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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9시 15분께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고려아연 2공장에서 황산이 누출돼 작업중이던 노동자 6명이 화상을 입었고 이중 1명은 3도 화상을 입어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5명은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울산지부(아래 플랜트노조) 소속이다(관련기사 : 울산 고려아연서 황산 1천 리터 누출, 6명 중경상).

플랜트노조가 목격자 등을 통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날 고려아연 셧다운 공사(정기보수 작업)에 협력업체 및 일용직 노동자 200여명이 투입됐고 사고를 당한 이들은 고려아연 셧다운 공사에 첫 출근해 오전 8시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이어 9시쯤 배관라인 보수를 위해 사고가 난 라인의 열 교환기를 풀고자 비계(안전판 고정장치)에 3명이 투입되고, 볼팅작업에 8명이 투입돼 이중 3명이 해당 라인 작업을 진행했다.

볼팅작업 노동자들이 라인 끝에 있는 밀봉된 블라인드 프렌지를 푸는 순간, 황산 1000리터가 쏟아져 나왔고 볼팅 작업 노동자들은 물론 아래 쪽 비계 작업노동자들도 황산을 덮어 썼다.

플랜트노조 "고려아연, 황산 남았는지 확인하지 않은 의혹"

플랜트노조는 입장을 발표하고 "강산성 물질인 황산 1000여ℓ가 노동자들에게 쏟아진 것은 명백한 살인행위"라면서 "고려아연의 반복된 산재사고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앞서 고려아연 울산공장에서는 지난 2014년 한 명의 노동자가 15m 난간에서 떨어져 숨졌고, 2015년에는 스팀 배관 철거 작업 중 폭발사고가 발생해 유해물질이 누출됐다(관련기사 : 울산 고려아연 폭발사고, 인명 피해 없어).

특히 플랜트노조는 "셧다운 첫날, 배관해체 작업 중 사고가 일어났다, 원청 고려아연이 사전에 배관에 잔류한 황산액을 중화시키는 작업은커녕, 작업지시 전 잔류 황산이 남아있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크다"면서 "그러나 협력업체와 원청사 모두 책임을 발뺌하며, 일부 언론을 통해 작업자들의 안전불감증으로 사건의 원인을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또한 "작업자와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협력업체 한림이엔지가 전날 작업지시를 내렸고, 당일 관련 밸브를 열기 전 한림이엔지 소장이 직접 작업지시를 명했다"면서 "드레인 밸브(배관 아래쪽에 위치한 밸브, 고인 액체를 뺄 때 사용됨)에서 가스가 새어나와 작업 노동자들이 반신반의 했으나 협력업체가 잔류액이 없다며 작업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전을 확인하고 작업허가서를 통해 작업지시를 내리는 책임은 원청에게 있고, 모든 작업을 시작할 때, 특히 배관을 자르거나 맨홀을 여는 등 누출 위험이 있는 작업을 할 때에는 원청에 보고를 해야 하는 것이 협력업체의 의무이다"라면서 "자신들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힘없는 작업 노동자들의 핑계를 대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플랜트노조는 이어 "반복되는 사고의 진짜 원인은 무엇이었는가, 바로 건설현장 하도급 구조 속에서 원청과 하청업체의 소통 미비, 공사기간 맞추기에 따른 안전매뉴얼 무시, 안정장비 미지급"이라면서 "이윤을 위해 안전을 의도적으로 소홀히 한 기업의 살인행위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사건들이 해마다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 해 600여명이 죽는다는 건설 현장에서, 그 대부분이 건설협력업체 직원들이다"면서 "발주처, 시공사, 건설업체가 하도급 구조 속에서 배를 불리는 사이 일용직과 다를 바 없는 건설노동자들은 오늘과 같이 죽음으로 내몰린다"고 성토했다.

플랜트노조는 "검경은 노동자와 지역민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화학물질 유출 사고, 건설현장 산재사고 책임자를 엄벌하라"면서 "원청 고려아연과 협력업체 한림이엔지의 살인행위에 죄값을 물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