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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평화의 위기, 해법은 평화협정이다."

서승 일본 리츠메이탄대학 특임교수가 강조했다. 서 교수는 '전쟁반대 평화실현 경남비상시국회의'가 1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연 '한반도 평화협정 해법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는 가운데 이렇게 말했다.

서 교수는 "현재의 평화와 인권의 위기가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5·18 광주민중항쟁부터 언급했다.

 서승 일본 리츠메이탄대학 특임교수.
 서승 일본 리츠메이탄대학 특임교수.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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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광주항쟁은 동아시아 제국주의세력에 맞서 싸운 투쟁이고, 그것은 광주시민이 몸으로 행사한 저항이었다"며 "그런데 지금도 광주에서는 저항권이 광주항쟁의 핵심이라는 걸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오바마는 '궁극적 핵 폐기 선언'을 해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실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말로만 해서 노벨평화상을 받은 것으로 유일하다"며 "'궁극적'이란 말은 끝까지 안하겠다는 말이고,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신기류 같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미국은 현실적으로 핵능력을 포장하고 확장하기 위해 많은 예산을 쓰고 있다"며 "유엔 5대 상임이사국이 핵을 독점하고 있다. 그런데 핵 폐기가 가능하겠느냐. 그러면서 파키스탄이나 이란, 인도 등의 나라에서 핵을 가지면 안된다고 하는데, 그것이 보편적이냐"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프랑스혁명 때 여성도 남성과 같은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것이 보편적이다. 마찬가지로 미국이 핵을 갖는데 왜 다른 나라는 가지면 안되는 것이냐"며 "거기에는 북한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자신을 '핵 반대론자'라고 한 그는 "핵 폐기는 모든 나라에서 해야 한다. 그런데 중국은 핵무장을 하는데 왜 북한은 안 된다는 게 어디 있느냐"며 "중국도 이전에 핵실험을 했는데, 합법적으로 한 게 아니었다. 그런데 왜 북한만 핵실험하면 잘못이라 하느냐"라고 꼬집었다.

"6.25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잔인한 전쟁"

평화협정을 강조했다. 서 교수는 "6·25 전쟁 때 미국과 중국, 북한이 정전협정을 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서명하지 않았고, 한국은 미군 지휘 하에 있었기에 서명 주체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6·25 참상을 설명했다. 서 교수는 "6.25는 잔인한 전쟁이었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6·25 때 남한만 피해를 입은 게 아니라 북한도 피해가 컸다. 전쟁과 상관없는 민간인이 군인에 의해 학살 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이 2차세계대전 당시 지구 전체의 1/4 내지 1/5의 영역에서 광대한 전쟁을 치렀을 때, 군인 200만 명과 민간인 100만 명, 총 300만 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산된다"며 "그런데 미군이 2차대전 때 투하한 폭탄과 6·25 때 북한에 투하한 폭탄이 거의 같다 하며, 북한에서 희생 당한 군인과 민간인이 300~400만 명이라고 한다. 2차대전 때 일본의 피해와 6.25 때 북한의 피해가 거의 같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남침 선전만 할 게 아니라 전쟁이 일어나면 얼마나 무서운지, 다시는 전쟁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홍보하고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왜 히로시마 방문했을까?

서 교수는 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에 대해서는 "우리는 오바마가 히로시마를 방문했을 때 한국 희생자들에 대해 사과할 것이냐에 관심이 높았지만, 이번에 오바마는 연설문을 봐도 히로시마 원폭 투하에 대해 사과를 한 게 아니었고, 일반적인 언급만 했으며, '과거와 화해'라 했다"고 말했다.

 서승 일본 리츠메이탄대학 특임교수.
 서승 일본 리츠메이탄대학 특임교수.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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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교수는 "오바마 히로시마 방문의 본질은 미-일 공조다. 미국과 일본의 최고권력자가 서로 용서하고 화해를 한 것이다. 그 뒤 일본 아베 정권의 지지율이 올라갔다"며 "그동안 일본 어느 정권도 하지 못한 일을 이번에 했다는 것이다. 일본 사람들 마음 속에는 미국 대통령이 히로시마에 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속이 후련하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차대전 원인 제공은 일본이 했지만, 일본은 미국의 공격을 받았다. 일본 입장에서는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것이다. 일본 입장에서는 분노했지만, 거꾸로 일본 사람들은 미국에 호감이 있고 '친미적'이라는 일본사람이 80%라는 주장도 있다"며 "일본 사람들은 강한 사람한테 저항하는 게 아니라 아부해서 이익을 챙기는 민족이라는 말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오바마는 일본과 미국의 관계를 과시하면서 중국에 대한 일정한 견제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일본에 가기 전에 월남(베트남)에 갔는데, 월남전 때 수많은 사람을 죽인 것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고엽제와 불발탄 제거 등에 대한 치료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폭(히로시마·나가사키)은 일본이 원인제공을 했다 하더라도 국제법상 미국이 전범"이라며 "전쟁은 군인시설만 공격해야 하는데, 민간 시설까지 공격하면 안 된다. 대량살상무기라 해서 민간까지 피해를 입게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보면 미국이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965년 한일회담과 2015년 한일합의는 같은 맥락

서 교수는 지난해 12월 28일 일본군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한일합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서 교수는 "한일합의는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박정희)가 1965년에 했던 한일협정과 같은 구조이고,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과 같은 맥락"이라 지적했다.

그는 "1965년 당시 일본은 '1910년 한일병합 적법'이라 주장했고, 우리나라 지배는 수탈이 아니라 일본이 한반도에 철도와 학교를 지어주는 등 돈도 많이 썼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전쟁에 동원된 조선사람과 강제동원 숫자가 엄청났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투하 때만 우리 민족 3만 명이 희생 당했다"며 "1965년 한일회담은 미국이 강요했다. 미국이 월남전을 치르기 위해서는 일본과 한국이 후방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고, 한국을 동원하기 위해 한일회담을 강행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작년 12월 28일 한일합의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이 북핵 위협 때문과 중국 견제를 위해 한미일이 동맹하기 위해 그것이 필요하다고 봤던 것"이라고 말했다.

"동맹은 원래 같은 권리와 의무를 가져야 한다"는 서 교수는 "그런데 한국과 일본은 미국에 대등하지 않다. 일본이 미국의 속국이라고 말하는 일본학자도 있다. 미군은 오키나와에 기지를 두고 있는데, 미국에 일본군 기지는 없다. 미군이 범죄를 저질러도 일본과 한국의 법으로 처벌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 무슨 대등이냐"고 비판했다.

서 교수는 "한미일 동맹이 우리한테 평화를 가져다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의 기본 정책은 서로 대립하고 싸움을 붙여 미국이 이익을 가져가는 것"이라며 "미국은 중동에서 그랬고, 그렇게 해서 무기를 팔아먹는다. 한편에서는 싸움을 붙이고 또 한편에서는 화해를 붙이는 게 제국주의의 고정적 수법이다. 그 술수에 말려서 우리가 벗어나지 못한다"고 말했다.

서승 교수는 통일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라며, 다음과 같이 '통일'을 강조했다.

"지금 중국과 대만은 교류가 활발하고, 이것이 통일이라 하는 사람도 있다. 저도 이전에는 천지개벽처럼 하루아침에 둘이 하나가 되는 통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통일은 서로 섞이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지금은 5·24(남북교류 중단 등) 장벽 같은 것을 무너뜨려야 한다.

그래서 서로 용서하고 교류하면서 구체적으로 사실로 되어야 하고, 그런 속에 어느 순간 통일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한반도 전쟁 위기를 없애야 하고, 우리의 장벽을 하나씩 무너뜨려야 한다. 우리가 참된 주권자 행세를 해야 하고, 주권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전쟁반대평화실현 경남비상시국회의는 1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서승 일본 리츠메이탄대학 특임교수를 초청해 "동아시아 평화의 위기, 해법은 평화협정이다"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열었다.
 전쟁반대평화실현 경남비상시국회의는 1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서승 일본 리츠메이탄대학 특임교수를 초청해 "동아시아 평화의 위기, 해법은 평화협정이다"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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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 교수#평화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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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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