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사보강 : 11일 오후 8시]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가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선서하는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가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성전환자에게 성기사진 제출을 요구해 논란이 됐던 이성호(58)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에 반대하며 취임한다면 성소수자의 인권 향상을 위해 애쓰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반면 공권력의 세월호 시위 과잉 진압과 국정원의 해킹프로그램 사용 논란에 대해선 침묵했다.

"성기 사진 제출 요구 대단히 송구스러워... 성소수자와 만나겠다"

11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이 후보자는 지난 2013년 서울남부지방법원장 시절에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을 바꾸려는 성전환자에게 성기 사진 제출을 요구해 크게 논란이 됐던 점을 인식한 듯 이날 '인권감수성'과 '성소수자 차별 금지'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먼저 이 후보자는 모두 발언에서 "실정법의 큰 테두리 내에서 법관 생활을 해 온 저에게 국가인권위원장으로서 진취성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임명된다면 장애인, 이주민, 성적소수자 등 다양한 인권 현장에 대한 경험을 쌓고 길러 나가는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가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마친뒤 인사하고 있다.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가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마친뒤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성기 사진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선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는 "보정명령서는 사무관이 처리한 것이나 법원장 책임 하에 이뤄졌기에 피해를 보신 분에게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 한다"고 전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장으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 중 하나로 '인권감수성'을 꼽으면서, 현장 감각을 키우기 위해 성소수자와 만나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청문회 내내 실정법 테두리 안에 갇히지 않고 인간 존엄성을 위해 전향적인 판단을 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세월호 과잉 진압'과 '국정원 해킹 논란'에 대해선 불분명한 태도를 이어나갔다.

'세월호', '국정원' 묻자, 뜸 들이며 답변

먼저 이언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세월호 참사 이후 사회 지도층에서 유가족을 모욕하는 발언이 여러 번 나왔음에도 국가인권위원회가 별다른 견해를 피력하지 않았다"고 지적하자 이 후보자는 잠시 뜸을 들인 뒤 "그것에 대해선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어 이 의원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의견은 각자 달라도 이를 표출하는 방법이 폭력적이었다"고 거듭 지적하자, 그는 "사실이라면 인권위가 견해를 피력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미온적 답을 내놨다. 반면 지난해 극우성향의 시민들이 단식농성 중인 유가족 앞에서 '폭식 투쟁'을 벌인 일을 두고는 "표현의 자유 한계를 벗어난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전후해 열린 대규모 추모집회에서 경찰이 최루액이 섞인 물대포를 시민들에게 난사하는 등 공권력을 남용했다는 논란에 대해서도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세월호 추모집회에서 경찰이 과도하게 공권력을 사용해 유가족들이 지난 5월에 헌법소원까지 냈는데 국가인권위원회가 아무런 의견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의견 제출 사안인지 검토해보겠다"고만 답했다.

이어 정 의원이 "위원장 후보로서 확실한 소신을 밝혀 달라, 다른 사람도 아닌 유가족에게 최루액을 쏘는 건 인권 침해 아닌가"라고 재차 물었지만 "검토하겠다"는 답만 반복했다.

최근 국정원이 불법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운용해 논란된 일에도 침묵했다. 정 의원이 "국정원의 불법 도감청 사건을 두고도 국가인권위원회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지만, 그는 "지금까지 사실관계가 명확히 드러난 게 없기 때문에 특별히 입장을 표명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정 의원이 "소신이 없다"고 질책하자, 그는 구체적 의견은 생략한 채 "국가인권위원장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의견을 내겠다"고만 말했다.

깜깜이 인사 인정... "인선 절차 투명성 위해 노력하겠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자 내정을 두고 '깜깜이 인사'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현행 국가인권위원회법(제5조)은 인권위원 11명 (국회 선출 4명, 대통령 지명 4명, 대법원장 지명 3명) 중 한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부좌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후보자 본인도 서울중앙지법원장 퇴임식에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해 황망하다고 표현할 정도로 갑작스럽게 내정됐다"면서 "시민사회 단체는 물론 인권위원회 내부에서도 모르는 상태에서 내정된 깜깜이 밀실 인선"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최원식 의원은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가 지난 2008년부터 인선 절차 개선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등급 심사를 보류했다"면서 "이번에도 청와대가 공석 널리 공개, 지원자 수 최대화 등 ICC 권고와 다르게 후보자를 내정하면서 내년도 국가인권위원회 등급 강등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국제적 요구가 있기에 인선 절차의 투명성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인선 절차의 불투명성에 대해 일부 수긍했다. 이어 "국가인권위원회 상임·비상임 위원의 다원성·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며, 취임한다면 위원 선출 과정에서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현병철 현 위원장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는 답을 삼갔다. 이 후보자는 "현병철 현 위원장 재임시절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이 많이 추락했다"며 평가를 요구하자 "잘한 부분도 있고, 잘못했다고 비판받은 부분도 있는데 임명된다면 잘한 부분만 계승 하겠다"며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이어 "임명된다면 전임 위원장의 과오를 평가하고 국민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그 부분을 말씀드리기엔 적절치 않다"고 짧게 답했다.


태그:#이성호, #국가인권위원회, #성소수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