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 포털사이트 '다음' 지도에 나타난 ‘부국상사’가 옥인동 공안분실의 위장명칭이다. |
ⓒ 유영호 |
관련사진보기 |
짐승의 공간, 부국상사앞서 들른 이완용 가옥(관련 기사 :
서촌에 '역적 3관왕' 이완용의 집이 있다)을 통해 우리가 한말-일제강점기에 있었던 매국의 역사를 상상했다면, 그 바로 옆에는 해방 이후 박정희정권 이래 불법 구금과 고문이 자행되었던 또 다른 음습한 공간이 위치해 있다.
포털 '다음' 지도에 '부국상사'로 표시된 이곳의 정식명칭은 '옥인동 보안분실'이다. 보안분실이란 이적행위나 국가안보에 위해가 되는 행위(국가보안법 위반, 간첩행위 등)를 한 사람을 체포해 조사하고, 방첩 목적을 위해 대한민국경찰청 보안수사대가 설치한 기관으로, 옛 '공안분실'이 이름을 바꾼 것에 불과하다.
큰사진보기
|
▲ 1985년 당시 민청련의장 김근태가 남영동대공분실에 끌려가 22일간 받은 고문을 다룬 영화 <남영동 1985>(2012, 정지영 감독)에서 전기고문하는 장면 |
ⓒ 정지영 |
관련사진보기 |
1985년 민추위 사건으로 체포된 김근태 전 민청련 의장이 22일간 혹독한 고문 속에서 보낸 '짐승의 시간'을 신념으로 버티며 기억해낸 고문기록으로 인해 세상에 그 잔혹함이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뒤 1987년 대학생 박종철을 고문으로 숨지게 한 곳이 바로 '남영동 공안분실'이다.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며 남영동 공안분실이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처지가 되자 지금은 경찰청인권센터로 변신한 뒤 일반에게 공개되고 있다. 하지만 이곳 옥인동을 비롯한 다른 공안분실은 여전히 건물에는 어떠한 간판도 없이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있다.
최근 영화 <남영동 1985>로 제작 상영돼 다시금 고문의 기억을 되살렸으며, 이러한 과거로 인하여 우리는 공안분실이란 말을 들으면 바로 '고문'이란 단어를 떠올린다.
공안분실이 바로 이 옥인동 45-21번지에 위치해 있다. 조선 최고의 매국노 이완용과 윤덕영 집 사이에 위치한 옥인동 공안분실.1979년 설치돼 37년 간 있으며 마을 터줏대감 행세를 한다. 그 위치가 나로 하여금 무한한 상상을 불러 일으킨다.
물결이 구슬같이 곱다 하여 이름 지어진 옥류동천과 인왕산에서 각 한 글자씩 따와 지어진 '옥인동'에서 지난 100년간 '매국'과 '고문'이 자행되었다는 생각에 씁쓸할 뿐이다.
큰사진보기
|
▲ 서울경찰청 지금 현재 옥인동 공안분실이 위치한 곳에 새롭게 만들어질 보안수사대 통합청사조감도 |
ⓒ 서울시 |
관련사진보기 |
큰사진보기
|
▲ 옥인동 일대의 주민단체 회원들이 이 지역에 공안분실 새롭게 지어지는 것에 대하여 반대하는 광고물 |
ⓒ 유영호 |
관련사진보기 |
한편, 지난 5월 서울시경은 이곳 옥인동 공안분실이 위치한 이곳에 지하2층, 지상4층의 보안수사대통합청사를 지을 안건을 통과시켰고, 이에 이곳 주민단체연합은 이를 저지시키기 위하여 대립하고 있다.
서울에 존재하고 있는 공안분실
큰사진보기
|
▲ 위 표는 2012년 국정감사 당시 행정안전위원회 백재현의원 보도자료를 일부 수정보완한 것이다. |
ⓒ 유영호 |
관련사진보기 |
2012년 국정감사 때 백재현 의원에 의해 밝혀진 공안분실은 전국적으로 총 25곳이 있으며 이 가운데 이미 경찰청 인권센터로 탈바꿈한 남영동 공안분실을 제외하고도 서울에만 5곳이 있다.
이중 홍제동에 위치한 것이 경찰청 본청 소속이며, 나머지 이곳 종로구 옥인동을 비롯하여 동대문구 장안동, 서대문구 대신동, 양천구 신정동 등 4곳의 공안분실이 보안분실로 이름만 바꾼 채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
이곳은 일반 경찰서에서 조사받는 경우와 다르다. 피의자는 명패도 간판도 없는 이곳에 끌려와 외부와 단절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기 때문에 그 자체로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은밀하게 보안분실이 존재하는 한 '밀실수사' '인권침해'라는 과거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는 가능성은 상시적으로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