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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을 의자도 제대로 없어 바닥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 촉구) 탄원엽서들을 정리하던 아이들 모습이 떠오릅니다. 폭염 열기가 사무실을 채우던 날엔 부채를 연신 부치고, 냉기가 살을 파고들던 날엔 손을 호호 불면서, 그렇게 희망을 피워내던 아이들이었지요. 얼마나 미안하고 또 가슴 뭉클하던지요.

이제, 아이들을 편하게 시원하게 따뜻하게 맞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국여성재단과 아모레퍼시픽 지원으로 산뜻한 '교육장'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이들, 시민들과 함께 가꾸어내는 만남과 실천의 보금자리를 꿈꿉니다. 여성인권, 평화가 살아 숨 쉬는 세상을 가꾸고자 하는 '꿈'입니다."

송도자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통영거제시민모임 대표가 '일본군위안부 인권평화교육장' 개소와 관련해 한 말이다. 이 모임은 오는 4일 오후 7시 통영에 교육장을 마련하고 개소식을 연다.

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통영거제시민모임은 통영시 중앙로 125번지 3층에 '일본군 위안부 인권평화교육장'을 마련하고 오는 4일 개소식을 연다. 사진은 개소식 초대장.
 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통영거제시민모임은 통영시 중앙로 125번지 3층에 '일본군 위안부 인권평화교육장'을 마련하고 오는 4일 개소식을 연다. 사진은 개소식 초대장.
ⓒ 송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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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창립 13년째인 통영거제시민모임은 그동안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이 단체는 '다가가기'라는 이름으로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문화제를 열기도 했고, 통영 남망산공원과 거제문화예술회관 쪽에 시민성금 등을 모아 '다짐비'를 세우기도 했다.

지난 10월 송도자 대표는 일본 텐리시(天理市)를 방문해 야나기모토군비행장 '조선인 강제동원 역사 설명 안내판' 재설치를 요구하는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다음은 송도자 대표와 2일 저녁에 나눈 대화다.

- 일본군위안부 인권평화교육장이 왜 필요했던 것인지?
"마땅한 장소가 없어, 통영거제 사는 학생·시민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찾아오면 제대로 교육을 못할 정도였다. 학생과 시민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생각에서 준비를 하게 되었다."

- 교육장은 어떻게 운영하나?
"일상적인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교육을 할 것이다. 특히 학생과 시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이다. 강좌도 열고 영화 상영도 할 것이다. 인권운동과 평화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하려고 한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에서도 봤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지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일제강제동원 역사에 대해 알리는 일을 하게 될 것이다."

- 무엇보다 자라나는 세대에 대한 관심이 중요할 것 같은데.
"아이들이 지난 역사에 대해, 특히 일본군위안부나 일제강점기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어야 한다. 교육장은 아이들과 엄마의 공부방 같은 역할도 할 것이다. '내가 만드는 엽서'처럼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할 것이다."

- 전국적으로 일본군위안부와 관련한 교육장이 있는지?
"이전에는 서울 정대협에 교육장이 있었고 지금은 다른 형태로 바뀌었다. 전국적으로 위안부교육장이 제대로 마련되기는 통영이 처음이라 할 수 있다."

- 교육장 운영에 경제적 어려움은 없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후원도 받을 예정이다. 프로그램 운영 경비만으로는 부담이다. 요즘 경제도 어렵고 해서 그런지 후원자가 줄어들고 있는데, 운영경비를 마련하도록 다양한 방법을 찾을 것이다."

- 그래도 시민들은 관심이 적은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학생들은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이 깊고, 크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반면에 기성세대나 시민들은 굉장히 관심이 적다. 행사를 하거나 영화제를 해도 참여가 저조하다. 교육 활동을 통해 점차 확대해 나가려고 한다."

- 최근에 일본에 다녀온 소감은?
"일본군위안부 문제 때문에 몇 차례 일본을 다녀온 적이 있다. 역사를 끊임없이 조사하고 기록물로 남기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야나기모토군비행장 '조선인 강제동원 역사 설명 안내판' 재설치 요구도, 그 나라도 소수이기는 하지만 목소리를 내는 시민들이 있었다. 현재 일본 우익 정권이지만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것을 보면서 굉장히 감동을 받았다."

송도자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 함께하는 통영거제시민모임 대표.
 송도자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 함께하는 통영거제시민모임 대표.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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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통영거제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활동이 많은 것 같은데.

"지역에서 13년째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를 돕는 일을 해오고 있다. 관심을 갖고 후원하거나 행사에 참여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지역에서 일을 하다 보면 힘이 빠질 때도 있다. 포기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곧 우리 문제라는 인식을 하고 많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 그래도 청소년들은 관심을 가지는 것 같은데.
"일본군위안부는 여성 인권, 폭력, 차별의 문제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미래세대 여성에 대한 인권이나 차별, 폭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과 같다. 내 아이 미래의 인권에 대한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 지자체의 관심은 어떤지?
"다른 지역에 비해 통영시는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높다. 남망산 공원에 다짐비를 세울 때, 통영시 담당공무원들이 적극 나섰기에 가능했다. 당시 터를 제공하면서 많은 힘이 되었다. 이후에도 이 문제에 대해 공무원들의 관심이 높다. 다른 지역도 그렇게 되었으면 한다."

-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와 관련한 조사활동도 벌이는 것으로 아는데.
"여성가족부 위탁을 받아 지난 7월부터 통영, 거제, 고성 지역에 대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당시 피해자를 찾는 활동뿐만 아니라 관련 문서나 기록을 찾는 작업도 벌이고 있다. 피해자들은 고령화되어 찾기가 쉽지 않지만, 조사를 하다 보면 그것과 관련한 이야기를 수도 없이 많이 듣는다. 위안부, 정신대, 강제징용 등과 관련해 어르신들의 구술을 듣고 있다."

- 조사작업의 성과는?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니다. 전수조사를 위해 안내 펼침막도 내걸었다. 그랬더니 그것을 보고 연락을 해오시는 분들도 있다. 당사자는 아닌데 시누이가 일제강점기 때 끌려가서 생사불명이 되었다고 하는 분도 있고, 한 동네에서 여러 명이 끌려갔다고 하는 구술도 나오고 있다."

- 기록은?
"읍면동사무소와 학교를 찾아 기록을 살펴보고 있다. 당시 학적부를 보면 '휴학' '자퇴' 등이라 적혀 있는데, 관련성을 따져보고 있다."

-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역사자료관 건립 이야기가 나오는데.
"필요하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와 관련한 자료들을 한데 모아 교육의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 기록이나 증언을 찾는 일도 결국에는 역사자료관 건립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이전에 경남도에서 역사자료관 건립 이야기가 나왔다가 지금은 중단되어 아쉽다."

덧붙이는 글 | * 일본군위안부 인권평화교육장 : 통영시 중앙로 125번지 3층. 전화/055-649-8150.



태그:#일본군위안부, #인권평화, #송도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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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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