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이완구 국무총리가 총리실 관계자의 보고를 받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 남소연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2013년 4월 충남 부여·청양 재선거 당시 이완구 국무총리에게 3000만 원의 선거 자금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 총리는 숨진 성 전 회장 주머니에서 발견된 메모지 속 8명의 정치인 중 자신은 금액 없이 이름만 적혀 있는 점을 강조하며 "(성 전 회장과 경남기업으로부터) 정치인으로서 후원금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4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지난 9일 숨지기 전 <경향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부가) 개혁을 하고 사정을 한다고 하는데 이완구 같은 사람이 사정 대상 1호"이라며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성 전 회장은 이 인터뷰에서 "보궐선거 한다면 (이 총리는) 머리도 크신 분이고 아무한테나 처신할 수 없고 그렇잖아요, 나는 성심성의껏 했다"라며 "다 이렇게 인간 관계를 형성해서 무슨 조건이 있고, 그런 게 아니고 회사 돈 빌려다가 이렇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총리가 당시 회계 처리를 했느냐"는 질문에 "뭘 처리해요, 꿀꺽 먹었지"라고 밝혔다. 즉, 이 총리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수사 및 기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치자금법 상 공소시효는 7년이다.
이 총리에게 돈을 건네줬다는 성 전 회장의 주장이 나온 만큼 "직책을 내려놓으라"는 야권의 요구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지난 13일 대정부질문 당시 정청래 새정치연합 의원의 '직무 정지' 요구에 "한 나라의 총리에게 메모에 연유도 모르는 이름이 있다는 것만으로 이렇게 하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라고 항변했다.
"그 양반은 너무 욕심이 많다, 너무 남들을 이용해서 하면 안 되는데"
▲지난 2013년 4·24 충남 부여·청양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당선된 이완구 당선자가 24일 충남 부여군 부여읍 구교리 선거사무소에서 지지자로부터 꽃다발을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 연합뉴스
한편, 성 전 회장은 경남기업과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이 총리와 청와대의 '작품'이라며 이 총리에 대한 실망감을 강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자원외교 비리 수사 관련 경남기업에게 초점이 맞춰진 것에 대해 "그거(경남기업을 표적수사하는 이유)는 제가 볼 때는 다 제가 얘기한 게 아니라 이완구 작품이다, 이완구와 청와대 작품이다 이렇게 얘기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완구 총리와 사이가 나빠질 계기가 있었나"라는 질문에 "뻔히 보면 그 양반(이 총리)은 너무 욕심이 많아요, 자기 욕심이"라며 "너무 남들을 이용해서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 그렇게 이용해서 사람을 많이 죽이고 그러네요"라고 말했다.
"이 총리가 '성완종 죽이기' 마음을 품었다고 보는 것이죠"라고 재차 물었을 때도 "그렇죠, 그래서 저는 진짜 박근혜 대통령에게 너무 실망을 했고, 나 같은 사람이 앞으로 계속 나오지 않겠나, 희생되는 사람이 나 하나로 끝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이런 사람이 저 하나겠나, 기업인들이 저 하나겠나"라며 "이렇게 하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성 전 회장은 많은 정치인에게 호의를 베풀었는데 억울하게 당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도 펼쳤다.
그는 "지금까지 여권 인사들에게 성의 베푼 것은 많은 것이죠"란 질문에도 "네, 제가 일일이 (도움 준 사람이) 많은 것"이라며 "저 같은 사람 수사한다고 하면 대통령 재가 없이 할 수 있습니까"라고 반문했다.
또 "솔직히 청와대하고 이완구하고 짝짜꿍해서 하는 것 아니냐"라며 "내가 무슨 대가를 바라고 출세를 바라고 했으면 왜 이런 말을 하겠나, 조건 없이 형편에 닿는 것 안에서 돕고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 편집｜조혜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