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조금 엉뚱한 비유인지는 모르지만 한때,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라는 표어가 유행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남아선호사상을 바꿔 산아제한을 이루고자 했던 정부시책 표어 중 하나였습니다. 출산을 장려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과 비교해 보면 참 어리석은 정책이었던 게 분명합니다.

그런데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표어가 여전히 이 분야 저 분야에서 골고루 유효하다고 생각됩니다. 이 표어는 속가, 가정을 이뤄 지지고 볶으며 살아가는 일반 사람들 생활 속에서만 유효한 게 아닙니다. 승가, 독신으로 청정한 삶을 살아가는 출가 수행자 세계에서도 여전히 유효다고 생각됩니다.

속세 사람들은 결혼을 해 아들과 딸을 낳지만, 출가 수행자인 스님들은 제자를 둡니다. 출가 수행자들이 두는 제자 중에는 삭발을 하고 출가를 한 출가제자도 있고, 일상생활을 하며 가르침을 따르는 유발제자도 있습니다.

위 표어,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라는 말을 출가수행자 세계에 적용한다면 '잘 둔 유발 제자 열 삭발 제자 안 부럽다'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마음을 온전히 전하는 비법 <무비스님의 전심법요>

 <무비스님의 전심법요> (강설 무비 스님 / 펴낸곳 (주)조계종출판사 / 2015년 10월 21일 / 값 18,000원>
 <무비스님의 전심법요> (강설 무비 스님 / 펴낸곳 (주)조계종출판사 / 2015년 10월 21일 / 값 18,000원>
ⓒ (주)조계종출판사

관련사진보기

<무비스님의 전심법요>(강설 무비 스님, 펴낸곳 (주)조계종출판사)는 불교 관련 서적 다작(多作) 스님으로 널리 알려진 무비 스님이, 유발제자인 배휴 거사가 황벽 희운 스님께서 하시는 법문을 일일이 적어 기록으로 남긴 <전심법요>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 설명한 내용입니다.

어떤 문제나 글을 학술적으로 설명하는 걸 강론 또는 강설이라고 합니다. 강론은 체계적이고 논리적이어야 할 뿐 아니라 쉽고 재미있어야 합니다.

내용이 아무리 좋고 그 뜻이 깊은 바다만큼 심오하다 해도 듣거나 읽는 사람이 제대로 새기지 못해 외면하는 강설은 소 귀에 대고 읽는 공염불입니다.

무비 스님의 강설은 논리적이면서도 재미있습니다. 미로처럼 복잡한 내용도 약도를 그려나가듯 체계적으로 차곡차곡 설명하고 있어 뜻과 의미가 또렷해집니다. 암어처럼 어렵고 난해한 내용들은 사례와 비유를 들어 술술 풀어 설명해 주니 재미있습니다. 

'전심법요(傳心法要)'는 '마음의 도리를 전하는 데 요긴한 것'이라는 뜻입니다. 우린 누군가에게 이런저런 선물을 합니다. 이유없이 그냥 하는 선물은 없습니다. 축하하는 마음, 부탁하는 마음, 위로하는 마음, 격려하는 마음 등을 담아서 합니다.

때로는 전하고 싶은 마음을 말로 전하기도 하고 글로 전하기도 합니다. 수단과 방법은 제각각일지라도 가장 성공적인 선물이나 글은 전하고 싶은 마음이 온전히 다 전달되는 선물이거나 글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됩니다. 때로는 축소되고 심한 경우는 왜곡되는 경우도 없지 않으니 마음을 전하는 일을 결코 쉽지 않습니다. 마음(도리)을 전하는 데 가장 요긴한 것,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데도 비법 같은 뭔가가 있을 것입니다.

마음 알고 이심전심, 마음 전하는 비법 

'전심법요'는 바로 마음을 전하는 데 가장 요긴한 것이 무엇인가를 알려줍니다. 마음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는 비법은 바로 마음으로써 마음을 전하는 이심전심(以心傳心)입니다.

'사운이심전심(師云以心傳心)이니라
대사계서 말씀하시기를, 마음으로써 마음에 전하느니라. -<무비스님의 전심법요>  346쪽

혹 어디서 누구의 사리가 방광 방광을 했다고 합시다. 그것이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한번 빛나는 게 어쩌란 말이에요. 우리는 항상 방광하고 있잖아요. 부고, 듣고, 싸울 일이 있으면 싸우고, 웃을 일이 있으면 웃고, 슬퍼할 일이 있으면 통곡하는, 이 보다 더 큰 방광이 어디 있습니까? 이 모든 것이 달리 다른 곳에 있는 게 아니고 바로 마음에 있습니다. -<무비스님의 전심법요> 65쪽'

그냥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고만 하면 너무 막연합니다. 다 알고 있는 것에 대한 부언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마음'이 뭔지를 알아야 이심전심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요지는 바로 마음의 이치를 가르치며 그것을 깨우치는 요체입니다.

마음은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습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계속 변하고 또 변하고 있으니 가늠도 잘되지 않습니다. 내 마음이지만 나도 잘 모르는 게 마음입니다.

책에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비유와 사례를 통해 마음의 실체, 마음이 무엇인가를 가늠하거나 깨달을 수 있는 설명이 반복됩니다. 종잡을 수 없었던 마음이 실루엣처럼 감이 잡히며 실체를 더해갑니다.

<무비스님의 전심법요>를 좁은 마음으로 대하다보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깨닫게 해주는 지극히 불교적인 내용으로 읽힐 것입니다. 하지만 좀 더 넓은 마음으로 새기게 되면 평생에 걸쳐 가장 지극한 바람(소원)을 이룰 수 있게 해 줄 소원성취의 키워드가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선물을 전하고 표현을 할 때, 마음이 무엇인지를 알고, 마음을 온전히 전하는 방법을 아는 건 수신제가(修身齊家) 할 수 있는 토대,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를 이룰 수 있는 진정한 역량으로 발휘 될 것이라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 <무비스님의 전심법요> (강설 무비 스님 / 펴낸곳 (주)조계종출판사 / 2015년 10월 21일 / 값 18,000원>



무비 스님의 전심법요 강설

여천 무비 지음, 조계종출판사(2015)


#무비스님의 전심법요#무비 스님#(주)조계종출판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