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부산일반노조 부산합동양조 현장위원회 송복남 총무부장과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부산지회 심정보 조합원의 부산시청 앞 광고탑 고공농성이 24일로 100일을 맞았다.
 부산일반노조 부산합동양조 현장위원회 송복남 총무부장과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부산지회 심정보 조합원의 부산시청 앞 광고탑 고공농성이 24일로 100일을 맞았다.
ⓒ 정민규

관련사진보기


내리쬐는 햇볕을 그대로 받아내고 있는 지상 10여 미터 위 광고탑 안은 들어온 열기를 뱉어내지 않는 찜통이다. 한 평 남짓한 그 공간. 허리를 채 다 펼 수 없는 이곳에서 2명의 사내가 100일을 견뎠다.

신화 속에서 곰은 동굴 안에서 이 시간을 견뎌 사람이 됐지만 이들은 여전히 "우리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를 외치고 있다. 외침에 대한 세상의 메아리는 아직 작다.

지역의 대표적 막걸리 브랜드인 '생탁'을 생산하는 부산합동양조의 일반노조 현장위원회 총무부장인 송복남(54)씨과 택시노동자인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한남교통분회의 심정보(52)씨가 함께 벼랑에 선 것은 세월호 참사가 1년을 맞았던 지난 4월 16일이었다.

그때만 해도 2명의 노동자는 추위와 맞서야 했다. 계절이 바뀌어 지금은 더위와 폭우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하지만 찌는 듯한 더위도, 구석구석 새는 비를 피해 웅크리고 쪽잠을 자야 하는 현실보다도 힘든 것은 세상이다. 농성 100일을 맞은 24일 기자와 휴대전화를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눈 송씨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사측과 다수 노조의 싸늘한 반응... 정치권·부산시 중재 관건

 부산일반노조 부산합동양조 현장위원회 송복남 총무부장과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부산지회 심정보 조합원의 부산시청 앞 고공농성이 24일로 100일을 맞았다.
 부산일반노조 부산합동양조 현장위원회 송복남 총무부장과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부산지회 심정보 조합원의 부산시청 앞 고공농성이 24일로 100일을 맞았다.
ⓒ 정민규

관련사진보기


"모든 것이 힘들어요. 그런데 우리가 지금 하는 이 행동이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문제점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어요. 그 힘으로 몸과 정신이 괴롭지만 견디는 거죠. 그런데 나도 사람이고, 사장도 사람인데. 우리가 법에 없는 걸 해달라는 것도 아닌데, 왜 세상은 힘 있고 돈 있는 사람들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는 거죠?"

송씨의 물음에 기자도 답을 할 수 없었다. 나라는 노동자들의 집회와 농성에는 소음 규정과 집시법을 가지고 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햇볕을 피할 가림막을 올려달라는 부탁에도 며칠을 끌던 경찰은 그마저 싹둑 잘라 올려보냈다. 반면 노동자들이 노동법 위반으로 고발한 회사 대표들은 대부분 서면 조사가 고작이었다.

법인택시에 전액관리제를 도입하고 부가세 경감분을 환수하라는 것과 복수노조를 인정하고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라는 두 사람의 요구에 대한 답도 아직 없다. 회사와 다수 노조까지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과 부산시가 나서고 있다는 것은 그나마 긍정적인 신호이다.

송씨는 더딘 상황을 답답해하면서도 "쉽게 내려갈 생각이면 올라오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대로변의 내달리는 차량의 진동에 힘들다가도 밑에서 우리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박수와 팔뚝질 진동에 힘들 얻는다"고 말했다. 이날도 아래에선 이들을 위한 고공농성 100일 차 투쟁 문화제가 열린다.


#고공농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