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절이라고 일컫는 나라현 비조사(飛鳥寺, 아스카데라)의 원형은 부여의 왕흥사(王興寺)일 가능성이 높다고 아사히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와세다대학의 오오하시(大橋一章, 불교미술사)교수 등 일본 연구 팀이 이번 달 초 부여 왕흥사 유적지를 조사한 결과 여기서 출토된 기와 문양과 탑 구조 들이 비조사의 유물과 거의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는 2008년 4월 17일 <중앙일보>가 일본 아사히신문 보도를 인용해 쓴 기사다. 부여의 왕흥사는 충청남도 부여군 규암면 신리에 있었던 1500년 역사를 간직한 절이지만 지금은 터만 남아 있다. 2007년 이곳에서 발굴된 '창왕 청동사리함 명문'에 따르면 왕흥사는 서기 577년 위덕왕 24년에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아스카사 일본 나라현의 소박한 아스카사(飛鳥寺) 전경
아스카사일본 나라현의 소박한 아스카사(飛鳥寺) 전경 ⓒ 이윤옥

대불 아스카사에 있는 대불
대불아스카사에 있는 대불 ⓒ 이윤옥

필자 아스카사 앞에서 필자
필자아스카사 앞에서 필자 ⓒ 이윤옥

아스카 마을 아스카 지방 마을은 마치 한국의 시골을 보는듯 하다.
아스카 마을아스카 지방 마을은 마치 한국의 시골을 보는듯 하다. ⓒ 이윤옥

이렇듯 고대 부여와 일본 아스카(飛鳥)는 서로 닮은 구석이 있다. 실제로 아스카에 가면 그런 느낌을 더 실감하게 된다. 필자도 아스카는 곧 부여라는 생각을 여러 번 몸과 마음으로 느껴본 적이 있는데 그것은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시골분위기 말고도 아스카에 남아있는 여러 불교 관련 유적이 그런 생각을 들게 하는 것 같다.

그걸 입증이라도 하듯이 국립부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부소산' 전시회 벽면에는 과거 아스카와 부여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글이 있어 주목을 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은 아스카문화의 원류가 백제에 있다고 믿었다. 이로 인해 부여는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이에 백제의 고도이자 대표적인 명승지였던 부여와 부소산 일대는 조선총독부와 일본인 학자들의 주요한 연구대상이었다. 부여와 일본과의 친연성을 강조하고 부여를 '내선일체'의 성지로 만들고자 여러 차례 부여 일대를 조사하였다.

이와 동시에 조선총독부는 정책적으로 부여를 관광명소화 하기 위해 고적보존 사업을 실시하고 다양한 관광상품을 개발하였다. 또한 부여8경을 선정하고 관광기념엽서를 제작하는 등 홍보에 힘썼다. 당시에 촬영된 유리건판 사진과 관광홍보물 등에서 부소산 일대의 옛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좀 길지만 그대로 인용해보았다. 부여와 아스카가 닮았다고 느끼는 일본인들은 아스카가 부여의 유적을 이식해 놓은 사실에 눈떴기 때문으로 보인다. 필자 역시 아스카를 거닐면서 부여와 닮았다고 느낀 것은 부여문화를 먼저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부여를 보지 않고 일본 안에서 아스카만 연구한다면 백날 해도 그 타령"일 것이다. 한마디로 고대 일본을 알려면 부여를 비롯한 "고대 한국"을 먼저 안 뒤에야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참고로 오는 10월 3일까지 국립부여박물관 기획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2016년 특별전 부소산" 전시회에는 백제시대 부소산의 흔적을 더듬고, 일제강점기에 만든 부여 관련 엽서를 포함하여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백제 멸망 이후의 부소산 일대 유물전도 전시하고 있어 한 번쯤 둘러볼만하다.

부소산 특별전 2016년 특별전 부소산 포스터
부소산 특별전2016년 특별전 부소산 포스터 ⓒ 이윤옥

부소산 자온대 일제강점기에 나온 "부소산 자온대" 엽서
부소산 자온대일제강점기에 나온 "부소산 자온대" 엽서 ⓒ 이윤옥

석가여래삼존입상 보물 제196호 “금동 정지원명 석가여래삼존입상”
석가여래삼존입상보물 제196호 “금동 정지원명 석가여래삼존입상” ⓒ 이윤옥

수막새 바람개비 수막새(위), 한성백재 수막새
수막새바람개비 수막새(위), 한성백재 수막새 ⓒ 이윤옥

청동정병 청동정병
청동정병청동정병 ⓒ 이윤옥

나당연합군에 의해 백제가 멸망할 때 삼천궁녀가 백마강(白馬江)에 몸을 던졌다는 고사의 낙화암으로 유명한 부소산(扶蘇山)은 백제의 흔적이 진하게 남아 있다. 백제시대 유물로는 일제강점기 발굴된 보물 제196호 '금동 정지원명 석가여래삼존입상'이 눈길을 끈다.

정지원(鄭智遠)이라는 사람이 죽은 아내를 생각하며 만들었다는 내용의 글이 새겨진 애틋한 불상이다. 그 밖에도 바람개비무늬 수막새, 한성백제 수막새 등 다양한 수막새들과 지붕 위에서 내려온 치미(고대의 목조건축에서 용마루의 양 끝에 높게 붙였던 장식기와)도 볼 수 있다.

또한 백제 멸망한 이후 유물로는 일제강점기 부소산에 '부여신궁'을 건설할 때 나온 청동정병과 청동접시 같은 청동제 유물 30여점을 한꺼번에 볼 수 있으며, 조선시대에 만든 분청사기와 기와, 불에 탄 곡식도 볼 수 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 계곡보다 시원한 국립부여박물관에서 부소산의 흔적들과 함께 피서를 즐겨보면 어떨까?

<전시안내>
*전시이름:<扶蘇山(부소산)>
*곳:국립부여박물관 기획전시관
*때:7월5일부터 10월3일
*무료관람


#아스카#부여#백제#부소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문학박사. 시인.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한국외대 외국어연수평가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냄 저서 《사쿠라 훈민정음》, 《오염된국어사전》,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 》전 10권,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외 다수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