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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안의 작은 도시국가. 우리는 이 작은 나라를 바티칸시국이라 부릅니다. 바티칸시국은 우리나라 여의도 면적의 1/19에 해당하는 0.44㎢에 불과한 작은 독립국가입니다. 우리 경복궁보다 조금 넓은 면적이라고 합니다. 인구 또한 1000여 명의 세계 최소국가이지만, 그 영향력은 세계 여느 나라보다도 막강합니다. 그것은 바티칸시국이 가톨릭의 중심지요, 전 세계 10억 가톨릭 신자의 정신적 고향이기 때문입니다. 

바티칸시국의 중심에는 산 피에트로 대성당이 있습니다. 흔히 성 베드로 대성당이라고 부릅니다. 이곳에 교황이 있습니다. 교황은 가톨릭의 지도자로서 그가 들려주는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는 전 세계인에게 큰 울림으로 작용하여 많은 영향을 줍니다. 작지만 큰 바티칸의 위력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성 베드로 성당의 예술품들

교황청이 있는 바티칸의 성 베르로 대성당은 초대 교황 성 베드로의 무덤 위에 세워진 성당입니다. 가톨릭을 공인한 콘스탄니누스 대제가 4세기에 건설한 교회가 있었던 곳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중세 세속왕들과의 대립 속에서 로마 교황청이 아비뇽으로 이전하여 1309년부터 1377년까지 머무른 시기에 크게 황폐화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1506년 건설을 다시 시작, 1615년에 완성되었다고 합니다.

 광장에서 바라 본 성 베드로 성당의 위용.
광장에서 바라 본 성 베드로 성당의 위용. ⓒ 전갑남

 성 베드로 성당의 돔(Cupola)이다.
성 베드로 성당의 돔(Cupola)이다. ⓒ 전갑남

성 베드로 대성당은 브라만테가 설계한 평면에 따라 라파엘로, 상갈로, 미켈란젤로, 베르니니 등 세기의 예술가들의 손에 의해 르네상스의 걸작으로 재건되었습니다.

성당 안으로 들어서자 그 화려함과 웅장함에 압도됩니다. 어디에다 집중을 해야 할지 가슴과 눈이 헤맬 지경입니다.

사람들이 성당 한 쪽에 많이 몰려있습니다. 그곳에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조각상이 보입니다. 젊은 청년 미켈란젤로가 24세에 완성한 그 유명한 작품 피에타상을 여기서 볼 수 있다니! 가슴이 뜁니다.

 미켈란젤로의 역작, 피에타상이다.
미켈란젤로의 역작, 피에타상이다. ⓒ 전갑남

피에타라는 말은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입니다.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그리스도를 안고 살포시 눈을 내리감은 성모님의 모습은 자식 잃은 여느 어머니의 모습이나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나와 아내는 대화를 나눕니다.

"당신은 피에타상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어?"
"글쎄요.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처연한 슬픔!"
"그렇지. 난 성모 마리아의 잔잔한 모습에 잠든 그리스도의 평안함이 보이는데."
"슬픔 속에 피어난 어떤 평화 같은 거 말이지."

정말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어떤 심오한 의미가 담겨있을 것 같은 작품을 보고 또 봅니다. 짙은 슬픔이 배어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 슬픔 속에 피어나는 평안함이 있기도 한 것 같습니다.

미켈란젤로의 3대 조각 작품 중 하나인 피에타. 미켈란젤로는 이 작품으로 그의 천재성이 부각되었다고 합니다. '정말 대리석 조각품이 맞을까?' 대리석을 천 같이 주물러 섬세하게 표현한 것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작품을 만들며 얼마나 많은 정을 쪼았으며, 얼마나 많은 가죽으로 문질렀을까요? 젊은 자신이 쏟은 혼과 정성을 혹여 의심받지나 않을까, 미켈란젤로는 성모님의 어깨띠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놓았습니다.

피에타상은 1972년 한 남자에 의해 훼손이 되었습니다. 그 뒤 어렵게 복원을 하고, 지금은 훼손방지를 위해 방탄유리 안에 보호되고 있습니다. 근육 하나, 혈관 하나까지 또 조각상에서 사람의 온기까지 느껴진다는데, 가까이 볼 수 없다는 게 아쉽습니다.

우리는 성당의 중앙 제단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여기에 거대한 조각물이 있습니다. 교황 제단의 천개(天蓋)입니다. 천개는 제단이나 무덤 위의 덮개를 말합니다. 교황의 제단은 베르니니의 작품으로 베드로성당의 또 하나의 명물로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습니다. 이는 바로크예술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대담하게 휘감아 비튼 기둥들은 마치 하늘로 오르는 영혼을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평화의 상징 비둘기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인상적입니다.

 바티칸성당에는 베르니니의 작품으로 교황 제단의 천개(Baldacchino)가 있다.
바티칸성당에는 베르니니의 작품으로 교황 제단의 천개(Baldacchino)가 있다. ⓒ 전갑남

높이 29m, 무게 37톤의 이 거대한 조각품은 제작하는 데, 11년이나 걸렸다고 합니다. 높은 예술성에도 불구하고 제작 당시에는 과다한 청동 사용 때문에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제단 밑에는 베드로의 무덤이 있습니다. 바티칸대성당은 베드로의 무덤 위에 세워졌다고 하여 성 베드로 대성당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성당 지하에는 역대 교황들의 시신이 안치되었다고 합니다.

 바티칸 성당 중앙 제단위의 돔이다. 화려함과 역동적인 모습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바티칸 성당 중앙 제단위의 돔이다. 화려함과 역동적인 모습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 전갑남

우리는 성당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제단 위의 돔을 올려다봅니다.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 높이 136.5m, 지름 42m의 거대한 돔은 어마어마합니다. 쳐다볼수록 돔이 매우 역동적이고 화려합니다. 중앙 천장을 통해 들어오는 빛, 그리고 장식이 연출하는 분위기는 천상으로 빨려드는 듯한 환상적인 느낌이 듭니다.

성당 오른편 천국의 열쇠를 들고 있는 베드로청동상에 많은 사람들이 지나갑니다. 그냥 지나가는 것이 아니고 베드로의 발을 만집니다.

"여보, 우리도 해볼까!"
"무슨 의미가 있는데 그래?"
"발을 만지며 기원하면 소원을 들어준대요!"
"그럼, 우리도 소원을 빌어볼까?"

 베드로 청동상의 발.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로 반질반질하다.
베드로 청동상의 발.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로 반질반질하다. ⓒ 전갑남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만졌을까? 발가락은 거의 닳아 없어졌습니다. 사람들마다 저마다 이루고자 하는 소망이 있을 터! 소원을 들어준다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성당 내부에는 크고 작은 채플이 많습니다. 성가가 들리는 곳으로 가봤습니다. 미사가 진행 중입니다.

"저기 채플에선 미사를 드리나 봐?"
"그래? 우리도 참례할까? 근데 관리하는 분이 지키고 있네!"
"미사에 참례한다고 하면 들여보낼 것 같은데…."
"그럼 당신이 애기해봐!"

아내는 짧은 영어실력과 손을 모으는 동작으로 의사를 전하자 관리자가 들여보내 줍니다. 우리는 빈자리에 자리를 잡습니다. 성호경을 긋고 미사에 참례합니다. 뭔가 가슴으로 충만함이 밀려옵니다. 하느님께 감사기도를 드립니다.

 채플 재단에서 아내가 기도를 하고 있다.
채플 재단에서 아내가 기도를 하고 있다. ⓒ 전갑남

전례의식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다만, 신부님의 강론을 알아들을 수 없는 것만 빼놓고 말입니다.

시계를 봅니다. 일행들과 모이기로 한 약속한 시간이 다 되어갑니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영성체를 모시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성당 안에는 제대들과 수많은 조각품, 그리고 그림들이 곳곳에 배열되어 있습니다. 성당 자체가 하나의 완벽한 미술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바닥의 화려한 대리석 장식도, 높은 천장의 금색 장식도 성당 곳곳의 하나하나가 모두 작품이고,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바티칸광장... 커다란 무대의 공간

우리는 성당에서 바티칸광장으로 빠져 나옵니다. 바티칸 앞마당 같은 광장이 드넓습니다. 어떤 커다란 무대에 들어선 느낌입니다.

 바티칸광장의 대리석 기둥으로 테라스를 받치고 있다.
바티칸광장의 대리석 기둥으로 테라스를 받치고 있다. ⓒ 전갑남

바티칸광장은 대리석 기둥으로 테라스를 받치고 있는 건축물이 너무 멋집니다. 광장 정면 중앙에는 작은 원이 그려졌는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정면을 바라보면 3열의 기둥이 마치 하나의 기둥으로 보이고, 거기서 반대편을 보면 대리석 기둥이 3열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광장을 둘러싼 284개 대리석 기둥 위로 142명의 성인의 조각상이 있습니다. 조각상은 베드로 광장을 찾는 사람들을 축복하듯 굽어보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각기 다른 모습의 조각들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바티칸 광장의 오벨리스크이다.
바티칸 광장의 오벨리스크이다. ⓒ 전갑남

광장 중앙에 오벨리스크가 우뚝 서 있습니다. 고대 이집트에서 태양숭배의 상징으로 세워진 기념비가 이곳에 있다는 게 의아스럽습니다. 오벨리스크 꼭대기를 보니까 십자가가 세워져 있습니다. 로마 황제 칼리쿨라는 37년 이집트에서 오벨리스크를 가져와 원형경기장을 꾸미기 위해 세웠던 것이라 합니다. 베드로는 이곳 오벨리스크에서 십자가에 거꾸로 못 박혀 순교하였습니다. 오벨리스크는 어떤 신에 대한 의미보다는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바티칸광장은 유적지로서 과거의 공간이지만 현재도 살아있는 공간입니다. 이곳에서는 수만 명의 사람들이 교황을 알현하며 미사가 행해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바티칸광장에는 500여 년의 시간을 뚫고 16세기의 건축물들이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숨을 쉬고 있습니다. 광장 어디를 보아도 그냥 쉽게 만든 것 같지 않은, 그리고 르네상스 예술가들의 영혼들이 이 광장을 둘러싸면서 '자신들은 모든 것을 쏟아 부었노라!'는 외침이 들리는 듯싶습니다.

점심식사를 위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데, 아내가 거대한 대리석 기둥 하나를 붙들고서 나를 부릅니다.

 바티칸 광장의 대리석 기둥. 아내가 그 크기를 가늠해보고 있다.
바티칸 광장의 대리석 기둥. 아내가 그 크기를 가늠해보고 있다. ⓒ 전갑남

"여보, 여기서 바티칸 기념사진 한 방. 절대 쓰러질 것 같지 않은 이 기둥! 든든하지 않아요? 이 든든한 기둥처럼 우리 사는 세상도 사랑과 평화의 버팀목이 영원하면 좋겠어요. 당신 생각도 그렇죠?"

덧붙이는 글 | 지난 12월 29일부터 1월 6일까지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바티킨시국#성 베드로 성당#바티칸 광장#피에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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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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