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가까운 작은 연못에도옛 몸이 새 몸을 입느라 분주하다- 이상옥의 디카시 <봄날>봄날이 경이롭다. 도처에 새 생명이 움튼다. 도대체 이런 현상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올 봄은 더욱 특별하다. 나도 드디어 할아버지가 된 것이다. 외손자를 보았다. 봄날에 소중한 새 생명을 얻는 축복을 받은 것이다.
새 생명을 얻는 축복지난 토요일 딸아이의 출산 소식을 듣고, 그날은 <디카시가 있는 인문학 이야기> 행사가 있어 즉시, 가보지 못하고 다음날 강원도 속초까지 왕복 13시간 가량 운전하며 외손자를 보고 왔다. 손자를 보았다 것은 이제 노년기로 접어든다는 것이고, 내 몸은 점점 퇴락한다는 것이기도 하여서, 마냥 신나는 일은 아닐 것 같은데, 그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행복이 가슴 속에 가득 차는 느낌이었다.
어느 새 아버지에서 할아버지로 또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다. 생명은 딸에게로, 또 손자에게로 계속 이어져 간다.
생명은 정말 힘이 세다. 봄은 죽은 것 같은 몸을 새로 일으켜 세운다. 시골집 연못에 수초들이 이제 막 새 싹을 본격적으로 돋우기 시작한다. 겨울 내내 죽은 것처럼 시들은 줄기들을 드리우고 침묵하더니, 부활절이 가까운 봄날 옛 몸은 새 몸을 입고 쑥쑥 자라난다.
두 해 전 시골집으로 거쳐를 옮겨 마당에 연못을 파고 수초를 심고 금붕어도 키우고 있다. 시골집 연못에 찾아온 두 번째 봄은 힘이 더 세진 것 같다. 수초가 지난해보다 더 싱싱하다. 금붕어 또한 몸집이 불었다.
인간의 삶 또한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아 봄은 옛 몸이 새 몸을 입는 계절이다. 생명은 여름에 더욱 생장을 하고, 가을에 결실을 거두고 겨울에는 또 죽은 듯이 침묵하겠지만, 새 봄이 오면 생명은 더 힘이 세진 모습으로 자태를 드러내는 것이다.
봄날 작은 연못의 수초를 보며, 인간의 삶 또한 1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생명의 사이클을 영원히 이어가는 것임을 체감한다.
덧붙이는 글 |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이제는 채호석 교수가 쓴 <청소년을 위한 한국현대문학사>(두리미디어, 2009)에 새로운 시문학의 한 장르로 소개되어 있을 만큼 대중화되었다. 디카시는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날시)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순간 소통을 지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