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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타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에 대한 무죄 선고가 난 1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가토 전 지국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타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에 대한 무죄 선고가 난 1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가토 전 지국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이희훈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에 대한 무죄 선고가 난 1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가토 전 지국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에 대한 무죄 선고가 난 1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가토 전 지국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이희훈

"민·형사상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던 한국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과 정윤회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던 가토 다쓰야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의 무죄 판결에 대해 "한·일관계 개선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환영 입장을 밝혔다.

정부의 입장이 돌변한 것도 어리둥절하지만, 애초 죄가 안 되는 일로 외국 언론인을 1년 4개월 동안 괴롭히며 '언론 자유 후진국'이란 오명만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7일 서울중앙지법은 "특히 공직자에 대한 비판은 가능한 보장되어야 하며 공직자의 지위가 높거나 권한이 클수록 보장의 범위도 넓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지난해 8월 검찰이 가토 지국장을 출국금지한 때부터 많은 언론과 법조인들이 비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판결이 내려지기 직전, 외교부는 '일본 측의 선처 요청을 참작해달라'는 공문을 법무부에 보낸 걸로 확인됐다. 법무부는 검찰을 통해 재판부에 외교부의 선처 호소 내용을 제출했다. 가토 전 지국장 변호인들에 따르면 이 문서가 재판부에 제출된 건 지난 15일로, 선고가 이뤄지기 겨우 이틀 전이다.

외교부의 선처 호소가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긴 어렵다. 가토 전 지국장의 변호인인 전준영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원래 선고기일이 11월 26일이었는데 한번 연기해 오늘 선고한 것이기 때문에 사건기록을 검토하고 판결문을 쓸 시간은 충분했다고 본다"며 "외교부 문서를 판결에 반영했을 거라는 건 시간상으로도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외교부가 재판부에 일본 측의 선처 호소를 전달하며 참작해 줄 것을 요청한 건 '한국 정부는 양국 관계 악화를 원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서일 가능성이 높다. 가토 전 지국장이 유죄를 받아 일본 정부의 강력한 항의가 제기되면 '면피용'으로, 무죄를 받으면 '한·일관계 개선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성립된다.

하지만, 애초 기소할 거리가 되지 않는 일을 국내외의 비판을 무릅쓰고 강행한 일은 두고 두고 '무리한 명예훼손 기소 사례' 혹은 '대통령 심기 경호수사'라는 혹평에 시달릴 걸로 보인다.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난해 8월 7일 가토 전 지국장의 칼럼에 대해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걸 기사로 썼다. 민·형사상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며 "거짓말을 해서 독자 한 명을 늘릴지 모르겠지만, 엄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기소 거리 안 되는 일에 강력했던 처벌 의지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에 대한 무죄 선고가 난 1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가토 전 지국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에 대한 무죄 선고가 난 1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가토 전 지국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이희훈

명예훼손죄는 피해 당사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기소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검찰은 우선 피해자의 처벌 의사부터 확인하는 게 보통이다. 박 대통령이 직접 가토 지국장을 처벌해달라고 말하진 않았지만 검찰은 윤 수석의 발언을 박 대통령의 처벌 의사로 간주하고 조사와 기소를 진행했다. 많은 언론이 '청와대 하명수사'라 지칭하는 이유다.

17일 무죄 선고 직후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가토 전 지국장은 "(검찰은) 이 피의자는 꼭 유죄로 만들겠다,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갖고 모든 진술을 그 쪽으로 끌어들여 조합하면서 유죄로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조사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검찰의 처벌의지는 강력했다.

'강력처벌'이었던 정부의 입장이 '무죄 환영'으로 바뀐 것이다. 외교부는 재판부에 제출한 문서에서 최근 한·일관계가 개선될 조짐이라고 언급하며 '오는 18일이 한일 기본조약 발효 50주년이니 일본 측의 요청을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관계의 변화로 가토 전 지국장의 처벌 필요성도 없어졌다는 것이다.

가토 전 지국장은 문제의 칼럼을 쓴 이유로 여러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로부터 고발을 당했고 검찰은 기다렸다는 듯 출국정지하고 이틀 뒤 곧바로 소환조사했다. 출국정지는 9개월 여가 지나서야 풀렸고, 약 1년 4개월 동안 검찰 조사 및 재판을 받았다.

가토 전 지국장 출국정지에서부터 무죄 판결까지의 상황이 일본은 물론 해외 언론에 상세히 보도됐다. 언론의 자유나 인권 문제에는 어떤 고려도 없이 외교 상황에 따라 외국 기자의 처벌을 원하기도 하고 선처를 호소하기도 하는 한국 정부의 무원칙한 행태도 함께 알려지게 됐다.

급기야 일본의 극우세력을 대변하며 한국을 폄하하는 보도를 이어온 <산케이신문>의 기자에게 "공인 중에 공인인 대통령에 대한 기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기소하는 이런 일이 근대적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생각해주기 바란다", "최근 한국의 언론 자유를 둘러싼 상황은 매우 우려할 만한 상태가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는 비판을 듣는 상황이 됐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가토 다쓰야#산케이#박근혜 7시간#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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