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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서귀포 법화사입니다. 첫인상은 '굿'입니다.
 제주 서귀포 법화사입니다. 첫인상은 '굿'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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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내렸습니다. 감귤에도 비가 내렸습니다. 부처님의 가피...
 비가 내렸습니다. 감귤에도 비가 내렸습니다. 부처님의 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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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법화사 입구에 있는 해상왕 장보고 동상과 비입니다.
 제주 법화사 입구에 있는 해상왕 장보고 동상과 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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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립니다. 비는 감귤에도, 녹차 꽃에도 내려앉았습니다. 그리고 대지를 적셨습니다. 마치 부처님의 가피처럼 여겨집니다. 이 비와 함께 제주도 서귀포시 하원동에 자리한 법화사를 찾았습니다.

제주의 또 다른 아픔, 절 오백 당 오백 파괴사건

제주도는 육지와는 또 다른 특별함이 있습니다. 제주는 3다(多)로 통칭되는 바람, 돌, 여자 외에도, 백록담, 현무암, 감귤 등 특색이 가득합니다. 여기에 비교적 널리 알려진 항몽 투쟁과 4․3 유적 등 아픈 역사를 추가하면 제주의 정체성을 알 듯합니다. 그런데 제주가 간직한 아픔은 이뿐 아니더군요. 제주 법화사 원방식 신도회장의 설명입니다.

"제주는 마을마다 그 마을을 상징하는 절과 당이 있었다. 이는 '절 오백, 당 오백'으로 불렸다. 그런데 1702년 제주목사 이형상이 도내에 있는 절과 당을 미신으로 몰아 모두 불태우고 불타지 않는 불상 등을 바다로 던져 버린 사건이 터졌다. 제주에서는 이를 '영천 이 목사의 절 오백 당 오백 파괴사건'으로 부른다."

우리 역사에서 사찰은 조선시대 숭유억불정책으로 인한 타격이 컸습니다. 결국 산속으로 숨어들어야 했지요. 그 다음은 임진왜란, 일제강점기, 6․25 등 전쟁 등으로 인한 피해입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가 겪어야 했던 일이기에 그렇다고 칩시다. 하지만 제주에서 전통과 역사를 몰랐던 제주목사 이형상이 저지른 무지막지한 사건은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무지의 역사였습니다.

법화사 가는 길 입구. 한쪽에 동상이 있습니다. 가까이 보니 해상왕 장보고와 기념비입니다. 왜 장보고 동상이 있는지 의아합니다. 이를 뒤로 하고, 법화사 입구에 섰습니다. '법 ․ 화 ․ 사'. 네모난 돌에 절 이름을 새겼습니다. 보통 절집은 일주문 등을 통해 알립니다. 아마, 제주도 법화사는 법화사만의 알림 방법을 찾은 듯합니다. 그 뒤로 단청 없는 전각이 보입니다. 법화사, 첫 인상이 아주 단아하고 수수합니다.

우리나라 사찰 내에 있는 유일한 연못 '구품연지'

 제주도 서귀포 법화사 대웅전입니다.
 제주도 서귀포 법화사 대웅전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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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사찰 내에 있는 유일한 연못인, 제주 법화사 ‘구품연지’입니다.
 우리나라 사찰 내에 있는 유일한 연못인, 제주 법화사 ‘구품연지’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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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화사 구화루, 단아합니다.
 법화사 구화루, 단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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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화사는 창건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1269년(고려 원종 10)부터 1279년(충렬왕 5)까지 중창하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나, 1653년 이전에 폐사되었다고 한다. 1983년 발굴조사 때 현 대웅전 자리에서 법당지로 보이는 건물터를 발굴하였는데, 규모가 정면 5칸, 측면 4칸의 건물로 기단면적이 약 330㎡인 대단히 큰 건물이었다.

이곳에서 발견된 도자기 조각과 기와 조각들로 미루어 10~12세기경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의 대웅전은 1987년에 다시 지은 것이다. 법화사는 비보사찰로서 한때는 노비가 280명에 이르렀다. 1406년(태종 6)에는 명나라의 요구로 원에서 제작한 미타삼존불상이 중국의 명으로 강제 이송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제주도청 홈페이지의 법화사 소개입니다. 법화사 주시이신 진우 스님에 따르면 법화사에서 뺄 수 없는 게, "우리나라 사찰 경내에 있는 유일한 연못 '구품연지'가 있으며, 칠월칠석을 전후해 연꽃축제를 연다"면서 "구품연지는 법화사 뒤쪽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스며들거나 모여 자연 습지가 형성된 것을 발굴하여 연지로 복원한 것이다"고 자랑입니다. 구품연지 앞에 들어선, 고려시대 건물로 복원한 구화루도 멋스럽습니다.

구품연지를 보니, 연잎은 푸름을 잃었고, 연줄기는 꺾였습니다. 연꽃이 진 자리, 씨가 대신해 물속에 잠겼습니다. 세월의 흐름을 뉘라서 거스를 손가! 경내에 연꽃이 흐드러지게 핀 모습을 상상하니, 과연 멋스럽습니다. 다음은 법화사가 소개하는 <신승동국여지승람>에 수록된 승 혜일의 시(詩)입니다.

"법화암 가에 물화가 그윽하니,
대를 끌고 솔을 휘두르며 홀로 스스로 논다.
만일 세상 사이에서 항상 머무르는 모양을 묻는다면
배꽃은 어지럽게 떨어지고 물은 달아나 흐른다!"

"권불십년 인생무상, 뿌리는 것만큼 받고 거둬"

 다향 은은합니다.
 다향 은은합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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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법화사 진우 스님입니다.
 제주 법화사 진우 스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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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녹차꽃에도 내려 앉았습니다. 마치, 부처님의 가피...
 비, 녹차꽃에도 내려 앉았습니다. 마치, 부처님의 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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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 스님, 원방식 신도회장, 최재정씨 등과 앉았습니다. 스님께서 우려내시는 차 향이 코를 간질거립니다.

- 스님, 사찰 입구에 해상왕 장보고 동상이 있네요. 어떤 연유입니까?
"장보고 재단 등이 세운 것입니다. 장보고 재단은 우리 제주 법화사를 해상왕 장보고가 중국 당나라와 완도에 세운 세 개의 법화사 중 하나로 보고 있습니다. 법화사에서 법화경의 중심 사상인 관음신앙을 통해 장보고 무역선단의 해상안녕을 기원했을 거라는 논리지요. 실제로 법화사에서 유물을 조사한 결과, 주름 무늬 기와 등의 유물이 발견됨에 따라, 법화사는 장보고가 창건한 절로 보는 겁니다. 앞으로 이러한 유물과 자료 등을 모아 전시할 예정입니다."

- 제주도 선문답 여행 중에 보니, '제주불교성지 순례길'이 있어 놀랐습니다.
"제주도에는 육지에 없는 불교의 아픔이 있습니다. 조선시대 제주 목사로 부임한 이형상이 절 오백 개를 불태운 후, 제주도는 200여 년 동안 절이 없는 무불시대였으니까. 이런 아픔 등을 치유하기 위해 2012년 '지계의 길', 2013년 '정진의 길', 2014년 '보시의 길'에 이어 2016년에는 '선정의 길'이 개통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중생들을 위한 법문 한 말씀 하십시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했습니다. 인생은 무상함을 강조한 말입니다. 역사가 없는 민족은 희망이 없습니다. 정체성 확립을 통해 우리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합니다. 모든 게 마음먹기 달렸습니다. 나쁜 마음으로 행동하면 이에 따른 업이 있으니 잘 행동해야 합니다. 인연이란 뿌리는 것만큼 받고 거둡니다."

- 물질만능주의시대 어떻게 버텨야 잘 버티는 겁니까?
"출가자도 명예, 권력, 돈을 쫓으면 후한이 있습니다. 그래서 진정한 출가를 강조하는 겁니다. 부처님께서 강조하신 교법에 귀를 기울여야 감로(甘露)를 받습니다. 수행을 통한 철학시대, 즉 요순시대가 물질시대로 변했습니다. 이 또한 변합니다. 물도 소가 먹으면 우유가 되고, 뱀이 먹으면 독이 되는 이치입니다."

- 무상(無常)이란 무엇입니까?
"인생무상이라고들 합니다. 이 속에는 죽으면 그만이라는 '단멸론'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막삽니다. 이는 윤회를 모르는 겁니다. 잘못한 일에 대해 회개하고, 참회하고, 과업을 받아야 그 업이 비로써 소멸됩니다. 악업의 씨앗이 싹트지 않고, 자라지 않게 선업을 수행해야 합니다. 무상은 사바세계요, 열반이자, 정토세계입니다."

 제주 법화사 대웅전과 대나무 묘하게 어울렸습니다.
 제주 법화사 대웅전과 대나무 묘하게 어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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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법화사 대웅전 삼존불입니다.
 제주 법화사 대웅전 삼존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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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법화사, 구품연지와 구화루입니다.
 제주 법화사, 구품연지와 구화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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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SNS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제주도#제주 법화사#구품연지와 구화루#해상왕 장보고#법화사 주지 진우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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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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