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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뿐인 목숨과 맞바꾼 진실마저 외면하고, 오리발 모르쇠로 일관하는 위정자들의 양심에 서산 장학 재단 이름으로 준엄한 경종을 울립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장례 4일 차를 맞고 있는 가운데 고인의 장학 사업을 주도해 온 서산장학재단이 입장을 발표하며 진실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12일 오후 3시 10분께 김평산 부 이사장 등 20여 명의 서산장학재단 임원진은 성 전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산의료원 상례원에 마련된 기자실에서 관련 입장을 발표했다. 애초 빈소가 마련된 지난 8일 오후 2시 장례위원회 명의로 검찰의 강압 표적 수사를 규탄하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으나, 향후 또 다른 탄압을 우려한 유가족의 반대로 취소됐다. 이에 12일 서산장학재단 임원들은 긴급 회동을 열고 유족의 입장을 반영해 규탄 수위 낮춰 입장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서산장학재단은 입장 발표를 통해 "고인을 부도덕한 오명의 낙인을 찍으려한 의도가 있었는지? 또 누구에 의해서, 어떻게 고인이 표적이 됐는지 우리 서산장학재단 가족 모두는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얼마나 억울하고 분통했으면 눈물로 결백을 호소하는 기자 회견을 하고 바로 다음날 스스로 목숨을 던졌겠나, 고 성완종 이사장이 이렇게 억울함을 호소할 때 누구 하나 귀를 기울여 준 사람 있었나"라며 "고인의 숭고한 삶의 가치를 하루 아침에 산산조각 내고 죽음으로 몰고 간 책임을 누군가는 반드시 져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아래는 서산장학재단의 입장 전문이다.

 김평산 서산장학재단 부이사장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평산 서산장학재단 부이사장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신문웅

"누군가는 반드시 책임져야"

성완종 이사장님 장례를 치르는 우리의 입장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그리고 사랑하는 서산·태안의 주민 여러분!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듯한 놀라움과 슬픔 속에서 고 성완종 이사장의 장례를 치르는 우리 서산장학재단 가족 모두는 지금도 믿기지 않는 참담한 심정으로 진실을 위한 기도의 마음을 전하고자 합니다.

고 성완종 이사장님께서는 모진 가난을 극복하고 자수성가하여 대기업을 일궈낸 입지전적의 인물로 서산·태안의 자랑이었으며 많은 이의 표상이셨습니다. 큰 기업의 회장이면서도 언제나 자신을 경계하며 서민처럼 살기를 원했고, 올곧은 삶을 실천해온 진정한 우리의 이웃이요, 벗이었습니다.

지긋지긋한 배고픔의 굴레에서 흘렸던 눈물과 그 고통을 후진들에겐 물려주지 않기 위해 1990년 어머니의 뜻을 받들어 서산장학재단을 설립해 26년간 300억 원이 넘는 기금을 마련하고 장학금을 줌으로써 불우한 청소년들이 배움과 희망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해주신 값진 삶을 살아오셨습니다.

살아 생전 호의호식을 멀리하고 땀방울의 결실로 매년 장학 기금을 출연하는 보람이 곧 고 성완종 이사장님의 삶의 전부였습니다. 소나무처럼 푸른 삶을 살기를 원했고, 떳떳하게 기업을 운영해 번 돈으로 장학금을 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고인의 평소 철학이셨습니다.

그러한 분을 법을 어기고 부를 채우려 했다는 파렴치범으로 누명을 씌우려 했으니 참으로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자신의 이름으로 땅 한 평, 개인 통장 하나 없었던 검소한 인생길을 걸어온 고인을 부도덕한 오명의 낙인을 찍으려 한 의도가 있었는지? 또 누구에 의해서, 어떻게 고인이 표적이 되었는지 우리 서산장학재단 가족 모두는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얼마나 억울하고 분통했으면 눈물로 결백을 호소하는 기자 회견을 하고 바로 다음날 스스로 목숨을 던졌겠습니까? 고 성완종 이사장이 이렇게 억울함을 호소할 때 누구 하나 귀를 기울여준 사람 있습니까?

장학금을 준 2만 5천여 명의 꿈나무에게 바른길을 가도록 희망의 길을 열어주고자 했던 고인의 숭고한 삶의 가치를 하루 아침에 산산조각 내고 죽음으로 몰고 간 책임을 누군가는 반드시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뿐인 목숨과 맞바꾼 진실마저 외면하고 오리발, 모르쇠로 일관하는 위정자들의 양심에 서산장학재단 이름으로 준엄한 경종을 울립니다. 우리는 고결한 인생의 여정을 걸어온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해주시기를 다시 한 번 눈물로 호소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굳은 의지로 우리 모두를 보듬어 주신 고 성완종 이사장님께 고합니다. 당신의 유지를 받들어 더 힘을 모아 서산장학재단 설립 취지를 영원히 이어 가겠습니다.

부디 편히 영면 하소서

서산장학재단 가족 일동


#성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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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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