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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풍자하며 행렬에 참가하고 있다
▲ 학생 플랜카드 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풍자하며 행렬에 참가하고 있다
ⓒ 배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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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집회에 참여했을 때 길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시민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감명 깊고 멋있었다. 12일, 나도 취재와 더불어 쓰레기를 줍기 위해 민중총궐기 현장으로 나섰다. 50L짜리 종량제 쓰레기봉투 2장과 집게 하나, 면장갑, 그리고 수첩 하나와 펜을 사들고 광화문으로 향했다.

전국에서 온 청소년들을 취재했다. 12일 집회에선 흥미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서울에 모이는 시민들이 100만 명이 넘을 것이며, 전국에서 버스가 올라오고 있다는 것. 집회의 중반 주최 측에선 집회 참여 인원이 100만 명을 훌쩍 넘었다고 전했다. 이번 시위는 그 인원만으로도 역사에 남을 기록적인 시위가 되었다.

그 수많은 사람 중엔 청소년도 있었다. 이번엔 하나의 단체로 시위에 참가했다. 이날 모인 청소년들은 그야 말로 '전국단위'였다. 집회에 5천여 명, 행진에 6천여 명의 청소년(집계 추산 출처 : 21세기 청소년 공동체 희망)이 학교 이름이 아닌 지역의 깃발 아래 모여서 '청소년이 주인이다'라는 푸른 피켓을 들고 당당하게 행진하고 있었다.

처음 만난 학생은 울산에서 온 18살(고2) 임아무개 학생이었다. 학교 수업을 가지 않고 나왔다는 그는 이곳에 오는데 5시간 넘게 걸렸다고 했다.

'왜 학교까지 빠지며 집회에 참석했나'라는 질문에 임아무개 학생은 "괜찮아요. 저는 민주시민이잖아요"라고 웃으며 답했다.

아래는 청소년들이 자유발언과 인터뷰를 통해 왜 집회에 왔는지 말한 내용이다. 

"열심히 일하고도 사회적으로 개돼지 취급 받는 부모님을 위해서 나왔어요." - 충남외고 학생

"우리가 2년 뒤에 이끌어야 할 사회잖아요. 광주 학생으로서 선배님들도 하셨던 일이고 저희도 하고 있고 후배들도 반드시 할 거예요." -살레시오 여자 고등학교 학생

"박근혜 대통령님 하야 하시라고 부모님과 함께 왔어요." -영도여고 학생

수능이 4일 남았다고 멋쩍게 웃던 분당고 고3 학생은 인상적인 답변을 했다.

"제가 아무리 대학을 잘 가도 나라가 올바르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어른들이 19살짜리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시는데 저희도 똑같은 민주주의 국민으로 다 알고 있어요. 광주 민주화 운동 4.19 혁명도 다 학생 분들이 주도해서 하신 거잖아요, 저희도 해야죠."

학생들을 인터뷰 하던 나를 호기심 있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있던 이아무개(17) 학생은 국민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서 나를 불러 세웠다.

"국민 여러분 지치지 마세요."

호기롭게 나를 불러세운 것치곤 짧은 한마디. 그는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학교를 다니지 않아 친구가 없다면서도 그날 시위하는 학생 중 가장 밝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행렬이 앞으로 나가지 못하자 자리에 앉아 플래쉬를 키며 집회를 이어나가고 있다
▲ 청소년들의 염원이 담긴 플래쉬 행렬이 앞으로 나가지 못하자 자리에 앉아 플래쉬를 키며 집회를 이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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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학생들과 같이 온 학부모님들을 찾아 나섰다. 어떤 마음으로 자녀와 이런 자리에 나오게 됐는지 궁금했다.

경기도 용인에서 왔다는 한 학부모님은 "딸과 함께 대안학교 시국선언도 참여했다.1980년대 당시에도 참여했는데 옛날 생각도 나도 국가가 더 이상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죽전에서 오신 이우중학교 2학년 학생 학부모님은 이렇게 말했다.

"이런 학생 시위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다 생각이 있는 아이들이고 학부모가 아이를 통해 배우는 것이 많다. 내가 지금 이렇게 하면 30년 후 내 아이들이 똑같이 자기 아이를 데리고 시위장에 나올 것이고 나 또한 젊을 때 그러하였다. 그렇지만 기성세대가 이런 나라를 물려줘서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행진의 마무리

학생들은 탑골공원에서부터 시작해 광화문까지 행진하는 것으로 계획했으나, 경찰들이 막고 시위행렬도 많아 자리에 앉아 애국가를 부르고 핸드폰 플래시를 터트리며 정해진 일정을 소화했다. 저녁 7시 30분, 공식적인 행진을 마감하였다.

학생들은 바로 집에 가지 않고 집에 돌아가는 버스 시간 전까지 같은 지역 친구들끼리 나누어져 시위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혹시나 해서 펼친 쓰레기봉투가 무색하게 그들은 쓰레기를 버리지 않았고, 오히려 함께 거리의 쓰레기를 주워주었다.

 거리에는 많은 단체에서 온 것이 아닌 개인들이 나 포함 쓰레기를 줍고 있었는데 내가 주울때도 생각보다 깨끗해서 놀라웠다
▲ 쓰레기도 줍고 거리에는 많은 단체에서 온 것이 아닌 개인들이 나 포함 쓰레기를 줍고 있었는데 내가 주울때도 생각보다 깨끗해서 놀라웠다
ⓒ 배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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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보며 복잡 미묘한 감정이 스쳐지나갔다. 빼빼로를 먹으며 행진하는 학생, 시위 현장 방문이 처음이라 차도 위에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것을 신기하다며 바라보는 학생 등. 현 시국에 정확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인상깊었다.

원래는 필자의 생각도 좀 더 적으려 했으나 적지 않기로 했다. 대신 마지막으로 자유발언에 나온 외침과 한빛고 2학년 학생이 인용한 서산대사의 말씀 한 구절을 써놓고 마무리 하려 한다.

"엘리트가 되면 뭐합니까. 나라의 엘리트라는 사람들이 개인의 사익만을 추구하며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있는데 저희가 지금 공부를 해서 엘리트가 되면 뭐합니까! 나라의 어른들이 다 개인의 이익만을 챙기시면 저희는 누가 지켜줍니까! 어른들이 지켜주시지 않는다면 저희가 스스로 지키겠습니다!" -자유발언

눈 쌓인 벌판을 걸어갈 때에는 
발걸음 어지러이 하지 말라
오늘 걷는 나의 이 발자국이
뒤에 오는 이의 길이 되리니

-서산대사

한 시민분께서 거리의 모든 피켓을 모아 펼쳐놓고 계셨다`
▲ 다양한 피켓들 한 시민분께서 거리의 모든 피켓을 모아 펼쳐놓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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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청소년, #광화문 광장, #집회, #시위,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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