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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용표 통일부 장관 내정자.
홍용표 통일부 장관 내정자. ⓒ 청와대 제공

[기사보강 : 18일 오후 1시 45분]

"전혀 뜻밖이다."

홍용표(51) 청와대 통일비서관이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에 통일부의 한 중간 간부는 놀라워했다. 통일부 전반적으로도 비슷한 분위기다.

외교부 출신인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통일부 장관에 유력하다고 알려지면서 "앞으로 통일부는 조용히 가만 있으라는 얘기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던 가운데, 전혀 하마평에 오르지 않았던 홍 비서관이 내정자로 발표됐기 때문이다. 그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장관이 될 경우 1급직위에서 장관으로 수직 상승하는, 유례가 별로 없는 파격의 주인공이 된다. 최근 추세로 보면, 현인택 - 류우익 - 류길재 장관에 이어 연속 네 번째 교수출신 장관이 되는 것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 후보 시절 통일 분야 핵심이던 최대석 교수와 가까워

1964년 서울 출생인 홍 내정자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을 거쳐 들어간 한양대 정외과 교수 시절에는 북한, 남북 관계 등에 대해 주로 강의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로 꼽힌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 출신인 그는 후보 시절 박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분야 핵심 브레인이었다가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 석연치 않은 이유로 물러난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의 연세대학교 정외과 후배이자 매우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학문적으로 그는 대체적으로 "보수적이면서도 비교적 합리적인 성향의 전문가"(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6·15 남북공동선언 재조명 : 이론적 배경과 의미' 기고문(2005년)에서도 6.15선언에 대해 "김대중 정부는 남한의 보다 적극적인 대북접근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자유주의적 접근인 기능주의 및 신기능주의 이론에 기반해 햇볕정책을 추진했고 그 결과 6·15 공동선언이라는 역사적인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고 긍정평가했다.

다만 그는 "자유주의적인 햇볕정책은 대북정책과 관련해 현실주의적 인식과 처방이 쉽게 선호될 수 있는 국내정치·사회적 환경과 한반도 문제에 대해 현실주의적 이익에 입각해 서로 경쟁하는 동북아 국제환경과의 괴리 때문에 정책 실행에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6·15선언의 한계를 짚기도 했다.

한반도신뢰프로세스 입안에 관여... 황병서 총치국장 접촉 등에 참여

최대석 교수, 윤병세 외교장관, 류길재 현 통일부 장관 등과 함께 박 대통령의 대표 대북정책인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만든 홍 내정자는 대선 때 박 대통령 선거대책위원회 '국민행복추진위원회'의 외교통일추진단 멤버로 참여했고, 인수위에서도 외교국방통일분과 실무위원으로 활약했다.

현 정부 출범 뒤 통일비서관을 맡았고, 지난해 2월 김규현 청와대 안보실 1차장이 수석대표로 나선 판문점 남북 고위접촉에서 차석대표로 북한의 원동연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을 접촉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 북한의 황병서 총정치국장, 최룡해 당 비서, 김양건 대남 비서겸 통일전선부장 일행의 인천 방문 때 김관진 안보실장을 비롯한 8명의 남한측 대표 중 한 명으로 이들과 만났다. 현 정부에서 몇 번 안 되는 중요한 대북접촉에 모두 참여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위원장인 통일준비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인사는 "통준위 업무와 관련해서 류길재 통일부 장관보다 그가 더 활발하게 움직여서 '홍용표가 류길재보다 실세'라는 말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현 정권 내부에서는 통일외교안보분야의 핵심인사 중 한 명이지만, 소장 학자인데다 공직 경험도 통일비서관 2년이 전부인 그가 통일부 장관과 통준위 정부측 부위원장을 맡는 것에 대해서는 대북 협상 경험, 리더십, 조직장악, 통일 정책 조정 능력 면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륜과 경험에서 74세 노장 김양건과 맞상대 할 수 있을까 의문"

남북관계를 오랫동안 지켜봐온 한 중견 학자는 "박 대통령이 얼마나 힘을 실어줄지 모르겠으나 아무리 시스템으로 대응한다고 해도 경륜이나 경험 면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74세의 김양건 비서와 맞상대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통일외교안보분야의 한 전직 고위관계자도 "통일부가 작은 조직이라 해도, 홍 내정자가 현재 통일부의 실국장급 연배이고 상대적으로 경력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조직을 장악해 리더십을 발휘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라며 "통준위 정부 부위원장으로서 다른 부처와의 정책조정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느냐의 문제도 있다"라고 말했다.

통일관련 학과의 한 교수는 "홍 내정자 개인은 괜찮은 인물이라 해도, 장관 교체를 통한 대북 메시지나 세대교체, 경륜 같은 것들 중에 어떤 콘셉트를 갖고 한 인사인지가 분명하지 않아 보인다"면서 "다만 정치인 출신이 장관을 맡을 경우 뭔가 시도해 보려고 할 것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의 청와대 참모를 보낸 것 같은데, 이는 통일부 장관 인사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홍 내정자는 내정 발표 이후 "앞으로 통일부 장관으로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과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한편 홍 내정자는 이번에 물러나는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의 처남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서 장관이 물러나지 않았을 경우 국무회의에 처남-매부가 함께 참석하는 진풍경이 벌어질 뻔했다.

지난해 개각 때에도 홍 내정자가 통일부 장관 후보로 거론됐지만 두 사람이 함께 내각에 있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는 뒷얘기도 나온다. 홍 후보자의 부친은 코리아타임스 편집국장, <한국일보> 이사를 지낸 홍순일씨다.


#홍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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