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15일 오후 경북대에서 열린 세미나에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 찾았다가 학생들의 비난 세례를 받았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오후 3시부터 경북대 정보전산원에서 정맹준(나노소재공학과) 교수가 주최한 '4차 산업혁명과 지역경제 활성화' 세미나에 참석해 '4차 산업혁명과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이에 앞서 '이것이 민주주의다'(이민주) 소속 경북대생 10여 명은 토론회가 시작되기 전 세미나실 앞 벽에 김 전 대표가 민심투어를 하면서 빨래를 하던 사진과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 '탄핵이라는 큰 그림 그리지 말고 노후를 그리세요!' 등의 글을 쓴 A4 용지 1000여 장을 붙이려 했다.
그밖에 A4용지에는'당신도 근혜씨랑 친했잖아요' '그냥 같이 손잡고 나가세요' '내 머릿속엔 비행기상납, 친일, 로맨틱, 성공적'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학생들은 "박근혜 퇴진" "새누리당 해체"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북대생들 "박근혜 만든 김무성 책임져라"
이 과정에서 행사를 주최한 교수들이 전단지를 떼려다 학생들과 충돌했고 일부 교수는 한 학생의 멱살을 잡고 욕을 하기도 했다. 또 다른 교수는 "취업 강의에 정치적 구호를 외치지 마라"거나 "누가 시킨 거냐"라고 다그쳤다.
이에 학생들은 "젊고 어리다고 욕을 하느냐" "학생의 멱살을 잡는 교수도 있느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학생들은 김 전 대표를 향해서도 "최순실 사태 김무성도 공범이다" "박 대통령 만든 김무성 전 대표 책임져라"는 구호를 외쳤다.
학생들은 준비한 A4용지를 계속해서 붙였고 행사를 주최한 측은 학생들이 붙인 용지를 떼어내기를 반복했다. 학생들을 피해 다른 통로로 입장한 김 전 대표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항의시위에 참가한 최아무개(철학과 4년)씨는 "최순실 사태의 공범인 새누리당 전 대표가 사죄는 못할망정 학생들에게 강의할 자격이 있느냐"며 "최근 경북대가 조경태, 김문수, 김무성 등 새누리당 소속 정치인만 부르는 게 무슨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학생들은 결국 멱살을 잡은 교수의 사과를 받은 뒤 행사를 방해하지 않겠다며 자리를 떴다.
김무성 "난 최순실 사태 막지 못한 공범 중 하나"
김 전 대표는 기조연설에서 "제가 여기 오기까지 참 많은 고민을 했다"며 "학생들이 밖에서 말한 대로 저도 최순실 사태를 막지 못한 공범 중 한 사람이라고 깊이 자성하며 죄인된 심정으로 매일 국민들에게 사죄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이어 "우리나라 미래를 짊어질 대학생들에게 강연할 그런 자격이 있는가 깊은 고민을 했다"며 "하지만 최순실 사태는 그렇다 하더라도 대한민국 국정은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전 대표는 강연이 끝난 후 경북대에서 대학생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했다. 하지만 당초 방문 예정이었던 사범대 내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흉상 참배는 이유를 밝히지 않고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