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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점심으로 죽순 음식을 맛봤습니다. 4월이 되면 교토 부근에서는 죽순이 많이 납니다. 죽순은 대나무 밭에서 캐낸 대나무 뿌리입니다. 죽순으로 여러 가지 먹거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오늘 맛 본 것은 죽순 밥, 죽순 된장국, 죽순 나물, 죽순 찜 따위입니다.

     장에서 파는 죽순과 죽순으로 차려낸 밥상입니다.
 장에서 파는 죽순과 죽순으로 차려낸 밥상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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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순은 대나무 밭에서 캐냅니다. 죽순을 캐는 때는 대나무 종류에 따라서 다릅니다. 보통 맹종죽은 3월부터 캐기 시작하여 5월 무렵까지 캐고, 왕대는 5월에서 6월 무렵까지 캘 수 있습니다. 자죽(또는 한죽)은 가을철인 10월에 죽순을 캐기도 합니다. 열대지방에서는 여름에 죽순을 캐기도 합니다. 죽순을 캐는 때는 지역이나 대나무 종류에 따라서 크게 다릅니다.

죽순이 땅위로 솟아오르면서 점점 빠른 속도로 자랍니다. 대략 처음 땅 위로 올라오기 시작하여 10일 무렵까지는 10cm 정도이지만 이후 1미터가 넘으면 자라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속씨식물 가운데 덩굴식물을 빼고 자라는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합니다. 다만 죽순 껍질을 벗기거나 손상을 입으면 자라는 것이 멈추기도 합니다. 석 달 쯤 자란 대나무는 더 이상 키가 자라지 않고 마디가 굵어지고, 곧아집니다.  

죽순을 캐보면 마디 안쪽으로 하얗게 가루가 묻어나오기도 합니다. 이것이 옥살산입니다. 옥살산(oxalic acid 또는 수산 蓚酸)은 독성물질입니다. 시큼하고, 아린 맛을 지니며 살갗에 묻으면 염증을 일으킬 수 있으며, 표백제로 사용되며 몸에 들어가면 콩팥을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삶은 죽순을 가늘게 잘라서 밥에 넣거나 된장국에 넣어서 끓였습니다.
 삶은 죽순을 가늘게 잘라서 밥에 넣거나 된장국에 넣어서 끓였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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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순에 묻은 옥살산은 알칼리 성분을 지닌 쌀겨나 쌀 씻은 물에 담가 10분 이상 삶으면 없어집니다. 그리고 죽순도 부드러워집니다. 죽순을 오랫동안 보관할 때에도 쌀겨나 쌀뜨물에 담가 삶아서 식힌 다음 냉동으로 보관해야 합니다. 죽순을 캔 다음 가능한 한 빨리 삶아야 죽순의 단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나무 밭 옆에서 불을 피워 물을 끓이면서 죽순을 캐자마자 삶아서 먹는 미식가도 있다고 합니다.

부드러운 죽순에 독성물질인 옥살산이 들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옥살산이 대나무의 성장에 영향을 주기보다는 들짐승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죽순이 올라올 때 멧돼지나 곰들은 대나무 밭에서 죽순을 캐먹기도 합니다. 대나무에 옥살산이 없었다면 들짐승들 죽순을 모조리 캐먹어 버렸을 것입니다. 옥살산 덕분에 들짐승들도 한꺼번에 많이 먹지 못합니다.

교토에서 먹는 죽순은 향보다는 씹히는 맛으로 먹습니다. 향은 그다지 강하지 않지만 죽순 섬유질이 질긴 듯 가볍게 씹혀지는 맛이 특징입니다. 삶은 죽순을 가늘게 잘라서 밥이나 된장국에 넣기도 하고, 죽순을 얇게 잘라서 돼지고기와 같이 찌기도 했습니다. 이 때 생강을 넣어서 돼지고기 맛을 부드럽게 했습니다. 또한 죽순을 덩어리로 잘라서 마요네즈와 버무려 나물로 무치기도 했습니다.

     삶은 죽순을 덩어리로 잘라서 돼지고기와 같이 요리하거나 생강이나 초피가루나 잎사귀를 넣고 나물로 묻히기도 했습니다.
 삶은 죽순을 덩어리로 잘라서 돼지고기와 같이 요리하거나 생강이나 초피가루나 잎사귀를 넣고 나물로 묻히기도 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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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사철 때의 변화와 때에 맞추어 자라는 여러 가지 푸성귀와 먹거리가 입맛을 돋우고 있습니다. 늘 사람들은 자연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 따름입니다. 대나무는 일본이 원산지가 아닙니다. 일찍이 중국 남쪽 따뜻한 곳에서 대나무가 일본에 들어와서 자라 죽순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대나무가 일본 기후에 맞고 죽순이 일본 사람 입맛에 맞았나봅니다.

참고문헌> 김종원, 한국 식물 생태 보감 1 -주변에서 늘 만나는 식물, 자연과생태, 2013.12.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www.nature.go.kr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죽순#교토#죽순 밥#죽순 요리#죽순 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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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3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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