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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을 맞으며 석공을 배웠다.정말 배고픈 시절도 있었다. 카메라 하나 달랑 들고 일본을 누볐다. 한국에 없는 불상의 모습과 장승의 모습을 찍기 위해서 였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백제 문화'를 전승하고자 자신의 길을 흔들림 없이 지금까지 걸어 왔다.

석공예상감장 명인 청운(靑雲) 배방남(남74세)옹의 이야기이다. 그는 현재 중요문화재 보존협회일반회원으로 등록이 되어 있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5살 때 부친을 따라 한국에 오게 되었고, 18세 부터 부친께 공예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인터뷰 예술혼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청운 배방남(74세)옹
인터뷰예술혼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청운 배방남(74세)옹 ⓒ 이상현

군생활을 마치고 대구를 떠나 1967년쯤 부터  천안(天安)에 거주하면서 전통 공예의 맥을 잇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의 조부는 '석공예'를 부친은 '금속공예'를 했고.부친의 친구 또한 유명한 석공이었다고 한다. 그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공예일을 배우게 된것이다.배우면 배울 수록 돌, 나무에 대한 신비감과 백제인들의 정신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이름 석자 대면 왠만한 사람들은 알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초창기에는 누구하나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걸 왜 하냐고 핀잔을 듣기 일쑤였다고 한다. 쌀 살돈이 없어 배고픔에 시달렸고.병마와 싸우기도 많이 했다. 너무 힘들어 자살도 생각해 본적도 있었다. 누군가 그러더라 죽을 용기로 살면 살만한 세상이 될거라고. 배고픈 그 시절을 어떻게 이겨 낼을까? 그의 입을 통해서 들을 수 있었다.

"난 백제의 문화를 널리 전하고 싶어, 그게 지금의 나를 있게 한거야."

민학전가(民學傳家)라는 500여평 남짓한 전시장을 개장한지 몇년이 되었다. '백성이 배우고 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무엇을 배우고 가르치는 곳일까?

"나는 백제의 문화를 전승하는 사람이니까 이곳에 와서 백제인들의 역사를 배우고 널리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름을 지었어."

초창기에는 전시장에 작품들이 많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몇점의 크고,작은 작품들이 놓여 있을 뿐이었다. 지금까지 만든 작품이 대략 2000여점이 넘는다고 했다.박물관에 기증도 하고,배고픔에 작품도 많이 파셨다며, 너털 웃음을 짓고 있지만 혹독한 세월의 흔적이 온 몸에 남아 있었다.
대표작 40년 세월의 결실 -마애불상
대표작40년 세월의 결실 -마애불상 ⓒ 이상현

최근에는 천안시 광덕면 보산원 1리 마을 입구에 16년동안의 숙원 사업이었던, 이순신장군의 '백의종군'을 기념하기 위한 비석을 세웠다. 비석에 글씨를 새기기 위해 8개월 동안 앉아서 일하다 보니 치질때문에  한참을 고생했다고 한다.

자신의 삶을 지극히  덤덤하게 걸어온 그의 예술혼

18세 때부터 석공을 배웠으니 한 평생을 돌,나무와 함께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돌, 나무에 어떤 형체를 만드는 것은 끊임없는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했다.전통문화발전과 계승이라고 하는 것은 한 평생 땀흘리고 인내하는 어떤 이들을 통해서 이루어 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몸이 좋지 않아서 작품활동을 많이 못해."

담배 한개피를 피워 물고 말을 이어갔다.
담배를 지탱하고 있는 검게 그을린 손이 그간의 세월을 가늠할 수있게 했다.

"이제 세개정도 작품을  마무리 하고 그만 해야 할것 같다"고 말하며 말끝을 흐렸다. 강직하던 음성이 조금은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이유를 들어 봤다.

전통공예용 공구 다양한 공구들
전통공예용 공구다양한 공구들 ⓒ 이상현

최근에 충청남도 무형문화재등록 신청을 했는데 안됐다고 긴 한숨을 쉬었다. 내용인즉 2015년도에 초반에 충청남도무형문화재'석공예상감장'부분으로 신청 했는데 부결 된것이다.

제165차 문화재위원회(2015.5.8)심의 결과 '무형문화재 지정의 전통성및 향토성 부족'하다는 설명이었다.

천안시청 문화관광과에 문의후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부터 받은 추천서와  상감기법에 대한 설명과 그 간의 작품을 사진으로 첨부해서 책을 만들어 신청을 했다. 하지만 서류검토과정에서 부결된 것이다. 관련해서 충청남도 문화재 담당과 전화 인터뷰를 시도했다.

"석공예상감장이라는 분야는 없다. 신규종목 타당성 서면검토후 결정한 것이다."

이아무개 문화재담당은 "석공예상감장이라는 종목 자체가 전통 기법이 아니다"라며 "신규종목 타당성을 전문가들이 분석했지만 현대 치공사들이 사용하는 공구를 사용했기 때문에 전통성이 떨어진다고 결정을 했다"고 한다.

그간 가르쳤던  4명의 수제자들이 있었지만, 다 돌려보냈다고 한다. "국가에서 인정해주지 않는데 하면 뭐하겠어"라며 한숨섞인 어조로 말을 했다.
석공예상감 기법 좌측은 대표적인 석재불상작품 우측 상단은 답답한 마음에 시작한 작품
석공예상감 기법좌측은 대표적인 석재불상작품 우측 상단은 답답한 마음에 시작한 작품 ⓒ 이상현

상감(象嵌)이란 금속, 도자기, 나무 등으로 만든 기물(器物)에 홈을 파거나 무늬를 깊이 새긴 뒤, 재료에 따라 그 속에 금·은·구리 등의 금속, 자토(赭土)·백토(白土), 먹감나무 등을 넣어서 무늬를 나타내는 기법을 말한다. 봉박이라고도 부르며, 상안(象眼)·전감(塡嵌) 등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상감은 바탕 재료에 따라 금속 상감, 도자기 상감, 목 상감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한국문화재단 자료제공

위 내용에도 석재에 상감한다는 내용이 있지는 않다. 문화재등록을 하는 담당자들은 서류상으로 문화재관련 업무를 진행하겠지만 새로운 문화재의 가치를 인정하고 신규등록을 할 수있는 방법도 모색해야 할것이다.

관계공무원은 인정하지 못하고 있지만 해당자는 '석공예상감'을 통해 멋진 예술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국가차원에서도 문화재를 발굴하고 보존하기 위해서 문화재보호법을 재정하고 관리하고 있지만 정작 일선에서는 현재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안주해 있는 작금의 실태가 너무 안타까울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외길 인생



#배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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