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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갑남

ⓒ 전갑남

ⓒ 전갑남

이웃집 아저씨는 당신보다 손아래 사람을 '아무개 선생' 이렇게 부릅니다. 나한테는 '전 선생' 하고 부릅니다. 듣기에 참 좋습니다.

한 20여일 전, 아저씨가 집에 오셨습니다.

"전 선생, 고구마 고랑이 필요 이상 넓네!"
"좀 그렇죠?"
"그럼 고랑에 팥을 심어봐!"
"팥을 심어요?"
"고구마는 기고, 팥은 고갤 쳐들고 크니까!"


아저씨 말씀에 일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고구마는 줄기를 뻗고, 팥은 키가 크게 자라니 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해마다 강화 특산품인 속노랑고구마를 넉넉히 심습니다. 해남에서 나오는 고구마를 '호박고구마'라는 부르는데, 여기선 '속노랑고구마'라 이름을 붙여 판매합니다. 같은 품종인데, 이름만 달리 부른 것 같습니다. 둘 다 호박처럼 속이 노랗거든요.

나는 아저씨 훈수가 있던 날, 한 나절 가까이 고구마고랑에 팥을 심었습니다. 성공하면 좋고, 실패하면 고구마만 거두는 셈치고 시험 삼아 파종했습니다.

싹이 트자 고랑에 난 풀을 깨끗이 뽑았습니다. 장마가 지고 팥이 많이 자랐습니다. 고구마는 이제 줄기를 뻗기 시작합니다. 지금 같아서는 둘 다 타이밍이 딱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아저씨는 우리 고구마밭이 궁금해서 또 오셨습니다.

"잘 하면 고구마도 거두고, 팥도 거둘 것 같네!"
"정말 그럴까요?"
"팥이 키가 많이 컸잖아!"
"팥이 고구마 뻗는 속도를 조금만 능가하면 될 것 같은데요?"


아저씨는 걱정하지 말라 합니다. 희망 섞인 말씀에 기대를 갖습니다. 고구마와 팥을 함께 거둔다면, 꿩 먹고 알 먹는 격이 되는 것이니까요.

아저씨는 팥이란 작물은 혼작(混作)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콩에 비해 팥은 일사량 영향을 적게 받고, 경합에 의한 피해도 없다 합니다. 두 작물 모두 많은 양분을 필요한 것이 아니니까 자라면서 서로 양분을 뺏는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다만, 고구마 순을 꽂고 난 뒤 시기를 잘 맞춰 팥을 파종하느냐 입니다. 고구마줄기가 고량을 점령하기 전, 팥이 자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줘야 하기 때문이죠.

아저씨는 한 평의 땅이라도 놀리지 않으려는 부지런함으로 고구마밭 고랑에 팥을 가꿨다고 합니다. 그 지혜가 놀라울 뿐입니다.

나는 아저씨께 막걸리 한 잔을 대접했습니다.

맛나게 드시고서 아저씨가 의미 있는 말씀을 남기십니다.

"땅을 소중히 알고, 거기서 얻는 기쁨을 아는 농부가 진정한 농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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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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