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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물굿 여주시 점동면 흔암리에서 펼쳐진 나루굿에서 풍물패 다스름이 판굿을 하고 있다
▲ 풍물굿 여주시 점동면 흔암리에서 펼쳐진 나루굿에서 풍물패 다스름이 판굿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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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토) 한낮의 기온이 36도라고 한다. 사람들은 그저 앉아있어도 등줄기에서 땀이 흐른다고 하는 날, 여주시 점동면 흔암리 옛 나루터가 있던 곳에 풍장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문화체험 공동체 다스름이 주최, 주관을 하고 경기문화재단이 후원하는 '흔암리 나루굿'이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무더위를 이기지 못해 사람들이 축 처지던 날 나루터에서 열린 나루굿. 원래 나루굿이란 음력 정월에 행해지던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던 대동굿이다. 나루란 배가 닿는 곳이며 많은 사람들의 왕래가 잦고, 문물이 이곳을 통해 드나들던 현장이다. 나루가 풍성하고 사람의 왕래가 잦다는 것은 곧 '부(富)'를 의미하기도 했다.

여주시 점동면 흔암리는 '흔암리 선사유적'이 소재한 남한강을 끼고 있는 마을이다. 이곳은 오래전부터 나루가 있었으며, 정월 대보름이 되면 근동 모든 마을에서 참여하는 '흔암리 줄다리기'가 행해지던 곳이기도 하다. 그만큼 강을 따라 발전한 마을이며, 과거 이곳을 통해 해운이 이루어지던 곳이다.

남한강 남한강가에서 열리는 나루굿. 건너편이 강천면 굴암리이다
▲ 남한강 남한강가에서 열리는 나루굿. 건너편이 강천면 굴암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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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터 예전 나루터가 있던 곳에서 열리는 흠암리 나루굿
▲ 나루터 예전 나루터가 있던 곳에서 열리는 흠암리 나루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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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전통을 지키고자 열린 나루굿

그런 나루에서 열리는 나루굿은 사람들의 간절함이 배어 있다. 나루는 상거래의 중심이 되는 곳이기도 하고, 과거 남한강에서 어업에 종사하던 사람들도 이 나루를 통해 갈 길을 택했다. 언제나 나루는 삶의 근원이자 모든 사람들의 생명줄이기도 했다. 그런 나루에 뱃길이 사라지고 풍어를 기원할 어부도 사라졌다.

요즈음 옛 어촌에 들어가면 마을에 젊은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들다고 한다. 마을이 노령화되다보니 전통적으로 전해지던 대동놀이도 함께 맥이 끊긴 것이다. 더구나 예전엔 그래도 남한강에서 물고기를 잡던 사람들이 보였지만 그마저도 보를 막고 나서 하나, 둘 사라져버렸다. 그 많이 잡히던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다는 푸념도 이젠 지쳐가고 있다.

여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화체험 공동체 다스름(대표 김미진)은 이렇게 사라져가는 지역의 전통놀이를 발굴, 재현, 계승시키고자 무던한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과거에 전해지던 이 나루굿을 재현시켜 이 시대에 필요한 공동체를 되살리고, 그 의식을 재해석하고자 연 굿판이 바로 '나루굿'이다.

몸굿 김원주가 자연과 하나되기 위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몸굿 김원주가 자연과 하나되기 위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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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생명 하나'라는 주제로 나루굿 열어

흔암리는 남한강 건너편인 강천면 굴암리와 연결되던 뱃길이다. 이곳에서 배를 타고 강 건너로 가면 바로 강원도로 들어갈 수가 있다. 이곳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 것도 바로 그런 강 길과 내륙의 길이 하나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번 나루굿은 '온 생명 하나'라는 주제로, 인간도 대자연의 일부 일뿐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순리를 되짚고자 마련했단다.

"인간은 어차피 지수화풍(地水火風)으로 이루어진 것이죠. 인간이 다시 지수화풍으로 돌아가는 몸굿을 통해 파헤쳐지고 유린당한 자연에 대해 사과를 하자는 것입니다. 인간은 자연을 너무 괴롭혔습니다. 그 대가가 바로 인간이 자연에게 받는 피해로 나타나는 것이죠. 결국 인간도 대자연의 일부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연과 하나가 되기 위한 몸부림을 하는 것이죠."

이날 다스름의 풍물굿에 이어 몸굿으로 자연과 하나 됨을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벌인 김원주(남, 53세. 북내면 상교리)는 흔암리 나루굿을 할 때마다 자연과 하나, 강과 하나가 되는 몸굿을 펼치고 있다. 북내면 상교리에서 지우재라는 도자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원주는 늘 의식있는 몸굿을 통해 인간들에게 하소연 하고 있다.

김원주 매년 흔암리 나루굿에서 퍼포먼스를 여는 김원주
▲ 김원주 매년 흔암리 나루굿에서 퍼포먼스를 여는 김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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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굿 퍼포먼스를 마치고 자연과 하나됨을 알리는 김원주
▲ 몸굿 퍼포먼스를 마치고 자연과 하나됨을 알리는 김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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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는 정월에 나루굿 열 터

36도는 햇볕에 잠깐만 노출되어도 지치기 쉬운 날씨이다. 그런 날 풍물패 다스름은 이곳 흔암리에서 나루굿을 열었다. 변해가는 남한강, 잃어버린 대동공동체놀이. 그런 것들을 지켜가기 위함이다. 전통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런 전통을 현대라는 허울 좋은 핑계로 저버린 인간들이 자연에 사과하고, 자연과 하나가 되기 위한 몸부림이다.

"내년에는 예전과 같이 정월에 나루굿을 열어야겠어요. 나루굿이 마을의 안녕과 풍어, 뱃길의 안전 등을 목적으로 이루어진 공동체 놀이라면, 어차피 정월에 여는 것이 옳은 것 같아요. 주민들도 원하고 계시고요."

김미진 대표는 더운 여름철보다는 예전 제철인 정월에 여는 것을 고려해보겠다고 한다. 종교적인 이질감을 떠나 모두가 하나 되어 비손과 신명나는 풍물굿으로 하나가 되던 나루굿 현장. 대동풀이를 마치고 난 뒤 텁텁한 막걸리 한 잔이 갈증을 풀어주던 날이다. 무더위도 이길 수 없는 공동체 한마당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블로그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나루굿#흔암리#여주시#풍물패 다스름#점동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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