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늦은 길을 걸어서 지친 하루를 되돌아오면 언제나 나를 맞는 깊은 어둠과 고요히 잠든 가족들..."세월호 참사 이후 '가족'은 아픔을 상징하는 낱말이 돼버렸다. 가수 이승환씨가 지난 1997년에 발표한 노래 <가족>을 다시 부른 영상이 지금 호응을 얻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갓 넘긴 지난 4월 22일, 페이스북에 공개된 뮤직비디오 한편이 누리꾼 사이에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
이 영상은 드럼과 건반을 옮기며 분주하게 공연을 준비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동시에 화면 가운데에는 "우리는 안산에 살고 있습니다, 차가운 바다만큼이나 깊어진 아픔, 안산의 아픔을 기억하며 고민하던 어느 날, 우리는 깨달았습니다"라고 쓴 노란색 자막이 뜬다.
곧이어 앳된 얼굴의 20대 여성이 이승환의 <가족>을 읊조리듯 부른다. 그러자 저절로 눈이 감길 만큼 먹먹해진다. '안산'과 '차가운 바다' 뒤에 따라 나온 '가족'이라는 단어가 무겁게 다가와서다.
"잊자는 사람도, 잊지 말자는 사람도, 모두 치유하고 싶다"해당 영상은 안산사람들이 만들었다. 제작은 이 지역 문화기획 회사인 '굿붐스퀘어'가 맡았고, 영상에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안산의 한 교회 찬양사역자인 백다나(26·여)씨다. 그 뒤에서 연주를 맡은 20대 청년들도 모두 안산에서 활동하는 음악인이다.
이들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점점 깊어져 가는 '안산의 아픔'을 가족이라는 단어로 치유하고자 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고, 같은 공간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늘었지만 가족을 향한 마음은 누구나 똑같다고 믿기 때문이다.
해당 영상은 7일 현재 페이스북에서만 600여 차례 공유됐다. 그 중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원곡을 부른 가수 이승환씨도 포함됐다. 박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영상을 공유하며 "가족이라는 두 글자가 오래 남습니다, 아픔도 치유도 가족으로부터 시작됩니다"고 남겼다. 가수 이승환씨도 "좋은 취지의, 공익에 부합하는 비영리 제작물에 대한 제 저작권은 항시 무상으로 열려있다"며 응원했다.
큰사진보기
|
▲ 가수 이승환씨가 지난 2003년에 발표한 노래 <가족>을 다시 부른 영상이 SNS에서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
ⓒ 이승환 페이스북 |
관련사진보기 |
영상 제작을 총괄한 김직성(29) 굿붐스퀘어 프로젝트 디렉터는 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1년 전 안산이 겪은 큰 아픔을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방향으로 풀어낼지 고민하던 중 '가족'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며 "이제는 지겹다는 사람도, 어떻게 잊을 수가 있느냐는 사람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키워드가 바로 가족이라고 생각했다"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시작은 세월호 참사였으나, 그것만 이야기 하고 싶은 건 아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합동분향소가 있는 화랑유원지가 아니라 안산문화광장에서 촬영을 한 이유도 그 연장선상이다.
김 프로젝트 디렉터는 "안산하면 딱 떠오르는 장소인 안산문화광장에서 가족에 대해 이야기 함으로써 세월호 참사를 넘어선 안산의 다양한 아픔을 치유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