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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립외고설립 반대를 위한 피켓시위에 나선 여수여도초등학교 5학년 2반 학생들. 이들은 15일 오후 4시부터 여수시청 민원실 앞에서도 피켓시위를 벌였다.
사립외고설립 반대를 위한 피켓시위에 나선 여수여도초등학교 5학년 2반 학생들. 이들은 15일 오후 4시부터 여수시청 민원실 앞에서도 피켓시위를 벌였다. ⓒ 오문수

지난 15일 오전 8시부터 8시 30분까지, 전라남도 여수시 여도초등학교 5학년 2반 학생 10여 명이 학교 정문에서 피켓시위에 나섰다. 이웃해 있는 여도중학교를 없애고 사립 외고를 설립하겠다는 여수시장의 공약에 반발한 것이다.

등교 시간에 정문에서 피켓시위를 한 학생들은 이어서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여수시청 민원실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였다. 다음은 학생들이 직접 문안을 작성한 피켓 글귀 내용이다.

'살려주세요. 사립외고 결사반대'
'여러분, 저희의 이야기를 무시하지 말아 주세요'
'정든 학교, 정든 선생님, 정든 친구들, 언니 오빠 동생들 헤어지지 않고 싶어요'
'저희도 저희가 원하는 학교를 다닐 권리가 있습니다'

여도초 학생 10여 명, '외고 설립 반대' 피켓 시위

여도 학원(여도초등학교와 여도중학교)은 여수 국가산업단지 대기업들이 출연해 세운 학교다. 초기에는 산단 임직원 자녀들만 다닐 수 있었으나 지금은 학교 인근 지역 학생들에게도 입학이 허용됐다.

여도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외고 설립에 반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수시에서 설정한 사립 외고 설립 예정 연도인 2017년이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중학교에 진학하는 해이기 때문이다. 여도초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학구가 같아서 모두 여도중학교에 진학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만약에 사립 외고가 설립되면 해당 부지에 있던 여도중학교가 폐교되면서 여도초등학교 학생들은 뿔뿔이 흩어져야 한다.

해당 학생들의 담임인 박미경 교사를 만나 학생들의 학급회의 과정과 피켓시위에 나선 과정을 들었다.

"대수롭지 않게 시작한 일이 이렇게 커져 버릴 줄은 몰랐어요. 처음 어머니회가 나서서 사립 외고 설립 반대를 위한 서명용지를 돌리기 시작한 때가 지난 10월 초였어요. 그걸 보고 학생들이 학급회의(10월 7일) 안건으로 올린 것이 '사립 외고 반대'였어요.

7가지 행동강령을 정한 학생들이 바로 피켓 시위를 하려고 하자 엄마들이 '경찰서에 집회신고를 해야 한다'고 해서 (지난 12일에) 가까운 쌍봉파출소에 갔어요. '여수경찰서 정보과에 신고해야 한다'고 해서 학급대표 4명이 찾아갔어요. 저는 경찰서에 신고해야 하는 줄도 몰랐어요. 경찰서가 어디 있는 줄도 모르는 학생들이었지만 그중에 여수지리를 잘 아는 학생이 선두에 섰다고 합니다."

 여수 여도초등학교 5학년 2반 학생들이 학급회의(10월 7일)에서 결정한 행동강령 7개 방안으로 1위는 '시청앞에서 시위하기', 2위는 '우리학교의 위기에 대한 글을 서울 수도권 방송국에 제출하기'가 됐다.
여수 여도초등학교 5학년 2반 학생들이 학급회의(10월 7일)에서 결정한 행동강령 7개 방안으로 1위는 '시청앞에서 시위하기', 2위는 '우리학교의 위기에 대한 글을 서울 수도권 방송국에 제출하기'가 됐다. ⓒ 오문수

학생들이 정한 7가지 강령은 ▲ 서명 운동 계속, 신문에 우리 학교 알리기 ▲ 시청 앞에 플래카드 붙이기 ▲ 시청 앞에서 시위 ▲ 시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 올리기 ▲ 우리 학교의 위기에 관한 글을 서울 수도권 방송국에 편지로 제출 ▲ 아파트나 사택에 전단지 붙이기 ▲ 우리 학교의 위기에 관한 동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기 등이다.

여수 시장은 소통 의사 밝혀, 외고 설립 공약은 유지

경찰서에 다녀온 학생들은 "경찰서에 갔더니 경찰 아저씨가 40년 동안 경찰 근무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하셨어요"라고 전했다. 담임 박미경 교사는 "학생들이 발의해 결정된 학급회의 결과가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자 당황스럽다"고 했다. 담임 박미경 교사의 얘기를 들어보았다.

"아이들은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의견을 수렴했고 실천에 나선 겁니다. 아이들의 문제해결력에 놀랐습니다."

박씨는 학부모들의 얘기를 전해줬다. "여도학원이 없어지면 우리는 순천 신대지구로 이사 갈 겁니다." 사립 외고 설립 문제로 지역 사회가 양분되고 초등학생들까지 피켓 시위에 나서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편 여수시 측은 "현재의 여도초등학교를 공립화하고, 여도중학교는 여천초등학교를 중학교로 전환해 학생들을 수용하고 현 여도중학교 자리에 사립외고를 설립해 오는 2017년 3월 개교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지난 15일 전남경기장에서 열린 여수시민의 날 행사에서 주철현 여수 시장이 시민들과 소통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주 시장은 "시민 여러분께서 가장 원하고 계시는 교육과 의료 환경 등 열악한 정주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명문 사립 외고의 설립과 전남 동부권 예술고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대학병원 유치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사립외고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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