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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선물로 엄마에게 선물한 유기농으로 재배한 참깨와 고추가루
추석 선물로 엄마에게 선물한 유기농으로 재배한 참깨와 고추가루 ⓒ 유문철

농사꾼이 된 아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유기농으로 농사지은 고춧가루, 마늘, 참깨, 참기름을 바리바리 싸 들고 고향 엄마 집에 돌아왔다. 고생해서 공부시켜 서울로 대학 보내 놓았더니 어느 날 회사 때려치우고, 양복 벗어 던지고는 흙과 뒹구는 농사꾼이 된 아들에게 엄마는 싫은 내색 한 번 한 적이 없다. 벌써 아홉 해가 지났다. 엄마는 알고 있던 것일까? 흙투성이 농사꾼이 멀끔한 양복쟁이 회사원보다 낫다는 걸. 결국 유기농 농사꾼 둔 덕을 엄마는 철마다 아들이 보내오는 유기농 농산물을 먹고 있다. 게다가 평생 독신으로 살겠다던 아들이 결혼해서 손주까지 데리고 오니 싫은 내색은커녕 업고 다닐 판이다.

들고 온 가지가지 농산물을 넣어두려 창고를 열어본다. 화들짝 놀라며 눈에 불이 번쩍 튄다. 어디서 들어온 선물인지 모르지만 카놀라유 3병, 올리고당 2병짜리 프리미엄 선물세트가 눈에 띈다. 카놀라유나 올리고당은 수입 유전자조작 농산물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큰 가공식품이다. <한겨레>에 따르면, 국내에 수입하는 카놀라의 50~60%는 캐나다산이다. 이중 80% 이상이 GMO 카놀라다. 올리고당 하나는 이미 제 자리를 떠났다. 아마도 손자가 좋아하는 갈비찜 맛을 내는데 들어갔지 싶다. 그럼, 갈비찜에 들어간 조림 간장도?

아들은 유기농 농사지으며 농민운동 한다, GMO 반대운동 한다 하면서 치뜨고 내리뛰고 있다. 올해 만에도 농촌진흥청이 있는 완주와 GMO 관련 각종 집회에 다니느라 아스팔트 농사를 본업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박근혜 정권에게 흔히 '불순세력', '전문시위꾼' 소리 들을 만한 유기농 농사꾼네 엄마 집에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이 딱 들어맞듯이 GMO를 원료로한 것일 수 있는 가공식품이 뒹굴고 있다.

하긴 유전자조작 식품에 대해 엄마가 아는 것이 어디 있나? 추석 선물 준 사람도 GMO 식품에 대해 어디 알았을까? 우리는 GMO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GMO를 너무도 모른다.

현재 우리나라 식품위생법은 유전자변형원료가 들어간 식품은 원료 표시를 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독소적인 예외조항 때문에 사실상 GMO 표시가 있는 가공식품은 하나도 없다. 이 독소조항은 최종 제품에서 단백질과 DNA가 검출되지 않는 식품은 GMO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선물세트에 든 올리고당과 카놀라유의 원료표시 어디를 보아도 유전자변형원료 또는 GMO 원료 표시가 없다.

우리나라는 1년에 1000만 톤이 넘는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수입하고 있다. 총량으로는 일본에 이어 세계 2위다. 일부 농업 전문가들은 식용으로만 따지면 세계 1위라고 분석한다. 식용으로 수입되는 220여 만 톤에 달하는 GMO는 콩, 옥수수, 카놀라가 대부분이다. 콩은 대부분 식용유로, 옥수수는 식용유, 전분, 올리고당과 액상과당으로, 카놀라는 카놀라유로 변신한다.

값이 싼 콩 식용유는 한 집 건너 치킨집이 하나라는 '치맥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치맥 애호가들이 즐기는 치킨 튀김용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엄마가 추석 선물로 받은 카놀라유는 고급 식용유로 인식이 되어 우리나라 식용유 시장의 46%를 점유할 만큼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카놀라유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즐겨 먹는 인기 추석선물인 참치캔에도 '듬뿍' 들어있다.

올리고당은 어떨까? 언젠가부터 설탕은 나쁘고 올리고당은 좋다는 말이 돌더니 집집이 올리고당이 설탕을 대체하고 있다. 그러니 카놀라유와 올리고당 선물세트가 이상할 것도 없다. 이미 카놀라유는 콩기름을, 올리고당은 설탕을 대체하는 고급(?) 건강(?) 식품으로 소비자들에게 인식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이 제품에 GMO가 들어가있는지, GMO가 무엇인지 모르고 받으니 즐겁기만 하다.

GMO, 일단 들어가 있는 건 맞는지 알고나 먹자

 엄마가 추석 선물로 받은 카놀라유는 고급 식용유로 인식이 되어 소비자들의 사랑를 받고 있다.
엄마가 추석 선물로 받은 카놀라유는 고급 식용유로 인식이 되어 소비자들의 사랑를 받고 있다. ⓒ pixabay

'식용 유전자조작농산물을 많이 소비하는 나라'라는 불명예의 실상을 추석선물세트를 보며 피부로 느낀다. 추석이 아니라도 우리의 먹을거리 현장 곳곳에는 GMO가 없는 곳이 없다. 아이들 학교 급식에도, 식당에도, 마트에도, 심지어 집밥에도 GMO가 오르고 있다. 제대로 알고나 먹으면 억울하지는 않다. 어디에도 표시가 되어 있지 않고 GMO 식품의 문제점에 대한 논란을 알지도 못한 채 우리는 날마다 GMO를 먹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는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GMO 완전 표시제'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농민단체, 소비자단체, 환경운동단체는 GMO 반대 전국행동을 결성해서 산발적인 반GMO운동을 하나로 뭉쳐낼 태세다. 한편 대부분 식품대기업 임원으로 구성되어 GMO 홍보에 나선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GMO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대학 및 농촌진흥청 GM작물 개발사업단, GMO 완전표시제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식약처 등은 GMO 수입과 개발의 당위성을 되풀이해 주장하고 있다.

GMO 안전성 논쟁이 지난 수십 년 동안 다람쥐 챗바퀴 돌듯이 되풀이되어 왔다. 안전성 논쟁 이전에 우선 시급히 해야할 일은 GMO가 들어간 모든 식품에 GMO 표시하는 것이다. 이걸 'GMO 원료 표시제'라고 한다. 유럽, 미국을 비롯한 OECD 가입 국가 대부분이 실시하고 있다. 지난 20여 년 간 주요 소비자 단체, 생협, 환경운동단체, 농민단체들이 GMO 원료표시제를 끈질기게 요구를 했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었다. 소비자들이 GMO를 먹더라도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고나 먹자는 당연한 요구였다.

이를 묵살한 결과, 우리는 무엇이 GMO 식품인지는 전혀 알지도 못한 채 해마다 220만 톤이 넘는 유전자조작농산물을 먹고 있다. 국민 한 사람 당 GMO콩·GMO옥수수를 44Kg 넘게 먹고 있다. 우리나라 한 사람당 쌀 소비량이 약 65Kg다. 식용 수입 GMO 소비량이 얼마나 많은지 이 수치를 보고서야 실감이 난다.

사료용까지 따지면 너무 놀라 말문이 막히게 된다. 무려 800여만 톤. 대부분 닭, 돼지, 소의 먹이다. 사료용이라지만 동물을 거쳐 결국 사람이 먹게 된다. 식용과 사료용을 더하면 1000만 톤이다. 결국 우리는 한 해에 우리의 밥상에 각종 가공식품과 고기의 형태로 음식을 올리느라 한 사람당 200kg의 수입 유전자조작농산물을 소비하고 있다. 어마어마하지 않은가?

수입 유전자조작농산물에는 우리 농업 파탄과 먹을거리 오염의 원인이 모두 담겨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곡물 생산량이 560여 만 톤이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23%대다. 이마저도 쌀을 빼면 5%대다. 그 자리를 수입농산물이 메꾸고 있다. 유전자조작농산물 수입이 허용된 1996년 이후로는 수입농산물 중 GMO의 비중이 빠르게 증가했다. 그 결과 도시 소비자들은 먹을거리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농민들과 생협, 시민단체, 환경운동단체들은 식량주권 문제에 더해 종자주권, 생태계 오염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이 침묵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외침은 세상에 잘 전달되지 않는다. 농민운동단체 차원에서, 정당 차원에서 현장에 참여하고 있는 농민의 한사람으로서 이런 현실이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

추석을 맞아 한 해 농사지은 유기농 농산물을 엄마에게 자랑스럽게 드리려던 유기농 농부의 심사는 추석 연휴 내내 크게 뒤틀렸다. 화려한 옷을 입고 있는 카놀라유와 올리고당 선물세트는 창고에 먼저 자리 잡고는 당당히 주인행세를 하고 있었다. 우리 땅에서 유기농으로 직접 기른 참깨, 고춧가루, 마늘은 허름한 옷을 입고 창고 한 켠에 놓였다. 함께 있어서는 안 되는 두 농산물이 한 자리에 놓인 모습을 보면서 우리 농업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본다.

덧붙이는 글 | 유문철 시민기자는 충북 단양에서 아홉해째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으며 녹색당 농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본 기사는 블로그 <단양한결농원 한결아빠의 유기농사 이야기>에도 게재합니다.



#GMO 카놀라유#GMO 올리고당#GMO 완전표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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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단양에서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는 단양한결농원 농민이자 한결이를 키우고 있는 아이 아빠입니다. 농사와 아이 키우기를 늘 한결같이 하고 있어요. 시골 작은학교와 시골마을 살리기, 생명농업, 생태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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