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세월호 1주기 대전 추모제가 열리는 서대전시민공원을 찾았다. 있을 수 없는 참변에 대한 슬픔 때문인지, 하늘에서도 구슬픈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자원봉사자가 달아 주는 노란 리본을 가슴에 꽂고 합동분향소에 섰다. 하얀 국화꽃을 내려놓으면서 미뤘던 비통함이 다시금 진도 앞바다의 그 험한 격랑 이상으로 솟아올랐다.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무조건 미안했다.
하늘만큼 땅만큼 송구스럽기 그지없었다. 세월호 참변은 명백한 인재였다. 이 참사가 안전불감증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과 무지의 결과였음은 사족의 강조이다. 세월호 참사가 빚어지고 난 뒤 정부는 각종의 대책과 정책들을 마치 백화점식으로 나열하기에 바빴다.
그러나 지금도 각종 후진국형 사건·사고들이 여전히 꼬리를 물고 있다. 혹자가 심지어 "대한민국에서 하루하루를 온전히 생존하고 있다는 건 그야말로 기적"이라고까지 비판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뒤숭숭할 때 터진 성완종 리스트 그리고 거짓말지금도 뒤숭숭한 즈음에 터진 게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와 이를 방어하느라 급급한, 그러나 연일 거짓말로 분주한 이완구 국무총리가 아닐까 싶다. 이른바 '살생부'의 위력을 겸비한 성완종 리스트와는 별도로, 이완구 국무총리가 총리 임명을 받기까지 고군분투했던 지난날을 보자면 그는 사실 국무총리 '감'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가 지금의 영광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건, 내년 총선에서 충청권(대전·세종·충청남북도) 표심을 의식한 국회의원들의 어떤 봐주기가 '한 몫'한 것은 아닐까.
입만 열면 거짓말을 지어내는 사람이 정치인이자 또한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국무총리 자리에 있다. 그 거짓의 상투적 행위는 결국 부메랑의 화살로 되돌아 올 개연성이 농후하다. 이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상식이라 하겠다.
거짓말이라는 건, 그 거짓말을 막기 위하여 또 다른 거짓말을 동원해야 하는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특정 정치인이 거짓말만 하는 사람이란 낙인이 찍히게 되면 차기는커녕 현재의 자리마저 보전하기 어렵다.
세월호 1주기 대전 추모제에서도 느꼈듯, 우리나라 정치는 여전히 국민적 감정과는 반대로 가고 있다. 거짓말로 일관하는 사람은 금세 '왕따'가 되기 십상이다.
모름지기 정치인이라고 한다면 정직에 더하여 대중의 마음까지 움직여야 하는 것 아닐까? 금세 드러날 것을, 거짓말을 동원하여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이완구 국무총리의 편협이 참으로 보기 딱한 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