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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 고양시장이 <울보시장>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성 고양시장이 <울보시장>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고양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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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기 때문이다. 이 사람이, 울려면 혼자 울지 왜 남의 눈물샘까지 자극하는 거야. 이렇게 투덜거리는 건 원망이 아니라 공감했기 때문이다. 최성 고양시장이 <울보시장> 개정증보판을 출간하면서 공개한 다큐멘터리 동영상을 본 소감이다.

최성 고양시장이 지난 2013년에 출간한 <울보시장> 개정증보판을 내놨다. 개정증보판이지만 최 시장이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거의 다 새로 썼다"고 밝힐 정도로 내용이 달라져 새 책이나 다름없다.

<울보시장> 제목 앞에 붙은 부제가 바뀌 것만 봐도 내용이 달라졌다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2013년판 <울보시장>은 부제가 '가슴으로 쓰는 시정일기'였으나, 2015년판 <울보시장> 부제는 '세상에서 가장 눈물 많은'이다.

2010년 7월 1일, 시장으로 취임한 뒤 '가슴으로 시정일기를 쓰던' 최 시장은 지난 5년 동안 시정을 수행하면서 현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눈물을 쏟고 또 쏟아 '세상에서 가장 눈물 많은' 울보시장이 되었다고 책의 부제를 통해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2015년판 <울보시장>이 2013년판과 확실하게 다른 것은 최 시장의 지난 5년의 시정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 동영상을 책에 공개한 것이다. 어떻게? 동영상은 책 뒤표지에 박힌 QR 코드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영상은 유튜브에서 '울보시장'을 검색해도 볼 수 있다.

울보 최 시장의 눈물샘이 터져버린 2014년

최 시장은 <울보시장>에 대해 "책보다 동영상에 더 많은 내용을 압축적으로 담았다"고 강조한다. 최 시장이 동영상에 깊은 애착을 보이는 것은 그 안에 자신의 이야기를 '엑기스'만 뽑아서 담아냈기 때문이다.

2014년은 울보인 최 시장의 눈물샘이 아예 터져버린 해였다. 2014년 4월 16일에 일어난 세월호 참사가 시작이었다.

그가 2014년 지방선거에 출마해 시장 자리를 비운 사이에는 고양터미널에서 화재사고가 일어났고 고양시민들이 사망했다. 2014년 5월 26일이었다. 시장 직무정지 상태였으니, 최 시장은 발을 동동 굴러야했고 결국 선거운동을 중단했다.

그리고 이틀 뒤, 말기암으로 투병하던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났다. 장례식을 치르고 나니 선거까지 남은 기간은 딱 나흘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당시 상황을 "나는 곧잘 목이 메어 왔다. 때론 하염없이 울었다. 흑색선전에도 불구하고 나를 굳건히 믿어주는 시민들이 그렇게 큰 힘이 될 수가 없었다"고 동영상에서 육성으로 고백한다.

 최성 고양시장은 2010년 7월 1일, 시장 취임식을 하면서 울먹였다. 고양시민들에게 받은 임명장은 시장 취임이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시장실에 여전히 걸려 있다.
 최성 고양시장은 2010년 7월 1일, 시장 취임식을 하면서 울먹였다. 고양시민들에게 받은 임명장은 시장 취임이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시장실에 여전히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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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시장> 다큐멘터리 동영상은 전부 5막으로 구성돼 있다. 1막은 '가슴으로 쓰는 시정일기'로 2010년 7월 1일, 시장 취임식에서 선서를 하면서 울먹이는 최 시장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시장 취임 첫날부터 울먹였으니 '울보시장'으로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다.

"슬픔과 절망으로 가득 찬 삶을 이어가는 시민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것은 더 이상 부끄러운 것이 아니었다. 부끄러운 것은 우리의 현실이었다."

최 시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의 고백은 가슴을 울리는 힘이 있다.

"멋진 남편이고 훌륭한 아빠이고 싶다"

2막은 '언제나 한결같이'로 최 시장은 자신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이 많지만 반면에 웃음도 넘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는 시민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편하게 털어놓는 친근한 시장이 되고 싶다. 그래서 고양이 분장을 하고 인증샷을 찍기도 하고, SNS를 통해 망가진 모습을 공개하기도 한다. 시민들에게 한 걸음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3막은 '울보시장의 가족이야기'. 시장인 그에게도 가족은 있다. 아픈 가족사도 있다. 그 이야기를 최 시장은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그것은 시민들에게 "나도 아픔이 있어 당신의 아픔을 이해한다, 그래서 같이 울어줄 수 있다"는 고백에 다름 아니다.

청각장애인 누나, 치매와 함께 말기암을 앓다가 세상을 떠난 아버지 이야기는 최 시장의 내레이션에 귀를 기울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최 시장은 "멋진 남편이고 훌륭한 아빠이고 싶다"는 속내도 털어놓는다. 그의 현실은 가족보다 '고양시민'에게 더 많은 사랑을 쏟아붓고 있지만 말이다.

4막에는 그가 서 있던 역사의 현장 이야기를 담았다. 고향 광주를 방문한 그는 말한다.

"광주는 유년과 학창시설의 추억이 담긴 따뜻하고 정겨운 곳이지만 지난 현대사의 상흔으로 늘 그늘져 있던 곳이기도 했다. 이념과 사상의 갈등 속에서 희생된 사람들은 언제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는 역사의 현장에 담긴 의미를 정확하게 꿰뚫어 본다. 눈물이 많아 그저 울기만 하는 무력한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고양이 분장을 한 최성 고양시장
 고양이 분장을 한 최성 고양시장
ⓒ 고양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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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시장은 4막에서 고양시의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 그는 "2020 고양평화특별시가 내가 꿈꾸는 고양시의 미래"라고 거침없이 밝힌다. 그건 그가 "최초로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이기 때문이다. 그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10여 차례 북한을 방문했고, 북한 모습을 카메라와 동영상으로 촬영할 수 있었다. 그가 촬영한 북한 모습 일부가 <울보시장> 동영상에서 공개된다. 

이 대목에서 최 시장은 힘주어 강조한다. 나쁜 평화보다 좋은 전쟁은 없다고. 그가 평화통일특별시를 고양시의 미래 비전으로 제시한 이유다.

세월호 아이들에 대한 절절한 애정 담긴 5막

최 시장은 5막에 세월호 참사로 숨진 아이들에 대한 절절한 애정을 담았다. 최 시장은 팽목항을 여러 차례 방문해서 찍은 사진으로 동영상을 만들어 페이스북에 곧잘 올리곤 했다. 그 걸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눈시울이 뜨거워지곤 했는데, <울보시장> 5막도 마찬가지였다.

"숨쉬기도 힘든 날들이 이어졌다. 잊혀질 법도 한데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아이들의 절규소리가 내 가슴을 또렷하게 찔러온다.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세상은 점점 세월호 아이들의 죽음을, 외침을 잊어가고 있다."

그의 목소리에는 안타까움이 켜켜이 담겼다. 그랬기에 그는 세월호 1주기를 앞두고 고양시에서 추모음악회를 열고 세월호 유가족을 초청했던 것이다. 그 내용을 동영상에 담아냈다. 그는 아이들에게 말한다, 잊지 않을게.

<울보시장> 동영상은 현직 시장이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치부하고 폄훼하기에는 내용이 너무 절절하다. 39분 44초라는 결코 짧지 않은 분량인데 보고 있노라면 눈시울이 저절로 뜨거워지면서 시선을 거둘 수 없게 된다. 결국 끝까지 보고 여운이 남아 다시 보게 싶어지게 만든다. 그래서 최 시장은 이 동영상에 자신의 '엑기스'를 담아냈다고 표현했으리라.

끝으로 유튜브에 공개된 <울보시장> 동영상에 달린 댓글을 소개한다.

'감동적으로 잘 감상했습니다. 정치인들 책이나 뭐 그런 것들, 다 뻔하다고 생각했는데 저도 모르게 끝까지 다 보면서 가슴 뭉클했네요. 세월호 아이들을 위한 기도는 더 가슴 아팠습니다.'


#최성#고양시장#울보시장#세월호#시정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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