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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정오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맞은편에서 열린 제1186차 수요시위. 이날 시위는 지난 5일 별세한 위안부 피해자 최금선(90) 할머니를 추모하는 묵념으로 시작했다.
 8일 정오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맞은편에서 열린 제1186차 수요시위. 이날 시위는 지난 5일 별세한 위안부 피해자 최금선(90) 할머니를 추모하는 묵념으로 시작했다.
ⓒ 손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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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이란 긴 시간 동안 피해자 할머니들을 외면해온 한국 정부는 위안부 문제를 단순한 과거로 치부하지 말라…"

이화여대 평화나비 활동가가 제1186차 수요시위 성명서를 읽자, 일본대사관을 바라보고 앉은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87) 할머니가 눈을 질끈 감았다. 직전 "한일 양국의 협상은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대목에서는 어깨를 들썩이며 깊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그의 앞에는 지난 5일에 별세한 또 다른 위안부 피해자 최금선(90) 할머니의 영정이 놓였다.

또 한 명의 위안부 피해자가 떠난 직후인 8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맞은편에서 열린 수요시위는 다소 무거운 분위기였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대학생 동아리 평화나비 주최로 열린 시위는 이날 오전 발인한 최금선 할머니를 추모하는 묵념으로 시작했다.

"우리 대통령은 위안부를 청산의 대상으로만 여겨"

이날 시위에서는 공식 사죄를 거부하는 일본 정부뿐만 한국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도 컸다. 특히 지난달 22일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큰 장애요소인 과거사의 무거운 짐을 화해와 상생의 마음으로 내려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이 질타의 대상이었다.

마이크를 잡은 박은혜(23·여) 서울 평화나비 대표는 "최근 우리 정부가 이 문제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니라 한일 양국 사이 장애물로 취급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런 대통령을 원하지 않으며 문제 해결을 바라는 소망이 대통령의 귀에 들어가는 날까지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 가겠다"고 밝혔다.

대학생 이수정(21·여)씨도 "지난 6월 이후 피해자 네 분이 떠나는 사이에 일본 정부는 과거사를 덮기에 급급했고, 우리 대통령 또한 위안부 문제를 청산의 대상으로 여겼다"며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이 상황을 바꾸기 위해 행동하고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또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인용하며 "피해자 할머니들과 역사 앞에 당당해 지고 싶다"고 전했다.

참가자들이 든 피켓에는 일본 정부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를 향한 내용도 눈에 띄었다. 참가자들은 "한일 신뢰를 위해 일본이 할 일은 국가적 책임 인정과 공식 사죄"와 "한일 간 과거사는 허울뿐인 화해와 상생을 위해 내려놓거나 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쓴 피켓을 함께 들었다.

이날 참가자들은 성명을 통해 "역사 문제는 결코 내려놓아야 할 짐이 아니며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세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 ▲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 시도 중단 ▲ 한국 정부의 적극적 해결책 마련 ▲  피해자들의 명예회복 등을 요구했다.

또한 이들은 위안부 기림일 이틀 전인 오는 8월 12일에 '세계연대집회'를 열고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1억 명의 서명을 일본대사관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태그:#박근혜, #아베, #일본, #위안부, #수요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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