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풍상회는 SNS를 통해 상인회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는 장문의 글을 게시했다. 청풍상회는 2013년 말에 청년 다섯 명이 강화풍물시장에 피자가게를 차렸다. 초기 하루하루 먹고 살 길을 걱정했던 청년들은 지난 3월에는 월 1000만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건실한 자영업자가 되었다.
청풍상회의 게시글에 따르면 인천광역시 강화군 강화풍물시장에 입점한 가게들은 강화군청과 임대계약을 하게 된다. 청풍상회는 오는 31일부로 계약이 만료되기에 재계약 의사를 강화군청에 전달했지만, 계약 만료를 2주 남겨 둔 시점에서 군청은 상인회의 추천서를 받아오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상인회 갑질" vs. "사실 무근"그런데 청풍상회 측에 따르면 상인회는 추천서를 요청한 이들에게 '괘씸죄'라는 이유로 추천서를 써주기를 거부하며 아래와 같은 단서조항을 제시했다고 한다.
1)우선 장사는 12월 31일부로 그만둔다. 2)아침 9시마다 상인회장에게 문안인사 드린다. 3)2~3개월동안 시장 1층 카페에 대기하고 있으며 부르면 언제든지 나와서 시장의 허드렛일을 도맡아한다.이렇게 2~3개월을 지내보고 '하는 것 봐서' 추천서를 줄 것이며, 이를 못 받아 들인다면 사람을 고용해서 직접 운영할 것이라는 것이 청풍상회 청년들이 접한 상인회 측의 입장이었다고 한다.
기자가 상인회 사무실에 연락을 취해 들은 이야기는 사뭇 달랐다. 전화를 받은 상인회 관계자는 "아들같은 청년들이 이런 고발을 한 것에 대해서 배신감을 느끼는 상인도 많다"며 "상인회 회장님과 청풍상회 청년들이 간담회를 가진 적은 있지만, 추천서를 써달라고 요청한 적은 자신이 아는 한에서 없었다"고 응답했다. 또 허탈한 목소리로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문안인사를 요청합니까?"라고 덧붙였다.
청풍시장에는 매일 개장을 하기 전 오전 9시 반에 국민체조를 함께 하고, 음악을 함께 듣는다고 한다. 당일 생일인 사람에게 축하 인사도 전하고 '사랑해,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구호도 함께 외치며 하루를 시작한다고 한다.
최근 젠트리피케이션(구도심이 번성해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쫓겨나는 현상)문제가 이슈다. 녹색당은 지난달 서울시의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지적하며 서울시의 임대인-임차인의 상생협약 추진은 의미 있지만, 그것이 "'임대인 중심'의 정책이라는 점은 근본적인 문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임대차 계약문제는 강화풍물시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 달 극적으로 협상이 타결된 홍대의 삼통치킨, 유명가수 싸이와 카페 테이크아웃드로잉, 더 거슬러 올라가면 칼국수집 두리반까지 이미 우리 생활의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청년들에게 이러한 문제는 다른 계층에 비해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청풍상회가 강화 풍물시장에 들어오게 된 계기는 시장청년창업이라는 중소기업청의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서다. 청풍상회의 게시글에서 주장하듯 계약연장을 위해서는 군청이 말한 상인회의 추천서가 필요하다면, 이는 깊은 고민이 없이 만들어진 정책 자체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상인회 관계자의 '기사를 안 내주면 좋겠는데. 내줘도 좋게좋게 써줬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함께 잘 지내야 될 사람들인데.'라는 말에서는 청년들을 미워한다기 보다는 오해가 어서 풀리길 바라는 마음이 느껴졌다.
청년 전통시장 창업의 경우 이미 있던 상인들과 새로 유입된 청년층들의 문화와 정서는 다르다. 그 미묘한 차이 때문에 의사소통과정에서 오해가 쌓여 이런 식으로 표출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전통시장 청년창업의 경우 성공적인 청년정책 모델의 하나로, 많은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한 경제적 지원 뿐만이 아니라 이러한 세대에 따른 문화적, 정서적 차이도 정책 설계에 고려하는 2세대 시장청년창업 정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청풍상회도 상인회도 이 사회의 절대적 기득권은 아니다. 청년과 상인 모두 상처받지 않고 이번 일이 잘 해결되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