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일하는 사람을 보면 '편하게 일한다'는 말이 나오던 시대가 있었지요. 아닙니다. 장시간 앉아 일하면 땀은 나지 않을지언정 몸은 망가집니다. 3, 4번 디스크가 터지고 목은 거북이가 됩니다. 근골격계 질환에 노출됩니다. 장시간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은 건강하게 일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제 그 권리를 찾고자 합니다. 관련 기사를 10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편집자말] |
"이대로면 나중에 허리 못 펴고 다닙니다."긴장감이 감돌았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8월 12일 편집부 홍현진 기자와 함께 찾은 서울 근로자건강센터. 운동처방사 앞에서 엎드려 눕기 10분 전만 해도 내가 이런 이야기를 들으리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사실 쉽게 생각했다. 운동지도를 받으러 들어가 봐야 적당한 경고를 듣고 적당히 스트레칭 방법만 배울 줄 알았다. '지금도 꾸준히 일하고 있잖아, 별일 있겠어?'라고 생각했다. 이 오만은 운동처방사 앞에서 산산이 조각났다. 엄혜선 운동처방사는 설명을 이어갔다.
"흉추(목등뼈와 허리등뼈 사이)가 심각하게 굽어 있어요. 일반인들이 약한 곡선이라면, 김지현씨는 흉추가 Z자처럼 휘었어요. 경추 7번(목뼈 아래 볼록 튀어나온 뼈)이 안 보입니다. 흉추가 굽고 목이 일자가 돼 보이지 않는 거예요. 지금 취재를 할 게 아니라 관리부터 받아야 해요."홍현진 기자도 '심각한 이야기'를 들었다. 김민정 운동처방사는 "척추가 오른쪽으로 활처럼 굽었다, 측만이 심하다"라면서 "게다가 측면에서 보면 몸 균형이 앞으로 쏠려 있다, 매우 불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냥 이대로 일하다가는 10년 뒤에는 더 이상 일을 못 할 것"이라는 말까지 들은 홍현진 기자는 헛웃음을 지었지만, 낯빛은 어두워졌다. 우리 둘은 취재고 나발이고 우선 운동지도부터 제대로 받아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살려주세요" 소리까지... 망가진 몸의 민낯
이날 나는 몸 상태를 체크하고 근육 이완 운동을 배웠다. 먼저 평평한 침상 위에 엎드려 누웠다. 일대일 지도를 담당한 엄혜선 운동처방사는 "상반신부터 하반신까지 몸 전체의 근육이 무척 긴장돼 있는데, 특히 왼쪽 등이 딱딱하게 굳어 있다"라면서 "이런 몸을 대상으로 수동 스트레칭을 할 경우 지도자가 힘들어 쓰러질 정도"라고 말했다.
그 다음은 폼 롤러(Form Roller)를 이용한 근육 이완 운동. 두꺼운 봉 모양의 폼 롤러 위에 등을 대고 눕는다. 몸에 힘을 빼고 운동처방사가 앞뒤로 당겼다가 밀다가를 반복한다. 나는 뭉친 근육이 폼 롤러 표면에 맞물릴 때마다 비명을 질렀다. "흡... 헉... 악!!!" 심지어 "살려주세요"라는 말까지 하고야 말았다. 이후 폼 롤러를 통한 상부승모근 이완 운동이 시작됐다. 폼 롤러를 뒤통수 아래에 대고 좌우로 고개를 돌렸다. 좌우 양 끝 부분이 소스라치게 아팠다.
약간의 휴식을 취한 뒤에는 복식호흡 및 허리 근육 이완 운동에 돌입했다. 누워 있던 내 배를 손가락으로 꾹 누른 엄혜선 운동처방사는 이렇게 말했다.
"자세가 앞으로 굽어 있는 분들은 호흡이 깊게 내려가지 못하고 명치 주변에서 맴돌아요. 제 손가락을 들어 올릴 정도까지 복식호흡을 해보세요. 호흡 길을 트는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숨을 내쉴 때는 균일하게, 끝까지 내뱉으셔야 해요. 그러면서 허리 근육을 매트에 힘을 줘서 대보세요. 김지현씨 자세는 이렇게 해야 교정될 겁니다.""습… 후…." 이런 호흡을 얼마나 반복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평소 호흡이 얕은 나다. 이런 내가 복식호흡을 수십 차례 이상 하니 의식이 몽롱해졌다. 다음 과정은 침상 위에서 이뤄지는 것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어지러워 쓰러졌다. 평소 호흡이 얼마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길래 몸이 이 정도인 걸까.
내가 침상 위에 눕자 운동처방사는 목과 쇄골 사이의 근육 이완을 시작했다. 이곳의 이름은 흉쇄유돌근, 흉골, 쇄골, 유양돌기라는 부분에 붙어 목의 움직임에 작용하는 근육이란다. 나는 평상시 머리를 앞으로 내밀고 일하는 터라 흉쇄유돌근은 과하게 긴장돼 있고, 뒤쪽 하부승모근은 약해지고 늘어진 상태일 것이란다. 긴장된 근육을 이완해주고 약화된 근육을 활성화해줘야 자세가 바로잡힌다는 설명이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다
한 시간의 운동지도가 끝났다. 뭉쳐있던 근육이 풀어지니 몸이 노곤노곤하고, 호흡법을 바꾸니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뒤를 돌아보니 홍현진 기자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스트레칭을 배우고 있었다. 홍 기자도 몸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지 탄식을 내뱉고 있었다.
"다음 주에 꼭 오셔야 합니다. 여기서 지도받아놓고서 회사에 가선 안 좋은 자세로 일하면 아무런 효과가 없어요. 김지현씨나 홍현진씨 모두 장기간 운동지도를 받아야 하는 몸 상태예요. 절대 흘려듣지 마세요. 아시겠죠?"엄혜선 운동처방사의 말에 따르면, 내 몸의 근육들의 긴장도가 너무 높아 당분간 근육을 이완하는 데만 전력해야 한다고 한다. 이완이 제대로 돼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꾸준히 몸을 풀어줘야 한다고.
일상에서 근육의 긴장을 완화하는 방법은 스트레칭뿐이다. 스포츠 마사지숍을 갈 수도 있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다. 엄혜선 운동처방사에게 평상시 쉽게 할 수 있는 스트레칭 아홉 가지를 배워봤다.
이날 우리가 배운 스트레칭 동작은 총 아홉 가지. 목을 앞·옆·사선으로 당기거나 팔꿈치를 앞으로·머리 뒤로 당긴다. 손목도 당기고, 다리를 교차하거나 뻗은 뒤 허리를 숙이는 것이었다. 이 스트레칭은 한 시간에 5분씩 하는 게 좋다고 한다.
사무실 생활 5년 차 만에 굽어버린 등, 모니터로 돌진하는 머리와 목. 더 이상은 이대로 살 수 없다. 이날 예방운동을 하고 회사로 복귀할 때, 깨달은 게 하나 있다. 회사는 내가 망가지면 다른 사람을 채용하면 되지만 나는 아니다. 내 몸이 망가지면 대체할 수 있는 건 없다. 당장 다음 주부터 6개월 이상 꾸준히 운동 프로그램에 참가하겠다고 결심했다. 휴가를 내서라도, 근무 시간을 바꿔서라도 꼭 망가진 몸을 바로잡겠다.
바른 자세로 골골 대지 않고, 오랫동안 일하고 싶다고? 그러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당장 몸 상태부터 체크하고, 스트레칭을 하자. 당신 몸 망가지면 결국 당신 손해 아닌가. 그리고 회사에 요구하자. '내 노동력이 망가지면 결국 회사도 손해를 보니 환경을 개선해달라'고.
(* 다음 기사에 이어집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당신에게 도움이 되는 스트레칭 9가지'를 배워봅니다.)
서울 근로자건강센터의 운동 프로그램은 세 단계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가 '몸 상태 확인'. 개인별 체크 결과에 따라 그에 맞는 예방 운동을 진행한다. 두 번째는 '근육 이완'이다. 잘못된 자세 등이 장기간 지속되면 근육에 긴장이 발생한다. 운동처방사는 문제가 있는 근육을 이완해주고 스트레칭 방법을 교육한다. 스트레칭은 두 가지로 나뉜다. 환자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능동 스트레칭, 운동처방사가 개입해 스트레칭을 가하는 걸 수동 스트레칭이라고 한다.
매주 1회(회당 1시간가량)씩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에는 숙제도 있다. 일상생활에서 환자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는 것(심지어 숙제 검사도 한다!). 근육 이완 과정에서 나아지는 게 없으면 다음 과정을 진행할 수 없다고 한다.
마지막은 '근육 강화''. 이상 징후가 있는 근육의 이완이 제대로 이뤄질 때 근육의 힘을 키운다. 근육의 힘이 키워져야 자세에 따르는 무게 부담을 통증 없이 버텨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근로자건강센터의 장점은 환자가 운동 프로그램에 참가할 경우 일대일 지도를 받는다는 점이다. 그것도 아주 꼼꼼한 설명과 함께 말이다. 자세한 문의는 서울 근로자건강센터 누리집(
http://suwhc.or.kr) 혹은 전화(02-6947-5700)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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