐 아니라 2호점, 3호점도 멤버들이 직접 인테리어를 해 문을 열었다. 1호점 이후 모두 없는 자본으로 열다 보니 유동 인구가 적거나, 사람의 접근이 쉽지 않은 2층이거나, 계단이나 화장실이 불편하다거나 하는 좋지 못한 조건들이 꼭 있었다. 하지만 청년장사꾼을 만나면 이 공간들은 어엿한 매장으로 지역에서 입소문 나는 매장이 됐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책 <청년장사꾼> 속에 소개돼있다.

책에는 노점에서 장사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다짐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1호점~7호점까지 각 매장들의 오픈 과정들과 독특한 매장 아이디어, 상표권 때문에 간판까지 모두 바꿔야만 했던 이야기, 별로라는 평가를 받은 맛을 개선하고자 노력한 이야기, 불편한 화장실이나 계단을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부지런함으로 극복한 이야기, 고객들과 친밀감을 높이는 방법 등이 소개됐다. 창업에 뜻을 둔 청년들은 물론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분명 진지하게 읽어볼 필요가 있는 이야기들이다. 

- 각 주제마다 여기저기 장사 노하우, 그 보물들이 박혀있다.
- 카페가 입소문 탄 숨은 공로는 메뉴판.
- 청년장사꾼에 참여하지 못해도 두고두고 써 먹을 아이디어 풍성.
- 인테리어 그 시작은 물부터 뿌리는 것부터.
- 단점은 감추려하지 말고 솔직하게 드러내고, 고객들에게 진정어린 양해를 구한다.
- 손님이 짜다면 짠 거고, 덥다면 더운 거다.


책 <청년장사꾼>을 읽으며 책 여백에 메모한 것 중 일부다.

'청년장사꾼 매장이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데 이왕이면 아이들과 매장을 찾아가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맥주와 열정 감자나 꼬치도 먹으면서, 커피도 마시면서. 책을 통해 낯익은 얼굴들과 청년 장사꾼들의 열정을 만나며 이들의 이야기도 해주고, 책도 권하고. 장사를 하지 않아도 '될 일은 되게 하고 안 될 일도 되게 하는' 이들의 도전 정신과 열정은 살아가는 동안 두고두고 도움이 될 것이니 말이야.'

이 책은 하루 동안 단숨에 읽었다. 가급적 빨리 청년장사꾼의 이야기를 읽어 빨리 내 아이들과 대한민국의 청년들에게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덮은 후 좀 더 욕심이 생겨 미루게 됐다. 그리고 서로 가능한 날짜를 맞추다 보니 매장에 가보지도 못하고, 어느새 한 달이나 지나고 말았다.

3월 중순은 돼야 아이들과 청년장사꾼의 매장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우선 소개한다. 내 아이들 사정으로 어쩔 수 없다 치고, 졸업을 앞두고 앞날을 걱정하고 있을지도 모를 청년 중 누군가에게 눈에 띄어 삶의 길을 여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덧붙이는 글 | <청년장사꾼>(김윤규 / 청년장사꾼) / 다산북스 / 2014-12-22 / 1만 4000원



청년장사꾼 - 자본도, 기술도, 빽도 없지만 우리에겐 장사정신이 있다!

김윤규.청년장사꾼 지음, 다산북스(2014)


#청년장사꾼#창업#열정감자#장사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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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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