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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종면 전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 방송제작국장(자료사진)
 노종면 전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 방송제작국장(자료사진)
ⓒ 양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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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종면 전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 방송제작국장이 조합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노동조합과 갈등을 빚고 있는 현 경영진의 사퇴를 주장했다. 지난 2013년 국민TV 개국 때부터 함께해 온 그는 지난해 돌연 퇴사한 뒤 "조합원으로서 기여할 길을 모색하겠다"는 글을 남긴 바 있다.

17일 노 전 국장은 A4 4장에 가까운 긴 글에서 "스스로 조합에 죄인이라고 여기는 자가 나서면 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가슴을 진정시키고 입을 닫았다"고 운을 뗀 뒤 "하지만 조합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 시비가 명백한 상황에 침묵하는 것은 또 다른 무책임이요 비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 글 하나를 조합원 여러분과 경영진 앞에 내놓는다"며 현 국민TV 경영진이 사퇴해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남겼다.

침묵 끝에 입 연 노종면, "현 경영진, 국민TV 미래 위해 퇴진해야"

노 전 국장은 "현 경영진이 퇴진해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시비와 무관하게, 무능"이라며 "경영진 개개인의 경영 능력을 평가한 것이 아니라 현재로써는 현 경영진이 국민TV 정상화를 위해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애초의 원인이 어디에 있든, 미디어협동조합에서 대자보가 뜯기고 대량 중징계가 단행된 사실만으로도 현 경영진은 조합 안팎에 일으킨 물의에 대해 부끄러워해야 한다"며 "아무리 경영진의 입장을 우호적으로 고려해도 사태를 이 지경으로 끌고 온 무모함과 미숙함은 이미 퇴진 사유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국민TV의 최대 자산은 2만 8천명의 조합원과 더불어 방송 제작 인력"이라며 "하지만 현 경영진은 기존 방송 직원들에 대한 대량 징계로 이미 손에 피를 묻혔고, 사태 해결의 충정으로 출연 거부에 나선 외부 출연자들과도 결별을 기정사실화 했으며 빈자리에 방송 경험이 전무한 이들을 투입하는 것도 마다치 않았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노 전 국장은 "부디 현 경영진이 국민TV의 미래 이익을 고려하여 결단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본다"며 "그동안 현 경영진이 보여준 국민TV를 위한 노고와 헌신이 이번 사태로 덮이지 않게 하는 길 역시 '조건 없는 퇴진'에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고 당부했다.

국민TV 노동조합은 지난달 22일 부당 징계와 인사발령·조직개편안 철회를 요구하며 제작거부에 들어갔고, 사측은 지난 5일 제작거부에 참여한 노조원 12명에게 정직, 감봉 등 중징계를 내렸다.

보도국 해체와 인사 발령, 징계 등으로 내부 갈등을 겪고 있는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의 노동조합이 지난달 22일 오전 제작 거부를 선언하고, 사측에 정상화를 촉구했다. 김영환 비상대책위원장은 그는 "보도국이 없는 언론사, 언로가 막힌 언론사,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노조탄압의 수단으로 비정규직의 계약상 취약을 이용하는 지금의 <국민TV>는 정상적인 언론사라고 할 수 없다"라며 정상화를 위한 노사 대화를 열자고 촉구했다.
 보도국 해체와 인사 발령, 징계 등으로 내부 갈등을 겪고 있는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의 노동조합이 지난달 22일 오전 제작 거부를 선언하고, 사측에 정상화를 촉구했다. 김영환 비상대책위원장은 그는 "보도국이 없는 언론사, 언로가 막힌 언론사,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노조탄압의 수단으로 비정규직의 계약상 취약을 이용하는 지금의 <국민TV>는 정상적인 언론사라고 할 수 없다"라며 정상화를 위한 노사 대화를 열자고 촉구했다.
ⓒ 손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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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노 전 국장의 글 전문이다.

저는 지난해 능력의 한계와 방송 정책상 내부 이견을 핑계로 국민TV 조합원들이 부여해주신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도망치듯 퇴사를 했습니다. 당시에는 중요 정책들에서 생각이 다른 제가 빠져주는 것이 심신이 피폐해진 상태로 남아서 갈등하는 것보다 낫겠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 보면 '니들끼리 잘 해봐라' 하는 심보가 전혀 없지는 않았음을 고백합니다. 그럼에도 남은 직원들 대다수와 조합원들을 향한 죄스러움, 그리고 국민TV 성공에 대한 바람은 진심이었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러 겨울과 봄을 보내고 여름을 지나고 있지만 죄스러움은 더 커진 듯하고 국민TV 성공에 대한 바람은 조바심으로 마음을 옥죄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달래보려 해도 '무책임' 세 글자가 조합의 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퇴사 이후 조합의 일에는 눈과 귀를 모두 닫고 살아오다 몇 달 전부터 '무책임'을 조금이라도 털어낼 역할을 궁리하면서 조합의 상황에도 비교적 세세한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가슴이 뛰고 입이 달싹거리는 일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퇴사한 이후 경영진과 직원들 사이에 갈등이 불거지면서 회사 내부와 조합원들 사이에 이른바 '노종면 책임설'이 흘러 다닌 사실도 뒤늦게 알았습니다. 처음엔 저의 퇴사에 대한 실망, 무책임에 대한 지적 정도로 여겼지만 사실관계가 뒤틀리고 매도와 책임전가의 의도가 명백한 잡설들이 사실인냥 유포되는 상황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황스러웠지만 스스로 조합에 죄인이라고 여기는 자가 나서면 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가슴을 진정시키고 입을 닫았습니다. 스스로를 변호하기 위해 조합의 분란을 감수하는 일은 조합에 '무책임' 했던 자가 할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지금도 개인적인 명예 때문에 공표되지도 않은 뒷말에 대응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조합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 시비가 명백한 상황에 침묵하는 것은 또 다른 무책임이요 비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 개인에 관한 일도 그것이 이번 사태와 연관지어 언급 된다면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는 생각입니다. 하여 저는 그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 글 하나를 조합원 여러분과 경영진 앞에 내놓습니다.

[경영진의 조건 없는 퇴진을 촉구합니다.]

해방 70년 한반도에는 유난히 덥고 메마른 여름이 관통하고 있습니다. 2015년 국민TV의 여름은 더 가혹한 듯합니다. 나름대로 미디어협동조합에 헌신했던 이들이 서로에게 상처와 모욕을 주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뒤에서 오가는 험담들, 사실의 몇몇 조각들이 판단의 잣대로 둔갑해 감정을 충동하고 있습니다. 본질과 객관은 정해진 방향에 어지러이 휩쓸려 버렸습니다. 토론과 설득, 양보와 타협의 자리는 이미 사라진 듯합니다. 그럼에도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가 희망의 기회를 포기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희망의 기회를 누구보다 수월하게 일구어 낼 수 있는 주체는 현 경영진이고 그 방법은 조건 없는 퇴진입니다. '나라도 남아서 수습해야 한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 '나는 잘못이 없다' 등의 생각을 하고 있다면 이는 개인 또는 일파의 공명심과 자존심에 종속된 것일 뿐, 2만 8천 거대한 조합 전체의 미래 이익과는 무관합니다. 퇴진해야 하는 현 경영진은 이사 전원을 지칭합니다.

사무국장의 경우 신분은 직원이면서 사실상 경영진이라는 평가가 있는 만큼 실질적인 역할이 무엇이었는지에 따라 판단하면 되리라 봅니다. 특히 대자보 철거와 징계, 조직개편에 사무국장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면 이사들과 운명을 같이 하는 것이 당당한 처신일 것입니다.

현 경영진이 퇴진해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시비와 무관하게, 무능입니다. 경영진 개개인의 경영 능력을 평가한 것이 아니라 현재로서는 현 경영진이 국민TV 정상화를 위해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뜻입니다. 현 경영진이 굳이 자리를 지키고 나아가 조합 경영을 계속 책임지겠다고 나서려면 조합 정상화와 외연 확대를 위한 분명한 청사진을 내보여야 합니다. 하지만 현 경영진은 조합의 외연을 넓히기는커녕 조합원 이탈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입니다.

그 책임을 노조에 돌리려 한다면 무능에 더해 비겁하다는 지적까지 받아 마땅합니다. 애초의 원인이 어디에 있든, 미디어협동조합에서 대자보가 뜯기고 대량 중징계가 단행된 사실만으로도 현 경영진은 조합 안팎에 일으킨 물의에 대해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아무리 경영진의 입장을 우호적으로 고려해도 사태를 이 지경으로 끌고 온 무모함과 미숙함은 이미 퇴진 사유로 충분합니다.

전체 직원의 3분의 1에 이르는 제작거부자들은 몇 달 씩이나 월급 한 푼 못 받는 대량 중징계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그러니 책임이 더 크면 컸지 결코 가볍지 않은 경영진도 대가를 치르는 것이 양비론의 입장에도 부합합니다.

이러한 책임을 모면할 설득력 있는 명분을 현 경영진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껏 내보인 입장이라곤 노동 탄압, 언론 탄압 세력의 그것에 불과했습니다. 대결의 관점으로 보더라도 현 경영진은 여론전에서 이미 졌습니다. 현 경영진의 장악력이 커졌을 때와 현 경영진이 퇴진했을 때, 어느 쪽이 조합원 이탈이 크겠습니까?

지금 경영진이 국민TV의 이익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은 퇴진입니다. 국민TV 정상화의 최대 관건인 방송 제작 능력 회복을 위해서도 현 경영진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보입니다.

국민TV의 최대 자산은 2만 8천명의 조합원과 더불어 방송 제작 인력입니다. 방송 제작 직원, 경영진이 굳이 개인사업자로 분리시키는 프리랜서, 그리고 외부 출연자들이 그들이며 이들이 국민TV의 방송 제작 능력을 규정합니다. 현재 이들 대부분이 방송 일선에서 이탈해 있는 국민TV의 방송 제작 능력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방송 제작 인력은 하루 아침에 길러지지 않습니다. 방송 제작 시스템이 여느 방송사와 다른 국민TV에서는 국민TV에 특화된 방송 제작 인력이 절실합니다.

하지만 현 경영진은 기존 방송 직원들에 대한 대량 징계로 이미 손에 피를 묻혔고 사태 해결의 충정으로 출연 거부에 나선 외부 출연자들과도 결별을 기정사실화 했습니다. 빈자리에 방송 경험이 전무한 이들을 투입하는 것도 마다치 않았습니다.
'너희들 아니면 방송 못하냐'는 인식으로는 결코 방송 제작 능력을 복구해낼 수 없고, 충원 등을 통해 제작진을 급조한다 해도 기술적으로나, 명분상으로나 제대로 된 방송을 이어가기 어렵습니다. 결국 기존의 방송 제작 인력을 어떻게든 방송에 복귀시켜야 하지만 현 경영진으로는 불가능 한 게 현실입니다.

출중한 방송 제작자 김용민 PD의 복귀('백의종군') 가능성까지 열린다고 하니 현 경영진의 퇴진은 국민TV의 방송 제작 능력 회복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해법입니다. 국민TV를 위한 역할을 고민하겠다고 공언했던 저로서는 아직 김용민 PD처럼 분명한 계획이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 경영진이 유지될 경우 어떤 모색도 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대량 중징계의 칼을 휘두른 경영진에 맞서 투쟁은 못 할 망정 무엇을 도모한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현 경영진이 퇴진해야 하는 이유를 한 가지 더 들어보겠습니다. 현 경영진은 40명 남짓한 상근 조직이 극단적인 대립 구도로 갈라지게 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물론 현 경영진이 고의로 대립을 부추기고 특정 부서의 직원들을 고립시켰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부 갈등이 심각한 수준임은 웬만한 조합원이면 다 아는 상황이니 경영진은 최소한 방치해왔거나 이를 해소할 능력이 부족하다 할 수 있습니다. 일부 임직원은 제가 재직할 때도 TV 제작 인력들을 향해 '조합 행사에 소극적이다', '조합비 납부 독려에 참여가 저조하다', 심지어는 '커피를 국민카페가 아닌 곳에서 사먹는다' 따위의 지적을 하곤 했습니다.

보도를 담당하는 직원은 아무리 조합원이라 해도 시청취자와의 접촉을 최대한 삼가야 한다는 기본 중의 기본인 원칙도 공유하지 못해서 생긴 오해요 반감이었지만, 근거가 비틀어진 반감은 오히려 더 깊어진 듯합니다. 제대로 된 경영진이라면 직원들 사이의 반감을 해소하려고 노력했겠지만 과연 그리 했는지 의문입니다.

현 경영진이라 통칭할 수는 없지만 복수의 인사들이 저를 포함해 퇴사한 직원에 대한 잘못된 정보 등을 유포해 온 사실에 비추어 볼 때 내부 사정도 미루어 짐작이 갑니다.

(말을 꺼낸 김에 최근 이사장의 거짓말 한 가지만 바로잡겠습니다. 서영석 이사장은 지난달 조합원 게시판에 올린 '프리랜서와 노조 지위 불인정과 관련한 숨겨져 있는 진실'이라는 글에서 '프리랜서 제도는 노종면 전 국장이 도입을 요청했다'고 했습니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히자면 지난해 TV 개국 전 저는 경영위원회와 이사회에 '추후 정규직 전환이 필요한 인력'임을 전제하며 '엔지니어와 스튜디오 카메라맨 등을 '파트타임 근무자'로 채용할 필요가 있음'을 서면으로 보고했습니다.

이후 경영위와 이사회 논의 과정에서 '프리랜서 계약'이 결정 되었습니다. 이보다 앞서 라디오 AD 2명이 이미 프리랜서로 선발됐고, 저는 당시 해당 인력 충원 자체에 우려를 갖고 '장기 계획에 따른 인력 충원'의 필요성을 의견으로 제시했습니다. 당시 근거가 그대로 남아 있으니 확인이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이사장이 파트타임 근무자와 프리랜서를 착각했을 리도 없습니다. 이미 수차례 프리랜서 운용의 위법성에 대해 논의한 사실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서영석 이사장도 이미 인정했듯이, 프리랜서들은 근무 시간만 달랐을 뿐 정규 직원과 마찬가지로 일해 왔습니다. 법적으로 근로자로 인정되는 업무를 맡긴 회사, 이를 분명히 알고 있는 경영진이 '프리랜서는 개인사업자'라며 형식상 신분을 내세워 노조를 압박해 왔고 엉뚱 하게 왜곡된 사실까지 공표했습니다.

이런 설명이 저의 책임을 부인하는 취지는 아닙니다. 저 역시 프리랜서 도입에 동의했고 이들에게 직접 업무 지시를 했으면서도 이들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지 못한 채 퇴사를 했습니다.)

현 경영진의 조건 없는 퇴진, 이 한 가지를 요구하는 데 참 많은 글자들이 동원됐습니다. 부디 현 경영진이 국민TV의 미래 이익을 고려하여 결단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봅니다.

끝으로 그동안 현 경영진이 보여준 국민TV를 위한 노고와 헌신이 이번 사태로 덮히지 않게 하는 길 역시 '조건 없는 퇴진'에 있음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조합원 노종면 올림

○ 편집ㅣ이준호 기자



태그:#노종면, #국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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