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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돌아가신 후 유복자로 태어난 제가 벌써 초로의 나이를 훌쩍 넘겼다. 배우자와 유족 1세들은 이미 고인이 된 분들이 많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정의는 반드시 이고 진실을 밝혀진다는 그 진리를 믿고 우리의 희망은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나가도록 해야 한다."

강병현 (사)진주민간인학살희생자유족회 회장이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사건 65주기 합동위령제'에서 추모사를 통해 이같이 호소했다. 진주유족회는 11일 오후 진주청소년수련관에서, 올해로 7회째 합동위령제를 열었다.

 강병현 (사)진주민간인학살희생자유족회(진주유족회) 회장.
강병현 (사)진주민간인학살희생자유족회(진주유족회) 회장. ⓒ 윤성효

강 회장은 "2015년 현재 대한민국은 희망적이냐"며 "그렇게 느끼는 분이 있다면 저는 정말 부럽다. 이 나라는 요즘 매일 놀라움과 실망과 좌절의 연속이기 때문"이라 말했다.

이어 "지난 1년만 되돌아 봐도 그렇다. 300명이 넘는 꽃다운 생명이 숨진 이른바 세월호 침몰 사고는 물론이고, 치사율이 40%가 넘는 중동 지역의 전염병이 그 지역을 제외하고는 세계에서 제일 많이 창궐하는데도 이 나라는 대통령부터 우왕좌왕하는 것이 일상인 나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덧붙였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자 유족들은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는데, 강 회장은 이와 관련해 "재판에서 우리 유족들이 제소한 내용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어떠하냐"고 따졌다.

그는 "한반도 곳곳에 이유 없이 숨져간 민간인들의 주검이 널려 있었는데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누가 죽였는지에 대해서도 공식적인 확인을 거부하면서, 재판에서는 인정하는 이런 나라가 어디에 있느냐"며 "원인은 잘 모르는데 결과는 조금 인정하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현실"이라 말했다.

이어 "시끄럽게 떠드니까 돈 조금 받아먹고 조용히 하라는 것이냐"며 "우리는 사실을 밝혀줄 것을 요구한다. 재판의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아버지 어머니, 우리 형님들 왜 죽어야만 했느냐. 살아남은 우리는 왜 평생 빨갱이라는 낙인이 찍혀 살아와야 했느냐.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 사건은 진정 대한민국에서는 강 건너 불이냐"고 덧붙였다.

강병현 회장은 "억울하게 죽은 우리 부모 형제들을 생각하면 국가가 반드시 밝혀 줄 것이라는 기대는 순진한 우리 유족들 생각일 뿐일까"라며 "아직도 구천을 맴돌고 있는 우리 부모 형제들의 넋은 어떻게 달래며, 이후에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어떻게 할 수 있다는 말이냐"고 말했다.

그는 "중앙정부가 하지 않으면 지방자치단체에서라도 해야 한다"며 경남도나 진주시가 이 문제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날 합동위령제에선 '헌작'과 '전통제례'에 이어 문화공연 등이 펼쳐졌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9년 3월 '한국전쟁 발발 직후 형무소 재소자 집단학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통해 "진주형무소에서는 1950년 7월 중순부터 하순까지 최소 1200여 명의 재소자와 국민보도연맹원들이 진주지구 CIC(육군 특무부대)와 헌병대 그리고 진주경찰서 경찰들에 의해 집단 살해되었다"고 밝혔다.


#민간인 학살#진주유족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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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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