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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언련 오늘의 나쁜 신문 보도(7/7)
· 동아일보 <美 "선수 사생활 존중" 韓 "단체생활 준수">(7/7, 26면, 황규인 기자, http://me2.do/57vIOWt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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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 ⓒ 민주언론시민연합

미국 프로야구 피츠버그의 강정호 선수가 성폭행 혐의로 시카고 경찰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 소식을 전하는 <동아일보>의 태도는 심각하게 문제적이다. 이날 <동아일보>는 성폭행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강 선수 관련 보도인 "'낙인' 찍힌 강정호, 선수 생명 최대 위기"바로 아래에 "프로야구 원정지 '밤 생활' 대처법"이라는 보도를 세트로 내놨다.

이 보도는 "남자들 대부분이 선호하는 여자는 친분이 없는 새로운 여자예요"라는 방송인 신동엽씨 발언으로 시작된다. 이어서 "출장지에서 야릇한 생각이 나는 것도 따로 통계가 필요 없을 만큼 확실한 '수컷의 본능' 중 하나", "여기에 혈기왕성한 젊음까지 더하면 '사고'는 한순간"이라는 해괴한 주장을 소개했다.

"1년 중 절반을 출장지에서 보내야 하는 프로야구 팀들이 선수들의 '밤 생활'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프로야구 선수들에게는 돈을 노리고 접근해 오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 "메이저리그를 비롯한 미국 프로 스포츠에는 아예 이런 여성을 가리키는 '로드 비프(road beef)'라는 속어가 있을 정도"라는 식의 주장까지 이어진다.

황기인 기자는 이어서 "메이저리그도 이런 사정을 모르지 않지만 선택은 철저하게 선수 개인에게 맡긴다"며 메이저리그 스타 선수들은 "방 배정이 끝나면 자유 시간"을 가진다는 점을 부각하기도 했다. "모두 성인이고 프로 선수이기 때문에 사생활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이어 한국 야구는 "단체 생활이 기본"이며 "통금 시간도 따로 정해두고 있"다고 언급한 뒤 "이런 제약이 있다고 모든 선수들이 얌전히 호텔 방에만 머물러 있는 건 아니다", "창문을 통해 방에서 몰래 빠져나가려다 몸을 다친 선수도 여럿"이라는 '잡담'으로 해당 기사를 마무리한다.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범죄 여부를 기정사실이라도 된 양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그건 피해자가 '돈을 노리고 접근했을 가능성'을 암시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특정하지 않았다고 아무 상관없는 내용이라 말하기에는 기사의 배치와 구성이 지나치게 노골적이다. 수컷의 본능부터 시작해 프로야구 선수들의 돈을 노리는 여자들과 메이저리그의 자유, 한국 야구의 통제로 이어지는 이 기사는 뒤틀린 의식의 흐름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 민언련 오늘의 비추 신문 보도들(7/7)
․ <조선일보> "우즈도 타이슨도… 순간의 쾌락, 기나긴 추락"(7/7, 24면, 오유교 기자, http://me2.do/56pgFH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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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가 "프로야구 원정지 '밤 생활' 대처법"이라는 소름끼치는 기사를 내놓은 이날, <조선일보>는 "강정호 사건으로 돌아본 스포츠 스타들의 性(성)추문"이라는 보도를 내놨다. "유명 스포츠 스타들의 성(性) 관련 스캔들"을 한데 묶어 보는 이 기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불륜'과 '성폭행'을 모두 묶어 "여자 문제"라 명명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성폭행 문제는, 그것도 이미 가해 혐의가 인정돼 복역까지 마친 성폭행 문제는 범죄지 그냥 '스캔들'이나 '여자 문제'가 아니다. 성폭행 가해자 타이슨을 언급하며 '순간의 쾌락'이니 '여자 문제'니 운운하는 것은 사실상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다.

보도는 "일각에서는 '그루피(Groupie, 가수를 따라다니는 여성팬)'가 스포츠 스타들의 스캔들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며 "스타들을 응원하는 단계를 넘어 직접 만날 기회를 찾는 광팬"들은 "단순한 만남에 그치지 않고 성관계를 통해 자기 만족을 추구하기도 한다, 극단적인 '사생팬'인 셈이다"라는 지적으로 마무리된다. 이 역시 문제를 일으킨 남성 주체가 아닌, 그 상대가 된 이들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태도다. 

․ <중앙일보> "이정재의 시시각각/서별관 회의는 죄가 없다" (7/7, 30면, 이정재 논설위원, http://me2.do/xTxQGAET)

<중앙일보> 이정재 논설위원이 "단언컨대, 서별관 회의는 무죄"라는 다소 뜬금없는 주장을 펼치고 나섰다. 최근 서별관 회의가 "밀실·비공개·비공식"을 "주요 죄목"으로 해서 "요즘 야당과 언론에 무차별 난타를 당하고 있"지만 "세계 정치·경제의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위기"앞에서 "서별관 회의야말로 지금 꼭 필요하며 더 자주 열려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 사령탑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고" "장관들이 부처의 역량과 지혜를 모두 짜내 한 테이블에 올려놓고 머리가 깨져라 토론해도 될까 말까"인 이 상황에서 "서별관 회의를 폐지"하면 "누가 구조조정 같이 공(功)은 없고 과(過)만 있는 일에 총대"를 메겠냐는 것이다.

이어 이 위원은 당시 서별관회의를 주재한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순수 경제 관료였다면 "그래도 야당은 그날의 서별관 회의를 꼭 찍어 정치 공세를 펼쳤을"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위원은 이어 "비공개가 문제라면 기록을 남기면 될 일이다, 면피가 문제라면 서명을 남겨 책임지도록 하면 될 일"이라며 "어느 것도 서별관 회의를 폐지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우선 이 황당한 주장에 대해 법률적으로 접근해보자. <한겨레>의 "단독/서별관회의 회의록 미작성은 법률 위반"(7/4, 4면, 이정훈 기자, http://me2.do/GmwNBBRC)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나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차관급 이상의 고위 관료다. 그런데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제18조)은 "'주요 정책의 심의 또는 의견조정을 목적으로 차관급 이상의 주요 직위자를 구성원으로 하여 운영하는 회의'에 대해 회의록을 작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 이들은 고위관료다. 고위관료라는 직은 그냥 으쓱대라고 준 것이 아니라 이런 주요 현안에 대해 결정을 내리되, 책임도 함께 지라는 의미에서 부여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만 있는 일에 누가 총대를 메겠느냐'는 이 위원의 주장은 '앞으로도 욕먹을 것 같은 일은 그냥 숨어서 결정하겠다'는 무책임한 주장일 뿐이다.

무엇보다 아무도 '정부 기관 간 협의체'가 필요하지 않다고 하지 않았다. 4조가 넘는 자금 지원을 결정하는 과정이 '불투명'하고 '무책임'했으니 이런 중요한 의사결정이 어떤 자료를 기반으로 어떻게 결정됐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을 뿐이다. 합리적이고 명백한 근거가 있다면 논의 내용을 못 밝힐 이유가 없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이 위원은 갑자기 뛰쳐나와 '서별관회의는 죄가 없다!!'고 뜬금없이 외치더니, 최경환 의원이 '새누리당'이라 이러는 것 아니냐며 야당 의원들을 향해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황당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 <조선일보> "北 수공?… 황강댐 터져도 침수 막을 수 있다"(7/7, 2면, 홍준기·이민석·주형식 기자, http://me2.do/xicELWmP)

<조선일보>가 전날에 이어 수공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국방부 주장을 아예 소개하지 않았던 전일에 비해 이날 보도는 "이번 무단 방류를 수공(水攻)으로 의심할 만한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다"는 의견을 소개하기는 했다. 그렇지만 기사 제목은 여전히 "북 수공?"이다. 수공 가능성과 긴장감을 강조하는 내용도 계속 이어졌다.

이를테면 "이날 경기도 연천군 등 임진강 유역 일대에는 온종일 긴장이 이어졌"다거나, "북한의 '수공(水攻)' 우려가 미리 제기된 데다 전날 호우경보가 내린 상태였기 때문에 인명이나 재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북한의 황강댐 수공에 대한 우려는 지난 2009년 9월 북한의 황강댐 무단 방류로 우리 국민 6명이 목숨을 잃은 이후 해마다 홍수철이면 되풀이되고 있다"는 식이다.

․ <동아일보> "사설/새만금 스마트팜 반대 '정치 농민'에 휘둘려서야"(7/7, http://me2.do/FyMLQw31)

<동아일보>는 정부나 기업의 정책이나 행보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을 싸잡아 '정치'적이라고 자주 비난한다. 이런 습관은 스마트팜 도입에 반발하는 농민들을 향해서도 유감없이 발현된다. 스마트팜 반대는 "시대착오적 모습"이며 "FTA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등 사사건건 반대를 일삼는 '정치 농민단체'에 언제까지 끌려다녀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스마트팜 도입이 정말 그렇게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면 무작정 '농업 보호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정치 농민단체'의 횡포와 압력에 기업이 굴복하지 않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설득하는 문제해결형 리더십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비난하기 이전에, 정부가 농민들을 설득하고, 이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보호책을 마련했는지 한 번쯤 돌아봐야 하는 것 아닐까?

<중앙일보> "단독/정부 전기료 책정 미적미적… 민간 에너지 사업 18조 표류"(7/7, 6면, 문희철 기자, http://me2.do/GznOlxgX),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금산분리… 7대 규제 풀리면 70만 새 일자리"(7/7, 6면, 김유경 기자, http://me2.do/xVHtFcay)

규제를 완화해야 기업이 산다는 주장은 <중앙일보>의 단골 레퍼토리다. 문제는 이 주장을 펼치는 과정에서는 기업의 이익 이외에 다른 무엇도 고려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정부는 미적거리"고 "국회도 발목"을 잡으니 투자 위축으로 기업이 힘들다는 주장만이 일방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금산분리… 7대 규제 풀리면 70만 새 일자리"를 통해서 보다 극단적으로 부각된다.

해당 보도는 "7대 규제만 풀리면 63조5152억 원의 부가가치와 70만2560명의 신규 일자리가 생길 것"이니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규제와 중소기업 적합업종 규제, 금산분리 규제 등을 풀어야 한다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주장을 소개하며 "정부의 개혁 수준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야권이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법안을 계속 내놓고 있다"는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의 주장 역시 그대로 소개됐다. 민영화에 대한 우려도, 기업 혹은 재벌의 은행 사유화 문제에 대한 지적도, 상생에 대한 문제의식도 없이 '제발 기업이 돈 좀 벌게 내버려두라'는 <중앙일보>의 관점이 우려된다.

■ 민언련 오늘의 좋은 신문 보도(7/7) : 없음

■ 민언련 오늘의 강추 신문 보도들(7/7)
· <한겨레> "대대적 철도 민영화 '위험한 질주' 시작되나"(7/7, 3면, 김소연 기자, http://me2.do/5gCQ3tCv)

<중앙일보>가 민영화에 대한 각종 우려와 부작용을 무시하고 규제 완화를 외치는 사이, <한겨레>는 철도 민영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소개하고 나섰다. 크게 요금 인상, 안전, 적자 등으로 요약되는 각종 민영화 부작용은 결국 "철도의 공공성 약화"라는 문제로 귀결된다. "공공기관을 민간에 파는 것만 민영화가 아니"며 "공공이 맡아야 할 기능을 수익이 중요한 민간에 넘기는 것도 민영화"라는 김정한 철도노조 정책기획실장의 목소리와 "저렴한 요금, 안전 문제는 공공체계일 때 가장 확실히 지킬 수 있다"는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겨레> "회사 다닐 만해요? 4부 고용안전성 ⑬ 서울시 공무원 | 공무원 중에서도 고용안정성 높아… '매주 3번 이상 야근해요'"(7/7, 8면, 허승․임지선 기자, http://me2.do/xX3ztX1G)

<한겨레>가 '선망의 대상'이 된 일자리 '공무원', 그중에서도 서울시 공무원에 대한 분석에 나섰다. "정말 '칼퇴근'할까?", "공무원은 '무사·무탈'할까?", "진짜 '철밥통'일까?", "정말 '박봉'일까?"라는 이 흥미로운 질문에 대한 답변들을 읽고 있자면, 최근 "서울시 7급 공무원 임용후보자로 근무하던 박아무개(39)씨가 서울 동대문구의 한 여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사건과 "지난해 12월 말에도 나흘 간격으로 공무원 두 명이 서울시 서소문청사 별관에서 투신해 숨졌"던 사건 등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 모니터 대상 :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종이신문에 한함)

덧붙이는 글 | 민언련 활동가 배나은입니다.



#민언련#강정호#동아일보#황규인#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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