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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까지 성장률을 4%로 끌어 올리고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불의 초석을 다져 놓겠다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한 지도 2년 6개월이 지났다. 5개월 후면 2017년, 그러나 경제 전망은 어둡다 못해 캄캄하다.

평지가 아니라 절벽이 앞에 놓여있다. 초토화 되다시피 한 내수시장을 상쇄해 오던 수출마저 19개월째 내리막을 걷고 있다. 모든 것이 박근혜 정권 탓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권의 패착을 떠나서 불황과 부진을 진단하기도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5년 9월 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을 마치고 나서 오찬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5년 9월 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을 마치고 나서 오찬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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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과는 경제정책의 결과물이다.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어 내수와 수출이 모두 막혀, 대선 공약이었던 중산층 70% 육성은 고사하고 중산층이라고 자부하던 국민들조차 빈곤의 늪으로 빠져드는 현실은 누가 뭐래도 정권의 탓이 가장 크다.

이전 정권의 탓으로 치부될 문제도 아니며 세계적 경기 침체에 책임을 떠넘길 수 없는 일이다. 겉 다르고 속 다른 경제정책. 안보와 경제 위기를 해결하려는 노력보다 정권 수호의 수단으로 삼아온 패행이 국가와 국민 경제를 막다른 절벽으로 몰아세운 것이다.

사드 배치, 우리 경제는 엎친 데 덮친 격

사드 배치를 둘러싼 논란도 마찬가지다. 가속화하는 북의 핵 위협에 대비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답해야 할 의문은 한둘이 아니다. 수도권 방어가 힘든 성주에 사드를 배치한 점은 국내 방어용이 아니라 미국 MD 체제의 일환이라고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미국과 일본 - 중국과 러시아 등 과거 냉전 대결구조가 되살아나고 있고, 한반도는 중심에 놓였다. 국가와 국민의 안전은 전략적 균형이 깨진 미·중 대륙의 충돌판에 얹혀지고 말았다. 안보의 강화가 아니라 불안이 증폭된 것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우려는 곧 현실이다. 가뜩이나 내수와 수출이 멈춰선 한국 경제인데,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상용비자 발급 중단, 한국 드라마 방송 금지, 중국인 한국여행 취소 등 한중 교류의 이상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국 연예인 중국 방송 금지와 같은 확인되지 않는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사드발 중국의 경제제재가 한국 경제를 흔들 조짐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에 반해 정부의 위기 감지와 대응 능력은 전무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19일 국회 현안 질의 중 황교안 국무총리는 '경제 보복 우려의 소지는 크지 않다'고 답변했다. 중국 정부에서 경제 제재를 취하겠다는 얘기도 없었고 그런 걸 시사하는 발언도 없었다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인터뷰도 이어졌다. 이에 더해 여당 국회의원을 지냈던 송영선 의원은 중국인을 '11억 거지떼'에 비유하기도 했다. 총리, 장관 전직 여당 국회의원이 나서 중국과의 갈등 불씨를 작정한 듯 키웠다.

양국 갈등 깊어질수록 경제 압박 커진다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10월 1일∼7일)을 맞아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관광객들이 2015년 9월 30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10월 1일∼7일)을 맞아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관광객들이 2015년 9월 30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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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언론이 한국 경제 압박을 가속화 해야 한다고 연일 주장하는 상황 속에서, 오히려 청와대는 중국을 향해 우리의 순수한 방어적 조치를 문제 삼지 말라며 본말이 전도되었다고 반박했다. 중국이 또다시 '적반하장'이라고 재반박을 내놓으면서 양국의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양국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경제 갈등도 커질 수밖에 없다. 후과는 수출기업·한류 관련업체들로 제한되지 않는다. 최종적이고 가장 큰 위험과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경제, 가정 경제로 돌아올 것이다.

중국수출 비중이 26%, 홍콩까지 합치면 30%를 넘는다. 미국과 일본에 수출하는 양보다 많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 45% 이상이 중국인이며 지출규모도 가장 크다. 이런 수치가 아니더라도 제주도, 명동 등에서 중국 관광객들이 탄 차량 수십 대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런 현상은 그간 정부가 공들여온 한류 확산의 영향이 크다.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면세점·화장품 업계·숙박업계 투자는 대부분이 중국 관광객들의 지출을 겨냥한 것이다. 당장 중국 관광객의 발길이 줄어든다면 매출 감소로 이어질 게 뻔하다. 아닌게 아니라, 지난 9일 SBS CNBC가 인터뷰한 한 버스대절업체 관계자는 "저희가 (예약 취소를) 피부로 느낄 수 있으니까요, 저희들이 보기에는 한 30%에서 40% 취소된 걸로..."라고 밝혔다.

더구나 우리나라 경제는 중국의 저임금 노동, 저가 상품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급격한 변화는 경제 전반에 큰 소용돌이로 작용할 수 있다. 외국인의 저렴한 노동으로 지탱되는 중소업체들, 중국산 저렴한 양념류에 기댄 식당 등 호불호를 떠나서 중국은 이처럼 한국 사회 내에 쑥 들어와 있다. 미국과의 우방 관계를 부인할 수 없지만 중국과의 경제적 동반 관계도 부정하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의 중국방문만 해도 그렇다. 과거 야당 시절 전시작전권 이양조차 고사하며 독자 외교를 펼쳤던 집권여당이 야당 국회의원들의 중국방문을 사대외교라고 비난하다니 어이없다. 새누리당은 아직도 중국을 사대해야 할 나라라고 생각하는지, 그래서 경제제재가 노골화되는 현실에서도 대통령 뒤에 숨는 것인지 묻고 싶다.

편 가르기에 능숙한 정부, 이번엔 또 뭔가

박근혜 정부는 편 가르기에 능숙하다. 종북과 애국세력의 프레임은 정권을 지탱해 온 힘이기도 하다. 정부와 새누리당, 보수세력은 '외부세력'이란 용어로 사드 배치를 성주 문제로 국한시키려고도 했다. 그리고 중국과의 정치적 갈등과 경제제재 국면에서는 중국입장 동조세력·사대외교·내부분열 세력이라는 구도를 만들고 편 가르기에 나서고 있다. 어리석은 일이다. 수교 25년이 지난 중국을 다시 중공이라는 냉전체제 때의 적으로 되돌려 놓자는 의도가 아니라면 말이다.

사드의 배치 결정은 안보와 경제, 모든 측면에서 얻는 것보다 잃은 것이 많다. 국가가 하는 일, 안보에 직결된 문제라고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건 독선이고 독재다. 향후 중국과의 경제 갈등은 어려운 내수와 수출시장에 치명적 악재일 수 있다. 수출 기업이 어려워지고 중국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 2017년까지 성장률 4%,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불은 어림없다. 중산층 70% 육성도 헛공약이 될 수밖에 없다.

'수출만이 살길이다'라는 과거 정부의 번영 방식과 한류 문화를 통해 지구촌 평화를 기여하겠다는 취임사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다. 안보도 경제도 장담할 수 없는 사드 배치 결정의 후과가 두렵다. 위기를 감지하지 못하고 대응 능력도 갖추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은 더 두렵다. 경제가 어려워진다며 국민들에게 허리띠 졸라매기를 다그칠 대통령의 화난 얼굴도 무섭기는 마찬가지다.


#사드배치#중국 경제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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