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 세계에 빠지다나는 중2 때부터 지금까지 나만의 세계, 내면 세계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내면 세계에 빠지게 된 이유는 나도 모른다. 어느 순간부터 빠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는 다양한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또한 생각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단순히 주어진 것에 대해서만 생각하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해 계속 생각해 결론을 내리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런 방식으로 나는 전과 달리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때 내가 생각했던 것들로는 '진로'로 시작해서 '인간', '감정', '정의' 등이 있다. 나는 그중 '인간'에 대하여 집중했다. '인간'에 대해 생각할 때, 나는 친구들을 나의 연구, 조사, 관찰 대상, 정보로 보았고 친구들의 말과 행동을 자세히 관찰해 항목별로 정리했다.
그런데 이 생각을 하면 할수록 나는 바깥세계에 대하여 흥미를 잃어갔고 우리가 나누는 대화들이 쓸데없음을 느꼈다. 이때 나는 아빠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아빠, 내 눈이 썩는 것 같다. 생각을 할수록 알아갈 수록 내 눈이 썩는 것 같다. 눈을 떠야할까?" 나는 현실을 부정했고 도피를 원했다.
그때의 생각을 살짝 보여주겠다. "과연 내가 살아가는 세계는 현실일까? 이 모든 것이 누군가의 꿈속이고 거짓, 허구는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이런 세계에서 감정을 느껴야 할까? 느낀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어쨌든 그렇게 현실을 부정하면서 2학년 시기를 보냈다. 그러던 중 축제 무렵에 한 아이로부터 새로운 눈을 이식 받아 바깥 세계로 눈을 다시 뜨게 되었으며, 그동안의 파일들을 다 지우게 되었다. 그리고 딱 한 문장만 남겨두었다.
"이상적 인간: 재밌는 아이: (생략)" 그렇게 나의 내면 세계는 끝이 났다. 하지만 3학년에 들어서 '쇼펜하우어'와 '니체'(철학), '데미안'(문학)을 읽고 나서 다시 그곳에 빠지게 되었다. '고통'이라는 주제로 말이다. 이렇게 나의 세계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렇게 생각을 계속하다 보면 분명 나에게 무언가를 보고 나만의 관점으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줄 것이다. 하지만 내 시각이 조금씩 부정적, 비판적으로 바뀌면서 언젠가는 사회에 반하는 행동을 하게 만들 것이다. 그러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고 눈을 똑바로 뜨는 연습을 해야 된다고 본다. '거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상, 나의 머리는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볼 테니 말이다.
자연 세계에 빠지다나는 중2 때, 아빠가 산채해 온 '산반'의 무늬에 매료된 후부터 '자연'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춘란에 대해 자세히 공부했고, 직접 산채도 다녔다. 그리고 홀로 거리를 걸어보면서 바람을 느꼈다. 때로는 거리에 앉아 조용히 눈을 감고 노래를 듣기도 하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직까지 거리에 누워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눕는 행위, 그것이야 말로 자연과 가장 가까워지는 행위일 텐데 말이다. 언젠가 한 번 누워봤으면 한다.
이건 단지 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는데 자연 속에서 지내다 보면 저절로 현재 나의 모습, 나의 위치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주변 사물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되는 것 같다. 즉, 자연 세계가 자신의 내면세계로 들어가는 또 다른 입구라는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내면세계와 함께 자연세계도 계속 진행 중이다.
이 경험이 나에게 작은 것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법을 알려줄 것이다. 반면, 내면 세계의 결과물로 사회에 대해 반감이 커지면 자연으로 도망칠 것 같다.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면 우선 나 자신의 세계를 잘 다스려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