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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음림에 들어가는 주민
방음림에 들어가는 주민 ⓒ 김민규

지난 29일 한 아주머니가 멀쩡한 인도를 두고 방음림으로 들어갔다. 또 횡단보도를 건넌 다른 아주머니 역시 인도 대신 방음림 속으로 들어갔다. 이처럼 멀쩡한 인도를 놔두고 울퉁불퉁한 언덕을 오르는 이유는 더운 날씨에 햇빛을 피하기 위함이다. 시끄러운 도로 소음을 줄이기 위해 조성된 방음림이 주민들의 산책 코스로도 이용된다면 일석이조일 수도 있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1990년대 후반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과 천천동 일대에 조성된 정자택지지구는 큰 길가 옆에 방음림이 조성됐다. 방음벽에 비해 방음림은 소음 저감 효과가 크게 도시 미관을 개선한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택지지구 개발단계에서 조성된 정자지구 일대 방음림도 10여 년의 세월이 지나자 제법 도시숲처럼 울창해졌다. 하지만 방음림 안으로 들어가보니 밖에서 보던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황폐화된 방음림

 정상부가 황폐화된 방음림
정상부가 황폐화된 방음림 ⓒ 김민규

수원시는 2년 전부터 정자지구 일대 방음림이 빗물에 씻겨 내려와 보행로를 흙에 뒤범벅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녹화작업을 실시했다. 녹화작업이 진행된 후 비가 내려도 방음림에서 흙이 씻겨 내려오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고 더욱 푸르게 보이는 효과도 있었다. 하지만 방음림 내부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방음림 정상부는 나무뿌리를 드러낸 채 황폐화되어 있었다. 이미 오랫동안 황폐화된 상태였는지 방음림 정상부는 고운 흙이 아닌 뭉쳐지지 않는 모래였다. 당연히 이런 모래에서는 녹초 하나 자랄 수 없는 환경이었다. 이는 오랫동안 사람들이 통행로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음린 정상부는 나무뿌리가 곳곳에서 드러나 있었고 시설물도 매립되어 있어 통행로로 이용하기에는 부적합하고 위험해 보였다.

통행 위해 계단까지 설치

 수원의료원 옆에 설치된 계단
수원의료원 옆에 설치된 계단 ⓒ 김민규

정자동 대평로 일대 방음림은 사실상 또 하나의 산책로처럼 이용되고 있다. 경기도립 수원의료원과 장안고등학교는 아예 통행하기 쉽도록 계단까지 설치했다. 경기도립 수원의료원은 장례식장 옆에 계단을 설치했고, 장안고등학교는 버스정류장 옆에 계단을 설치하고 쪽문까지 만들어 통학로로 만들었다. 문제는 설치된 계단만 이용하면 상관없는데 방음림 전체가 통학로나 병원 장례식장 이용자들의 공간이 된 것이다.

방음림을 통행하는 것에 대해 지역 주민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한 주민은 "멀리 산에 가지 않아도 작은 산처럼 느껴져 운동하기에 좋다"며 "굳이 주민들의 통행을 막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에 다른 주민은 "방음림 언덕에 올라가보면 상당히 경사가 있다"며 "안전상 통행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쓰레기에 사생활 침해까지

 담배꽁초가 넘쳐나는 방음림
담배꽁초가 넘쳐나는 방음림 ⓒ 김민규

사람들의 통행이 많아진 만큼 방음림 내부는 어떻게 변했을까? 수원의료원 주변 방음림에는 수십 개비의 담배꽁초가 있었다. 또 장례식장 이용객이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술병도 보였다. 병원 측에서는 계단까지 설치해서 병원 이용객들이 통행하게 한 만큼 환경정화 및 계도가 필요해보였다.

방음림 통행은 사생활 침해 문제까지 확대됐다. 방음림 언덕에 올라가면 아파트 2~3층 내부가 그대로 훤히 보인다. 일부 주민들은 "거실에서 밖에 걷는 사람과 눈을 마주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방음림의 통행로화로 정상부 황폐화에 쓰레기 투기, 사생활 침해까지 확대된 이상 그대로 두면 안 된다. 양성화해서 관리가 되는 가운데 주민들의 통행을 허용하거나, 환경 보호를 위해 제한하는 시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e수원뉴스에 게재된 글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수원#방음림#황폐화#녹지#도시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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