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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취업준비생이 <오마이뉴스>에 글을 보내왔습니다. 그는 자신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신입직원 공개채용에 지원했다가 탈락했으며, 지난 2일 최종면접에서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질문을 받은 것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기고 글과 방심위 측의 반론을 함께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10월 28일 오후 서울 중화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1202차 수요집회가 초-중-고-대학생과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 1202번째 일본대사관앞 수요집회 10월 28일 오후 서울 중화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1202차 수요집회가 초-중-고-대학생과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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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평범한 취업준비생입니다.

아직 취업에 성공하지 못한 사람으로서, 이 글을 올리는 데에 수많은 망설임과 고민이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취업에 불이익이 있지는 않을까, 앞으로 공공기관에 지원하는 데에 문제가 되지는 않을까….

그런데도 이 글을 올리는 것은, 면접장에서 지원자로서 받았던 질문이 과연 타당한 것이었는지에 대해 며칠간 계속해서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위안부' 질문, 저는 당황했습니다

저는 지난 9월 준공공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대졸수준 7급 공채를 확인하고 서류지원을 했고, 1차 서류합격 후 2차 필기(종합상식 50문항), 3차 필기(1.공정성 2.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술 두 문항과 인·적성), 4차 실무면접의 네 가지 전형과정을 통과해 마침내 11월 2일 5차 최종면접을 보게 되었습니다.

덧붙이자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제정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구 방송위원회와 구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통합돼 설립된 민간기관입니다.

법률상으로는 (구)방송통신위원회에서 심의 기능만 따로 떼어 독립한 민간기관이지만, 국가 세금으로 운영되며 위원장을 포함한 9인의 심의위원이 정치권과 긴밀한 연관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영향을 많이 받는 준공공기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4차 실무면접 때는 5명의 면접관과 5명의 지원자가 5대 5 형태로 면접을 봤는데 이때 받은 질문은 방심위와 지원자에 대한 평범하고 실무적인 질문이라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최종면접 때는 달랐습니다. 면접관 3명 대 면접자 1명으로 개별면접을 5분 동안 진행하였는데, 면접관 한 명당 질문 하나씩을 던져 총 3개 질문으로 평가받는 자리였습니다.

최종면접의 면접관은 세 분이었는데, 가운데 박효종 위원장, 박효종 위원장님 좌측에 장낙인 상임위원, 위원장님 우측에 김성묵 부위원장이 계셨습니다. 당시 저는 면접장에 들어가 가볍게 인사했고, 제게 박효종 위원장님이 제일 먼저 질문하셨습니다

"표현의 자유는 어떤 경우에 제약되어야 하는가?"

이 문제는 앞서 3차 필기 때 논술로 나온 주제였기에, 저는 그 때 답안에 썼던 나름의 생각대로 답했고, 좀 더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말해보라기에 예시를 들어 대답했습니다. 

그 후 김성묵 부위원장이 다음과 같이 질문하셨습니다.

"어제 한·중·일 회담이 이루어졌는데, 최근 위안부 문제로 한일 관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면 지원자는 한일 간의 협력을 위해 위안부 문제를 잠시 덮고 지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그럼에도 끝까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부위원장님은 실제로 이렇게 얼버무리셨습니다. 면접이 이뤄졌던 11월 2일, 대기실에서 대기하면서 아모레퍼시픽 면접에서 나온 국정화 교과서 질문 관련 기사를 읽었었기에 당혹감이 매우 컸습니다(2일 아모레퍼시픽 신입사원 면접 당시 사측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의견을 물었고, 이에 부정적으로 대답한 면접자가 불합격했다는 내용-기자 주).

위안부 문제는 민감한 정치적 사안으로, 해당 지원자의 정치적 성향을 알아볼 수 있는 문제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했습니다. 또 앞서 표현의 자유가 언제 제약될 수 있느냐고 물어본 후, '한일 관계가 위안부 문제로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위안부 문제를 잠시 덮고 넘어가야 하느냐 아니면 그럼에도 끝까지 주장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하는 것의 맥락 자체에, 저는 이미 답이 정해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면접관님의 질문에는 이미 '위안부 문제 때문에 한일 관계의 정상화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습니다. 이 면접 질문을 제가 정치적 의도로 해석한 것은 이 모든 질문의 맥락과, 면접관님이 던진 질문의 이런 전제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상당히 당황했지만, 생각을 정리하여 위안부 문제는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요지의 주장으로 국가와 국민의 의무에 대한 원론적인 대답을 했습니다. 면접관님은 좀 더 구체적으로 자세히 말해보라며 말을 끊으셨습니다. 이에 저는 국가 협약으로 인한 이익도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위안부 문제를 덮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대답했습니다.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뭐라고 더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야 했을까요? 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한편으로는 위안부 문제를 덮고 넘어가야 하느냐, 아니면 끝까지 주장해야 하느냐에 대한 질문이 방송통신심의 업무와 무슨 관련이 있었는지 역시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설립 목적은 방송 및 통신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고, 올바른 방송·통신 문화 확립을 통해 공익과 국민 삶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이는 박효종 위원장님의 홈페이지 소개 글에도 분명히 쓰여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제가 최종면접장에서 받았던 위안부 관련 질문이 이러한 올바른 방송·통신 문화 확립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장낙인 위원님의 질문은 방송통신 심의가 왜 필요하냐는 것으로, 실무와 관련된 질문이었습니다.

이 세 가지 질문에 대답하고, 저는 시간이 다 되었다는 말을 듣고 면접장을 나왔고, 바로 이튿날인 11월 3일 화요일 면접에서 탈락했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탈락 후, 그때 '표현의 자유는 이러이러한 때에 제약될 수 있으므로 위안부 문제는 이러이러한 관점에서 잠시 덮어둬야 한다'라는 요지로 대답했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해서 저를 괴롭혔습니다. '그깟 소신이 뭐라고, 취업보다 중요한가. 내 코가 석자인데 그딴 개인적인 자존심이 뭐가 중요해'와 같은 자조적인 생각과 한편으론 이런 질문이 주어진 상황 자체에 대한 원망, 그리고 또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똑같은 대답을 할 것 같다는 생각까지….

'서류와 두 차례에 걸친 필기, 실무면접까지 통과해서 겨우 이 자리에 왔었는데…'라는 허탈함은 물론, 수만 가지의 복잡한 생각 탓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저의 대답이 제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만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반적인 질문에 미흡하게 답했을 수도 있었고, 저보다 더 뛰어난 지원자가 많아서였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저는 위의 세 가지 질문만으로 평가 받았고, 세 질문 중 어느 하나가 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질문 중 하나였던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질문 역시 당락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제가 알아본 바로는, 면접을 담당한 위원분들(위원장 포함)은 정치적 성향이 뚜렷한 분들이셨습니다. 적어도 박효종 위원장님은 대표적인 뉴라이트 계열의 교과서포럼 회장으로 활동하며 '일본의 식민 지배가 한국 근대화의 초석을 닦았다', 5·16쿠데타를 두고 "쿠데타이기도 하고 혁명이기도 하다"는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던 분입니다. 또 지난 대선에서 정치발전위원으로 박근혜 캠프에 참여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분과위 간사를 지내 "청와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사"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습니다.

면접관님들의 정치적 성향은 개인적 자유이자 권리이지만, 면접장에서 한일 관계와 위안부 문제와 같은 정치적 질문으로 지원자를 평가하셨다면 본인의 정치적 성향과 별개로 공정히 평가를 하실 수 있었을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또 애초에 이런 정치적인 질문이 왜 세 가지 최종 면접질문 중 한 가지였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따름입니다.

사실 10월 17일에 봤던 3차 필기 때 인·적성의 인성 검사 문항에서도, 아버지 직업을 4지선다 문항으로 물어보는 항목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1번 사무직-2번 기타-3번 전문직-4번 신체노동직. 이렇게 네 항목으로 아버지 직업을 OMR카드에 표시하게 돼 있는 인성 문항이 있었던 건 분명합니다.

그 날 논술 주제 중 한 가지가 공정성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에, 공정성을 물으면서 정작 아버지 직업을 인성검사에서 묻는 모순을 느끼고는 쓰게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방심위의 사무총장님과 위원분들의 약력을 보면, 방송 및 언론 분야에서 굵직한 실무 경력을 쌓은 분들이 다수 계십니다. 중앙일보 편집장, KBS 부사장, 신문방송학과 교수….

방심위는 인원이 적고 역사가 짧아서 그런지, 정보를 찾기가 정말 힘든 곳입니다. 공무원 준비 온라인 카페, 언론인 준비 온라인 카페는 물론 각종 포털을 검색해 봐도 정보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이런 면접 후기도 거의 올라오지 않기 때문에 일반 포털에는 글을 올릴 수 없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사실 이분들이 보유하고 계신 수많은 언론계 인맥으로 나중에 제 실명쯤은 쉽게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계속 듭니다. 부디 그런 일이 없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또 제 이야기가 헛되이 묻히지 않고, 앞으로 올바른 면접문화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김성묵 위원장 "불이익 없었다"
이와 관련, 당시 면접관으로 참여한 김성묵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부위원장은 9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그렇게 질문한 적은 있다"면서도 "(질문과) 채용 결과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라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당시 한·중·일 정상회담 때 걸림돌이 되는 게 한일 위안부 문제였지 않나"라며 "시사 감각이 어떤지, 신문·뉴스 접속 빈도가 어느 정도인지 보려고 질문한 것이다, 저도 면접자를 기억하는데 대답을 잘 했고 따라서 불이익은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태그:#면접 질문, #방심위 면접, #방심위 박효종, #방심위 위안부, #방심위 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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