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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Black on Gray) 203.3 x 175.5 cm. Acrylic on canvas,1969
▲ Untitled (Black on Gray) 203.3 x 175.5 cm. Acrylic on canvas,1969
ⓒ Kate Rothko Prizel & C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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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복잡합니다. 수많은 정보의 홍수, 수많은 볼거리와 읽을 거리, 봐야할 것들과 가봐야 할 곳들. 무언가 늘 미진한 듯 쫓기는 하루. 현대인의 삶에서 '단순함' 또는 '침묵'은 어렵게 애써 찾아야만 할 그 무엇입니다.

마크 로스코(Mark Rothko, 1903~1970년)의 그림은 복잡하고 심사가 어지로울 때 보면 명쾌하게 가라앉히는 힘이 있습니다. 침묵과 고요. 음악으로 말한다면 결코 왈츠가 아닙니다. 슬프고 장중한 교향곡입니다. 한없이 펼쳐진 히말라야 설산과 같은, 그래서 그 아름다움에 모든 것이 정지해버리는 듯한 그런 그림입니다.

마크 로스코의 그림은 단순합니다. 색은 몇 가지를 쓰지 않습니다. 어떤 이는 우스개 소리로 말하죠. "내게 그림 물감을 준다면 나도 로스코처럼 그릴 수 있다"고 말이죠. 틀린 말은 아닙니다. 따라하기 쉬운 그림이죠. 하지만 그의 그림을 마주한 적이 있다면, 그리고 회화의 터치감이 주는 '힘'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런 말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만큼 단순하기에 그 단순한 색채가 주는 강렬함은 우리를 사로잡습니다. 복잡한 생각을 버려라, 삶의 궁극적인 슬픔을 보아라, 그리고 침묵의 위대함과 마주하라. 그림은 이렇게 말합니다.

로스코는 전시회 때면 전시공간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합니다. 특히 작품 앞에 등받이 의자를 갖다 놓아 달라고 했습니다. 사람들이 거기에 앉아서 한없이 볼 수 있도록 말이죠. 바쁘게 하루 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화가가 마련해준 '공간' 앞에서 사람들은 귀한 침묵과 마주하였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로스코의 그림 앞에 서면 운다고 합니다. 삶의 무게, 깊은 침묵, 잊고 지냈던 나 자산과 마주하는 일은 어렵습니다. 그림을 바라보다가 문득 남루한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되면, 서글프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왠지 모를 자기 연민에 빠지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마크 로스코의 생애 마지막 작업은 텍사스 휴스턴에 있는 성 토마스대학의 벽화 작업이었습니다. 그의 그림은 예수님이 피흘리는 성화도 아니었고, 부활의 기쁨을 노래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단순하고 깊은 블루였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영혼을 달래주는 교회와 로스코는 잘 어울립니다. 그의 그림은 세상을 떠돌던 우리의 마음을 다잡아 진정한 자신과 조우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하지만 로스코는 이 교회의 봉헌 1주년 기념 미사도 보지 못한채, 스스로 세상을 버렸습니다.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 동맥경화로 그의 말년은 무척 괴로웠다고 합니다. 로스코는 절망에 빠져있는 그 순간에도 그림을 통해 구원을 호소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오늘도 그의 그림 앞에서 명상에 잠겨봅니다. 생의 유한함과 예술의 아름다움, 그 사이에서 창조물을 던져주고 간 예술가를 생각해 봅니다.


#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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