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비평지인 <미디어오늘>이 창간 20주년을 맞아, <저널리즘의 미래>를 지난 8월 26일 출간했다.
<저널리즘의 미래>는 산업으로서의 신문·방송, 저널리즘 등 각 분야를 상세히 훑었다. 특히 기자가 언론사에 입사하여, '사쓰마와리'를 거친 후 은퇴할 때까지 기자의 '생로병사'를 자세히 다뤘다. 책에 대한 뒷이야기를 듣고자 <저널리즘의 미래> 저술에 참여한 김유리 <미디어오늘> 기자를 지난 2일 <미디어오늘>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김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 지난달 26일, <저널리즘의 미래>라는 책을 공동 저술해 출간했습니다. 일주일 정도 지났는데 반응이 어떤가요? "글쎄요. 저희가 책을 썼기 때문에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라고 말하긴 쑥스럽고요(웃음). 사실 제가 책이 나온 후에 서점에 못 가봐서 잘 모르겠어요."
- <저널리즘의 미래>는 어떤 책인지 소개해 주세요. "기자라는 직업의 출발부터 중간 과정 그리고 퇴로까지, 기자의 생로병사를 다 다뤘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면 처음 시작하는 '사쓰마와리'부터 권언 유착, 출입처 중심의 발표저널리즘에 대한 얘기를 실었습니다. 취재하지 않는 기자, 출입처 문제 등이 기자 생활을 하는 데에 어떤 병폐가 되는지 짚었다고 생각해요. 기자 재교육도 다뤘어요. 기자라는 한 분야뿐만 아니라, 신문 산업과 저널리즘 등 분야별 과정을 훑은 게 이 책의 백미라고 생각해요."
- 어디에 가장 중점을 뒀나요? "이 책은 공저라서 각자 중점을 둔 부분은 다르겠죠. 하지만 하나로 크게 보면, 저널리즘이 어떻게 온전히 구현되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췄어요. 또한, 지금 현장에서 잘되는 부분과 부족한 부분을 짚고, 현재를 토대로 미래를 볼 수 있는 부분에 중점을 뒀습니다."
- <저널리즘의 미래>는 어떻게 출간하게 되었나요? "주간지로 시작한 <미디어오늘>이 올해 창간 20주년을 맞았어요. 이번 책 내용은 창간 20주년 기획으로,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지면에서 다뤘던 내용을 책으로 묶은 것이에요. 실질적으로 아이템을 모으고 의견을 나누면서 준비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12월이었네요. 한국 사회와 언론계에서 <미디어오늘>은 '언론의 언론'이란 별칭으로 불립니다. 이번 책 발간은 거기에 한 발 더 다가가는 큰 걸음이라고 생각해요.
포털 중심의 기사 유통, 가십 위주의 소비특히 기자들 고생이 많았어요. <미디어오늘> 기자들은 온라인 기사 작성을 위한 취재도 하지만, 주간지 지면 발행도 맡습니다. 출입처 이슈를 놓치지 않으면서 깊이 있는 기획 기사도 만들어 내야 해서 더욱 힘들었을 거예요. 그런데도 기자들끼리는 기획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서로 배려를 해줬던 게 큰 힘이 됐죠."
- 공동 작업이기 때문에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아요. "이미 처음부터 20가지 목차가 나온 상태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공동 작업을 하며 크게 부딪치진 않았어요. 한 가지 애로사항이 있다면, 저널리즘이라는 대주제가 있으니 크게 벗어날 수 없는 게 당연하잖아요. 각 주제를 뽑을 때는 서로 다른 내용이라고 생각했는데, 기사를 쓰면서 보니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출고된 결과물에는,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반영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주제를 잡을 때는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찾을 수 있었어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는 문제가) 상쇄됐다고 생각해요."
- 기자 재교육에 대한 얘기가 있어요. 하지만 1인 미디어나 시민기자 같은 언론인도 있는데, 언론재단 등에서 하는 기자 재교육은 아무래도 제도권 언론 중심입니다. 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들의 재교육도 필요하죠. 하지만 현재까지는, 언론재단이 이들을 교육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 같지 않아요. 더욱이 문화체육관광부가 현재 '취재인력 2명 이상'을 3명으로, '취재 및 편집인력 3명 이상'을 5명으로 각각 늘리도록 한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잖아요. 군소 매체는 퇴출하겠다는 의도로 보여요.
이런 상황에서 1인 미디어, 시민기자 등에게 정부가 직접 나서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없다면 요구해야겠지요.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시민단체의 시민기자 글쓰기 교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 이 책의 부재로 '자기 복제와 포털 중독 언론에 미래는 있는가'란 질문을 던졌는데, 답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은 누가 들어도 어렵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저는 기본적으로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기는 합니다. 준비한 자들에게 미래는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어떤 미래를 준비할 것이냐고 했을 때는, 여러 갈래가 생길 겁니다. 지금처럼 포털사 중심으로 기사가 유통되는 방식에서는 답이 없을 것이라 봅니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현재는 포털을 중심으로 기사가 유통되어 소비되잖아요. 그러나 최근 흐름을 보면, 각 언론사가 SNS를 기반으로 기사를 유통하려고 합니다. 다른 플랫폼이 조금씩 생기는 것 같아요. 물론 포털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다른 판로를 찾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 포털 중심 기사 유통이 왜 문제라 보세요? "포털이 중심이 되면, 가십성이나 욕망 중심의 기사들이 주로 소비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기사가 가치 있는지 중요하지 않게 되어요. 물론 그게 '좋다, 나쁘다'의 척도는 아닙니다. 우리가 항상 진지할 수는 없지요. 하지만 진지함도 필요하잖아요. 가십성 기사들이 주로 소비되면서, 상대적으로 정치·사회·경제 같은 공동체를 유지해나가기 위한 기사는 뒷전으로 밀리는 상황은 문제입니다.
두 번째로, 신문의 경우는 기사 중요성에 따라 배치하는 게 다르잖아요. 그래서 어떤 기사가 중요하단 것을 알 수 있는데, 포털은 어디에 중점을 줘야 하는지 모르는 부분이 있죠."
질문을 잃은 한국의 기자들- 서문을 이정환 <미디어오늘> 편집국장이 '질문을 잃은 기자들'이란 제목으로 쓰셨어요. 묻는 게 일인 기자가 질문을 잃은 건 존재 이유를 망각한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볼 수 있죠. 하지만 단순히 '기자가 존재 이유를 망각했다'고 비난해서는 답이 없습니다. <저널리즘의 미래>는 왜 이런 상황이 됐는지를 따져 묻고 있습니다. 기자를 기자로 키우는 방식, 기사를 써내는 과정, 기사가 유통·소비되는 방식이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만들었다는 게 우리의 문제의식이에요."
- 질문을 잃은 게 과연 최근의 일일지 의문입니다. 물론 2008년 이명박 정부 이후 언론 상황이 나빠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정권 때문에 질문을 잃었다기보다는 본래부터 한국 기자들이 그래 왔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저도 비슷해요. 한국에서 언제 언론이 자유롭게 질문을 하던 때가 있었나 싶기도 해요. 최근 들은 얘기인데, 한 기자가 1980년대 후반쯤, '대통령 지나가는 시간에 맞춰서 시위가 있을 것'이란 기사를 썼더니 바로 안기부로 끌려갔다고 하더라고요. 한 번도 자유롭게 질문한 적이 없어서 질문을 못 하는 것으로 굳어지는 건 아닌가 생각해요."
- 소주제 중에 '흰머리 날리며 현장 뛰는 기자 왜 없나'라고 묻는 부분이 있습니다."저는 현장과 밀착해서 가치 판단을 해줄 수 있는 기자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부분이 가장 아쉬웠던 때가 세월호 사건이었어요. 현장에 나간 기자들 가운데 대부분 1~2년 차로 그렇게 큰 사건을 경험한 적도 없다 보니, 가치 판단이 잘 안 되는 거잖아요.
또한, 기자들도 현장을 떠나면 갈 곳이 없어요. 기수마다 십여 명씩 뽑지만, 보직에는 한계가 있어요. 그중 하나가 전문 기자라고 생각해요. 계속 현장에 남아 취재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 해외 경우는 어떤가요?"미국은 백악관을 출입하는 할머니 기자가 있었죠. 미국은 언론 산업 자체가 한국과 다른 것 같아요. 지역 신문이 탄탄하게 잘 되어 있잖아요. 기자들이 자기 분야를 가지고 글을 쓸 수 있는 조건이 잘 갖춰졌습니다. 퓰리처상을 여러 번 받은 기자가 주류 언론의 기자가 아니라 지방 신문의 기자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만큼 지방언론도 탄탄하게 운영될 수 있는 구조가 있어서 단순 비교는 어렵죠."
- 김 기자께서 생각하는 저널리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현재는 미래로 가는 중간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책 <저널리즘의 미래>에서 다뤘던 현재를 기반으로, 미래에는 조금 더 저널리즘 본질에 가까운 쪽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현재는 로봇이 기사를 쓰고, 드론이 하늘에서 영상을 보내는 시대입니다. 2일 오전, 한 일간지 기자가 '빨리 태어나서 다행이다'는 문장으로 끝맺는 칼럼을 썼습니다. 로봇 기자가 도입되면 기존 기자들은 경쟁에서 질 것으로 본 겁니다. 로봇과 기사 쓰기 경쟁을 안 해도 되는 때에 본인이 기자를 해서 다행이라는 말이죠. 그러나 단순한 데이터만 가지고 기사를 쓰는 건 경쟁이 안 될 수도 있으나, 로봇에게 데이터가 있다고 지혜나 분석력이 생기는 건 아닙니다. 그러니 이길 수도 있습니다. 결국, 단순 라이터(Writer)는 사라지겠지만, 분석·해석 가능한 기자들은 살아남겠죠?"
덧붙이는 글 | <저널리즘의 미래>(이정환·김유리·정철운 등 지음 / 인물과사상사 펴냄 / 2015.08 /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