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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선 함양군 개표 과정에서, 한 검열 위원이 자리를 비운 다른 위원의 도장을 대신 찍는 장면이 함양선거관리위원회(아래 함양선관위)가 최근 공개한 영상으로 확인됐다.

기자는 정보공개청구와 행정심판을 거쳐 전국 20여 곳 선관위 대선 개표 영상을 지난주 확보해 이완규 시민기자와 공유했다. 그는 함양의 개표영상을 살펴보다가 자리를 비운 검열위원의 도장을 다른 위원들이 계속 번갈아 대리 날인하는 장면을 발견했다. 영상에는 한 위원이 남의 것까지 모두 세 개의 도장을 찍는 모습도 담겨 있다. 위원 한 사람은 개회 선언 이후 줄곧 자리를 비운 채 나타나지 않는다.

중앙선관위 "선관위 공정성 의심 받아 마음 아프다"

개표상황표 함양군 대선 개표상황표
▲ 개표상황표 함양군 대선 개표상황표
ⓒ 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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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함양의 모든 대선 개표상황표에는 8명 위원의 도장이 모두 날인돼 있다.

공직선거 개표의 진행 절차에 의하면 검열위원들은 투표지 바구니와 개표상황표를 심사집계부에서 넘겨받는다. 후보자별 득표수와 무효표, 혼표 등을 검열(검사하여 열람)한 뒤 이상이 없으면 개표상황표에 '서명 또는 날인'한다. 곧이어 선관위 위원장이 투표지와 개표상황표 등을 마지막으로 검열하고 후보자별 득표수 결과를 최종 공표하면 개표 결과가 확정된다.

검열위원은 위원장까지 모두 8명으로 구성되며, 그 중 2명은 각 정당 추천위원이다. 나머지는 해당 선관위가 위촉한 민간위원들이다. 위원들이 개표결과의 이상 유무를 검열한 뒤 개표상황표에 서명 및 날인하면 위원장의 최종 공표만 남는다. 그만큼 이들의 역할은 중요하다. 개표 결과가 확정돼 법률적 효력이 발생하기 바로 전단계인데다, 개표의 공정성을 위한 민간위원들의 검열 절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함양의 대선 개표과정에서 한 위원이 대리 날인한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함양선관위의 개표관리의 공정성이 훼손되고 말았다. 중앙선관위 선거과 관계자는 이 사안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리 날인을 해선 안 되지만, 일부 대리 날인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투표구의 개표결과가 무효가 되진 않을 것"이라며 "관련 판례가 있는지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관계자는 이어 "선관위 위원이 대리 날인을 하거나 맡은 검열을 제대로 하지 않음으로써 선관위의 공정성이 의심받게 돼 마음 아프다"면서 "위원들이 보다 실효성 있는 역할을 하도록 현재 법률 개정을 추진 중이다"고 밝혔다.

한편 현행 형법 제21장 인장에 관한 죄 239조(사인 등의 위조, 부정사용)는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행사할 목적으로 타인의 인장, 서명, 기명 또는 기호를 위조 또는 부정사용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함양선관위#검열위원#개표상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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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solsam.zio.to)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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