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어디서나 연결되는 시대인데 서울 조계종 총무원에서는 못 보는 인터넷 뉴스 사이트가 있다. 앞으로 전국 교구 본사에서도 이 사이트를 못 연다. 조계종단 승려들은 이 매체 기자들과 인터뷰할 수 없고, 광고도 못 한다. 심지어 기자들이 사찰에 들어가면 쫓아낸다. 이 사이트에 걸린 12개의 배너 광고도 삭제했다. 대체 무슨 짓을 저질렀기에 자비를 추구하는 조계종단이 이토록 험악할까?
"졸지에 불가촉천민이 됐다. 부처님도 인도 카스트 제도를 없애려고 노력했는데..."이석만 <불교닷컴> 대표(49)는 웃었다. 허탈한 표정이다. 지난 12일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인 그를 찾아갔다. 사무실 대형 유리창 밖으로 조계사 앞마당이 내려다 보였다. 수능을 치르는 날이어서 대웅전 앞에 30여 명의 신도들이 기도를 했다. 눈앞에 보이는 그곳은 이제 '금단의 땅', 취재할 수 없다.
"조계종의 모습이 전두환 정권 때의 'K(king)공작'과 너무 닮았다."1980년 당시 전두환 신군부는 '사이비, 공갈 언론 척결'이라는 명분으로 보안사령부 안에 정보처를 신설해서 언론을 통제했다. '전두환 각하'가 모든 TV 뉴스 첫머리에 등장한 것을 빗댄 '땡전 뉴스'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이 대표는 '조계종단판 K공작'의 꼭대기에는 자승 총무원장이 앉아 있다고 보았다. 우선 이 대표가 'K공작'을 떠올린 서슬 퍼런 조치부터 살펴보자.
[해종 언론?] "악성 매체... 악의적 비방""광고 게재 계약 종료에 따라 귀사의 홈페이지 메인에 게재되어 있는 템플스테이 광고 배너를 삭제해 줄 것을 정중히 요청 드립니다."지난 11월 9일 <불교닷컴> 사무실로 '광고 배너 게재 중단 요청서'가 날아왔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이 보낸 공문서다. 그 뒤 닷컴 홈페이지에 걸린 불교계의 다른 광고도 줄줄이 내려왔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광고 중단 이유를 '계약 종료'라고 달았지만 다른 사연이 있다.
"악성 매체, 이래서 해종 언론입니다."그날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의원들이 낸 성명서 제목이다. 해종(害宗), 즉 조계종단을 해치는 언론이라는 뜻이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해종 매체들은 이러한 종도들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보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문구를 경쟁적으로 보도하며 종도들을 분열시키고 종단의 질서를 유린해왔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4일 조계종단의 국회격인 중앙종회는 '해종 언론' 결의문을 채택하고 공동대책위원회 구성을 결의했다. 대책위 내부 문건에 따르면 메머드급 규모다. (공동) 위원장으로 교구본사 주지, 중앙종회의원, 총무원 집행부, 동국대학교, 중앙신도회장, 포교단체, 전국 비구니회 등이다. 9~15명의 위원을 선임할 예정이고, 대변인과 집행위원 등을 둔다고 적혀 있다.
대책위원회는 '해종 언론 보도에 대한 심층 분석(필요시 외부 용역)해서 자료집을 제작'하고, '즉각적이고 효율적인 법률대응을 위한 법무법인과 업무협약을 체결한다'고 했다. 기관별 해종언론 대응계획에는 사이트 접속 차단뿐만 아니라 '해종언론 광고 및 후원, 인터뷰 등 진행 기관 및 사찰에 대한 조치(감사 시행)' 등이 적혀 있다. 또 '조계사 또는 용주사 신도 등 10여 명을 조직해서 해종 언론 앞에서 1인 시위도 하겠다'는 내용도 있다.
[대체, 왜?] "우리는 미운털이 박혔다"인터넷 매체인 <불교닷컴>은 지난 2006년 1월 창간했다. 창간 모토는 '조고각하(照顧脚下)'. 원오극근 선사가 <벽암록> 제 1칙에서 밝힌 말인데 "각자 발밑을 살펴보라"는 의미다. 불교 신도이기도 한 이 대표는 "사회의 목탁이 되어야 할 불교가 부패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게 안타까웠다"면서 "곰팡이를 하나씩 햇볕에 드러내어 퇴치한다면 불교가 온전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불교계 최대 권력, 조계종단이 융단폭격을 쏟아붓는 이 매체 직원은 기자를 포함해 고작 5명이다. 하지만 불교계에서는 많은 독자층을 갖고 있다. 랭키닷컴에 등록된 종교계 매체 중 불교계 언론으로서는 유일하게 항상 10위권 안에 있다. 작지만 강한 이 매체가 쏟아내는 불편한 진실, 조계종단에게는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미운털이 박혔다. 자승 총무원장 기사 때문이다. 첫 번째는 자승 원장이 33대 총무원장 선거 때 장주 스님과 밀약서에 사인한 것을 보도했다. 밀약서에는 '종단 운영에 있어서 인사문제는 장주 스님과 합의하여 처리한다. 부원장 제도를 신설한다' 등 3개항이 담겨 있다. 두 번째는 최근 자승 원장과, 경제사범으로 구속된 은인표 전일저축은행 전 대주주와의 커넥션 의혹을 제기한 <뉴스타파> 보도를 두 번에 걸쳐 인용했다. 그 이전에도 자승 원장이 MB 선거 캠프에서 상임 고문을 지낸 것을 특종 보도했다." 연거푸 특종, 조계종은 불편하다?그는 특히 "첫 번째 '밀약서'에 사인한 자승 원장 필적을 확인하려고 법원이 (자승원장을) 수차례 불렀는데도 1년 동안 한 번도 출석을 하지 않았다"면서 "판사도 재판장에서 '본인(자승 원장)의 것이 맞다고 본다. 다음에 선고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불교닷컴>이 주요하게 보도하는 기사도 대부분 조계종 총무원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들이다. <불교닷컴>은 "용주사 주지가 출가한 이후에 처를 뒀고 쌍둥이 아들도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이 보도 이후 용주사 신도들이 연일 '주지 퇴진'을 외치며 시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용주사 주지인 성월스님은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라며 신도들을 고소했다.
최근 동국대 파행도 주도적으로 보도했다.
"자승 총무원장이 부당하게 사학재단 총장 인사에 개입한 사실을 보도했고, 총장으로 내정된 인사의 논문 표절을 밝혔다. 이런데도 총장 임명을 강행하려고 이사회를 장악했는데 이사장은 탱화 절도 의혹을 받는 승려다. 이사에는 사기횡령 혐의로 구속된 전력이 있는 승려, 지하에서 성매매를 하는 룸살롱이 있는 러브모텔을 직접 운영하는 승려가 포함됐다. 더 황당한 것은 교수와 학생들이 이사회를 방해할까 두려워서 초등학교 지하 강당에서 이사회를 열어 총장을 뽑았다."여기서 보충 설명이 필요하다. 탱화 절도 의혹을 받는 승려는 "탱화를 분실한 것이지 훔친 게 아니다"라고 반론을 펴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조계종법상 탱화를 분실하면 처벌받지 않고, 분실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에 처벌을 받는다"면서 "이런데도 그는 신고를 하지 않고 가짜 그림을 그렸다"고 말했다. 이 승려는 <불교닷컴> 등을 형사고소했고, 이를 보도한 여러 언론사 등을 상대로 언론중재위에 중재신청을 했지만 대부분 '중재 불성립' 됐다.
또 러브모텔을 운영하는 승려의 경우 <불교닷컴>의 현장 취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이 모텔의 2층에서 성매매 여성들이 대기하는 방도 확인했다. 하지만 그 승려는 <불교닷컴> 취재진에 "성매매 사실은 모르는 일이며, 모친에게 물려받은 재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계종 승려들의 학내문제 개입은 부도덕한 이사, 총장 선출로 이어졌다. 동국대 총학생회 김건중 부회장은 30일 넘게 목숨을 건 단식을 하고 있다. 두 명의 교수가 10일째 단식에 동참했고, 한 교직원은 해고를 각오하고 4일째 동조단식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승려들의 탐욕이 빚어낸 동국대 장악 사태는 학문의 전당을 종단 정치의 싸움판으로 만들었다"면서 "이 사건을 보도해 동국대 학교법인으로부터 1억 손배소 소송을 당했다"고 말했다. 동국대 문제뿐만이 아니다.
"중앙종회는 최근 영담 스님을 제명했다. 79명이 참석해서 61명이 찬성했다. 본회의에 참석해 임시의장으로 불교계의 자성을 촉구한 발언 등을 문제 삼아 징계했다. 종헌(조계종 헌법)에 종회 본회의 발언은 면책특권이 있다. 그걸 위반하면서까지 바른 말하는 스님을 제명했다."[백양사 도박 특종보도, 그 후] 폭행당해 이 4개 뽑아내고 정신과 치료
그는 2012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백양사 도박사건'을 특종보도했다. 배경은 백양사 관광호텔방. 동영상이 찍히는 것도 모르고 방장 스님 49재를 모시러 왔던 승려들은 웃통을 벗고 담배를 태우면서 도박판을 벌였다. 고급 술병이 뒹굴었다.
제보자로부터 영상을 넘겨받은 이 대표는 수십 번 돌려가면서 승려의 얼굴을 확인했다. 조계종단의 고위직이 대부분이었다. 반론권 보장 차원에서 전화를 돌렸다. 모두 부인했다. 그는 속세보다 더 진흙탕인 불교계 일부 권력자들의 맨얼굴을 폭로했다.
"자승 원장이 108배 했고, 대대적인 종단 쇄신안을 발표했다. 도지사급인 교구 본사 주지들이 조계사에서 참회했다. 자승 원장은 '재임에 연연하지 않겠다'면서 출마포기를 선언했다. 그런데 모두 '쇼'였다. 자승 원장은 재임을 했다. 21개 사찰과 단체들이 <불교닷컴>을 부도덕한 언론으로 매도하는 성명서를 냈다. 불교 언론들은 앵무새처럼 받아 적었다. 그해 6월22일 중앙종회는 우리 소명도 듣지 않고 출입 금지, 광고 금지, 취재 거부를 결의했다."그 뒤 510일 동안 <불교닷컴>은 '광고 제로' 상태로 버텼다고 한다. 그 사이에 이런 일도 있었다. 2013년 3월 18일은 그가 평생 잊지 못할 날이다. 광고 중단 조치를 철회해줄 것을 요청하려고 23명의 승려들이 모인 서울 인사동 한 음식점에 갔다가 죽도록 맞았다. 조계사의 한 승려는 그를 5분 동안 팼다. 다른 승려들은 말리지 않았다.
당시 폭행을 한 승려는 300만원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이 대표는 그 사건으로 이를 4개나 뽑아냈다. 그 전에 신장을 이식했는데 혈뇨가 나왔다. 병원에 입원했더니 정신과 치료도 받아야 한다는 소견이 나왔다.
"정신과 약으로는 도저히 치료를 못하니 전기 충격 요법을 적용하자고 해서, 입에 마우스피스까지 끼웠다. 전기의자에 앉으니 비참했다.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전기충격 장치를 떼어내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의사가 막았다. 결국 '각서'를 쓰고 집으로 돌아왔다."
왜 이 일을 계속하나? 이런 그였다. 이 대표는 최근 모든 보험을 깼다. 연금과 적금통장도 비웠다. 폭행 후유증으로 치료중이기에 질병에 대한 실비 보험만 남겨 뒀다. 이유는 단 하나다.
"510일보다 더 긴 싸움을 버텨야 한다."마지막으로 그에게 물었다. 왜 이 일을 계속 하냐고.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교과서를 만들려 하듯이 불교계도 '국정 언론'을 만들려고 한다. 부처님은 모든 게 고정불변한 실체가 없다고 설하셨는데, 썩은 자들이 자기만을 찬양하게 만들었다. '생사가 일여'하다는 부처님 말씀을 악용하면서 탐욕의 금자탑을 쌓았다. 불의에 침묵하고 불이익에 득달같이 달려든다. 부처님이 살아계셨던 2700년의 거리만큼 불교가 본뜻과 멀어졌다. 권력을 잡은 일부 승려들 때문에 불교가 싸잡아 욕먹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조고각하'를 거듭 생각하게 하는 언론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조고각하.' 조계종 총무원 계단에도 이 말이 쓰여 있다. 상처투성이의 이 대표가 오를 수 없는 계단, 승려들은 오늘도 이 계단을 밟고 부처님 앞으로 향하고 있다.
기자는 기사로 말한다. 이들과의 기나긴 싸움을 준비하는 이 대표가 그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전도몽상'(顚倒夢想)이란다. 반야심경에 나와 있는 말이다. '전도'는 모든 사물을 바르게 보지 못하고 거꾸로 보는 것이고 '몽상'은 헛된 꿈을 꾸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꿈인 줄을 모르고 현실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권력승의 부패한 살점을 도려내서 청정 불교를 만드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은 것이다.
"해종매체" vs "음해" 조계종단의 반론 및 이 대표의 재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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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9일 조계종 중앙종회 일부 의원 명의로 발표된 성명서에는 <불교닷컴> 등을 '해종 언론'으로 분류한 세 가지 이유가 나와 있다. 이들은 "<불교닷컴>이 국정원과 결탁한 의혹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고, "모 사찰의 납골당 불법 운영 등의 문제를 덮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불교닷컴>이 추악한 방법을 동원하여 고의적 탈세를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백양사 도박사건을 보도한 뒤에 조계종 일각에서 우리가 국정원과 결탁했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고 있다"면서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되레 우리 명예를 훼손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 사찰의 문제를 의혹제기 차원에서 불교계 언론사가 보도한 적이 있는데, 비리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동국대 총장을 둘러싼 부당 인사 개입 사건이 불거지고 있는데 이조차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신문사 기사를 검증도 안한 채 인용해서 우릴 흠집 내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고의적 탈세' 의혹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불교계의 비리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던 1년여 전에 탈루, 사기, 횡령 등의 혐의로 고소를 당했지만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면서 "혐의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성명서에 적어 발표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조계종 총무원은 홈페이지에 '해종언론대책위 공동지침' 배너를 걸었다.
"취재지원 중단, 출입금지 조치, 광고, 후원 중단, 기게재(전에 게재한) 광고 삭제, 보도자료 배포, 간담회, 인터뷰 금지, 해당언론 접속 금지."
조계종 총무원의 한 관계자에게 그 이유를 묻자 "자극적인 기사 제목과 기사에 딸린 댓글이 불교를 폄훼하는 내용이었고 지속적으로 진행됐기에 취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바른 소리를 하는 언론에 재갈을 물린다고 비리가 없어지지는 않는다"면서 "사이트 접속을 막고 광고하는 사찰을 감시하겠다는 것은 박정희, 전두환도 하지 않은 짓이고 댓글을 문제 삼아 출입을 정지하는 발상은 코미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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