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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둘 갑작스런 '갑상샘암' 선고와 투병생활로 망가진 몸. 그로 인해 바뀌어버린 삶의 가치와 행복의 조건. "갑상샘암은 암도 아니잖아." 가족조차도 공감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죽음의 문턱에서 깨달았다.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이란 것을. 꿈이 있다면 당장 시작하라! '내일'이면 늦어버릴지도 모른다. - 기자 말

병에 걸리면 결국은 '돈'이 문제다. 건강을 잃게 되면 그 건강을 다시 찾기까지 돈이 많이 들어간다. 따지고 보면 '건강한 게 돈 버는 것'인데 요즘 사람들은 건강을 담보로 위험한 돈벌이를 하고 있다. '건강=돈'이라고 생각한다면 미래에 벌 돈을 미리 당겨 쓰는 '대출'과도 같은 상황이다.

갑상샘암은 보험회사에서도 '소액암'으로 분류된다. 그 이유는 '일반암'에 비해 치사율이 낮은 것도 있지만, 최근 급속도로 발병자가 많아지는 데 대한 보험회사들의 '꼼수'가 아닐까 싶다. 암에 걸리면 TV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온 집안이 풍비박산이 날 정도로 돈이 많이 들어갈 거라고 생각했지만, 나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다행히 한 번에 치료가 잘 되기도 했고, 다른 암들에 비해 예후가 좋아 계속 병원에 누워서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됐다.

그래도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 사는 '월급쟁이'들에게는 부담스러운 돈임에는 틀림없다. 나 같은 경우엔 복지가 잘 적용되는 대기업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치료비에 대한 부담은 하나도 느끼지 않았다. 또한, 병가를 제출하고 쉬는 동안에도 70%의 급여가 나왔기 때문에 생활에 대한 걱정도 없었다.

하지만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다른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치료비 부담은 물론이거니와 회사를 쉬면 급여가 나오지 않으니 수술받고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바로 출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또한, 몸을 생각해 충분히 쉬려고 직장을 그만둬야 했던 사람들도 많았다.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건강보험 적용되는 치료비와 '비급여'로 처리되는 치료비가 거의 5:5 수준이다. 나는 암으로 '중증환자' 적용을 받아 건강보험 적용분의 대부분을 지원받는데도 그렇다. 게다가 교수 '특진비'까지 붙으니 실제로 병원에 지출한 돈이지만 실비 보험에 적용되지 않는 돈이 많다. 항목마다 차이가 있지만 총금액으로 계산해보니 대략 내가 쓴 돈의 60% 정도가 보험회사에서 나온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는 회사에서도 실비 보험과 같은 조건으로 지원금을 받았기 때문에 쓴 돈 대비 20% 정도는 더 벌었다. 어찌 보면 '병 테크'를 한 셈이다. 물론 지원금을 많이 청구하고 병가를 쓰고 쉰 것에 대해 다른 식의 불이익이 있었지만, 당시 들어간 '비용'만 생각하면 돈을 더 번 것만은 확실하다. 하지만 회사 복지시스템을 적용받지 못하는 일반인들은 아픈 것도 서러운데 무조건 '손해 보는 장사'임에 틀림없다.

보험 가입한 지 몇 달 안 되어 '보험 사기'로 의심받았다


보험금 지급내역 가입한 실비보험에서 받은 보험금 내역
보험금 지급내역가입한 실비보험에서 받은 보험금 내역 ⓒ 강상오

19세에 사회에 나와 직장생활을 하면서 번 돈으로 먹고 놀 줄만 알았지 재테크나 보험가입 등을 전혀 하지 않고 살았다. 그러다 25세 즈음 같이 근무하던 친구 어머니의 권유로 'CI보험'에 가입했다. 하지만 3년도 지나지 않아 보험을 해약했다. 당시 월 납부금은 내 급여의 10% 정도였는데 이직을 하게 되고 고정 수입에 문제가 생기면서 매달 쪼들리는 생활에 지친 나는 부담스러운 보험을 해약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내 인생의 첫 번째 보험은 3년 만에 원금도 채 돌려받지 못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몇 년 후 이제는 생활에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고 나이를 먹으니 보험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번엔 비싼 CI보험 대신 값싼 '실비보험'을 가입하기로 했다. 그렇게 보험을 갈아타고 1년이 채 되지 않아 갑상샘암 진단을 받았다.

보험을 가입한 지 몇 달이 되지 않아 암 진단을 받고 보험금을 청구했더니 보험회사에서 보험금 지급 중단 신청을 하고 조사를 나왔다. 내가 암에 걸린 것을 미리 알고 보험에 가입하고 보험금을 타려고 하는 것인지를 확인하겠다고 했다. 물론 보험회사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암을 투병 중인 환자에게 그런 '보험 사기'의 잣대를 들이미는 보험회사에 진절머리가 났다.

내가 만약 재벌들처럼 돈이 많은 사람이었다면 얼마 안 되는 보험금 따위 안 받아도 좋으니 집으로 찾아온 보험회사 직원에게 욕을 해주고 쫓아버렸을 것이다. 회사 방침 대로 일하는 그 회사 직원이 무슨 잘못이 있겠느냐마는 그렇게라도 분풀이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 보험금이 절박한 월급쟁이인지라 보험회사 직원이 내미는 '의료기록 조회 동의서'에 사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 보험금을 청구하면 3일 내 통장으로 입금되어야 하는데 조사를 다 끝내고 3주가량이 지나서야 보험금이 지급되었다. 보험금 지급이 늦어지면 지연에 따른 이자도 함께 지급해야 하는데 보험회사 기준에서 '정당한 사유'가 있었기 때문에 이자는 받을 수 없었다. 분명 내가 고객인데 '갑'이 아니라 '을'이 되었다.

돈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건강관리' 부터

내가 치료를 받으면서 병가를 내고 쉬는 동안 많은 생각의 변화들이 생겼다. 당장 이 우물 안을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역시 이놈의 '돈'이 뭔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언제까지 치료를 계속 받아야 할지 모르는 상황인데 지금 회사에서 받는 '의료비 지원금'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돌아가기 싫은 직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1년을 마음을 '콩밭에 두고' 다녀야 했다.

수술을 받고 방사성 요오드 치료도 받았다. 그 결과 말끔하게 치료가 잘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수술 1년이 지나 받은 초음파 검사에서도 특이사항이 없었다. 이제 병이 재발하여 수술이나 방사성 요오드치료를 다시 받아야 하는 일이 없는 한 병원에 갑작스럽게 큰돈 들어갈 일은 끝이 났다. 그제야 나는 가볍게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꿈을 찾아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다.

나는 병을 얻으면서 느낀 죽음의 공포 덕분에 마음에 변화가 생겼고 제2의 인생을 살기로 마음먹었다. 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기존의 삶에 안주하고 살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루고자 하는 꿈이 있는데 병을 얻고 돈의 압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꿈을 포기하고 살아야 한다면 그 인생이야말로 바로 '죽은 인생'이 아닐까 싶다. 꿈을 이루기 위해 무언가 '사고'를 치고 싶다면 자기 몸부터 챙기고 반드시 건강하기 바란다. 그래야 돈의 압박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진정으로 자신이 하고 싶고 그 일로 인해 웃음이 나고 즐거워지는 일을 해야 한다. 그 일을 해서 가족들이 함께 행복해진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막연히 '그런 일이 어딨어?'라고 생각한다면 아마 평생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눈앞에 있는 허영과 욕심을 내려놓고 가만히 귀 기울여 마음속의 소리를 듣는다면 '행복한 일'을 찾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런 사실을 암이라는 무서운 병을 얻어 죽음의 공포와 싸우면서 깨달았다. 돌이켜보면 '왜 조금 더 빨리 이런 깨달음을 얻지 못했을까' 하고 후회하기도 한다. 하지만 후회만 하고 있을 순 없다.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은 진리다. 앞으로 남은 나의 인생에 어떠한 고난과 역경이 오더라도 행복하게 이겨낼 용기가 있다. 그리고 그 용기는 내가 진정으로 이루고 싶은 '나의 꿈'에서 나온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갑상샘암#보험#돈#직장#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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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콘텐츠 대표 문화기획과 콘텐츠 제작을 주로 하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의 팬이자 히어로 영화 매니아, 자유로운 여행자입니다. <언제나 너일께> <보태준거 있어?> '힙합' 싱글앨범 발매 <오늘 창업했습니다> <나는 고졸사원이다> <갑상선암 투병일기> 저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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