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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시가 위탁한 폐기물소각장에서 일하다 해고된 노동자가 오랜 법정투쟁 끝에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승소했지만, 사측에서 상고해 대법원이 어떤 판단할지 관심을 끈다.

5일 민주노총(경남)일반노동조합에 따르면, 통영 소각장에서 일하다 해고된 A(46)씨와 관련해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되고 있다. A씨는 경남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의 심판사건에서는 '부당해고' 판정을 받지 못했지만, 법원에서는 이겼다.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제15민사부는 지난 8월 19일 A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법원은 해고된 날부터 복직시키는 날까지 임금을 지급하고, 소송비용은 회사측이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2014년 5월 열린 1심에서도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도 A씨는 승소했다.

 통영소각장에서 일하다 해고됐던 노동자 A씨가 2012년 4월 통영시청 정문 앞에서 확성기를 틀어놓고 시위를 벌이자 통영시청 앞에 방음벽이 설치되어 있기도 했다.
통영소각장에서 일하다 해고됐던 노동자 A씨가 2012년 4월 통영시청 정문 앞에서 확성기를 틀어놓고 시위를 벌이자 통영시청 앞에 방음벽이 설치되어 있기도 했다. ⓒ 윤성효

1심, 항소심 법원은 노동자 승소 판결

A씨는 과천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코오롱건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코오롱건설은 통영시와 생활쓰레기 소각처리와 재활용시설을 마련해 2003년 준공한 뒤 위탁계약을 맺었다.

코오롱건설은 2003년 '에이스텍'을 설립해 소각장 위탁업무에 대해 도급을 주었고, 2009년에는 '태동하이텍'과 위탁운영용역을 체결했다. 태동하이텍은 채용시험을 실시했고, A씨를 제외한 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2003년 12월 에이스텍에 입사해 소각장의 기술·정비팀에서 근무해 왔고, 2004년 2월 근로계약서를 체결했다. A씨는 옛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에 근거해 '입사일로부터 2년이 지났다'며 무기계약직이 되었다고 주장했지만, 코오롱건설과 에이스텍·태동하이텍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서울고등법원은 판결문에서 "에이스텍과 태동하이텍은 소각장의 운영관리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들로만 구성되어 있었을 뿐, 각 업체의 인사나 총무, 회계 등 업체 자체의 관리나 운영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나 인력은 별도로 존재하지 아니하였다"며 "소각장 근로자들은 대외적인 거래를 할 때 코오롱건설과 에이스텍·태동하이텍의 직원으로 표시를 해왔다"고 밝혔다.

또 법원은 "에이스텍·태동하이텍은 소각장 운영관리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필요한 자재 등은 모두 코오롱건설로부터 조달받아 사용했고, 작업화 안전화를 에이스텍·태동하이텍 명의로 구매했지만 비용비출은 모두 도급계약내역에 포함되어 코오롱건설에 의해 보전을 받았다"고 밝혔다.

'묵시적 근로계약관계'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에이스텍이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상실하였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그 존재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으로 볼 수는 없다"며 "A씨와 코오롱건설 사이에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근로자파견관계는 인정되었다. 재판부는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면, A씨는 에이스텍에 고용된 뒤 코오롱건설의 작업현장에 파견되어 코오롱건설로부터 직접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코오롱건설이 작성한 업무분장에 의하여 소각장의 업무조직이 구성되고, 그에 따라 에이스텍 근로자들이 작업에 배치하였으며, 코오롱건설이 에이스텍 근로자들의 작업배치와 변경에 관한 일반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코오롱건설 소속 현장소장이 에이스텍 근로자들을 직접 지휘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코오롱건설 관리팀장이 참석하는 매일 오전 회의에서 소각장 운영에 관한 업무 유의사항, 일일업무계획 등이 결정되었다"며 "코오롱건설은 현장소장과 관리팀장을 통해 에이스텍 근로자들의 근태관리에 개입했다"고 밝혔다.

근로관계 승계 여부에 대해, 재판부는 "영업양도가 이루어진 경우에 근로자가 근로관계의 승계에 관해 반대의사를 표시하였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해당 근로자의 근로관계가 양수 기업에 포괄적으로 승계된다"며 "A씨와 코오롱건설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는 포괄적으로 승계되었다고 할 것"이라 밝혔다.

A씨는 소각장에서 해고되자 통영시청 앞에서 확성기를 설치해 놓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고, 당시 통영시청 정문 앞에는 별도의 방음벽이 설치되기도 했다.

민주노총(경남)일반노동조합은 "대법원 판결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1·2심 판결은 자치단체의 파견법 위반을 인정한 사례다"며 "전국 몇몇 자치단체의 공공부문 위탁으로 인해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판결의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파견법#소각장#통영시#일반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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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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