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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난 9일 오마이뉴스 메인 화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난 9일 오마이뉴스 메인 화면.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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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을 하루라도 빨리 안정시키려면 헌재가 가능한 한 빨리 탄핵심판을 종결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에 굳이 헌재 심판 절차를 둔 이유를 간과해선 안 된다. 국정이 여론재판에 휩쓸리는 것을 막고 법치주의를 실현하려는 정신을 담은 것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헌법재판소가 집중심리로 적어도 1월 말까지 심판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광장의 민심을 활용해 헌재 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이런 발언을 판사 출신인 추 대표가 내놓았다니 믿기 힘든 일이다."

지난 12일 자 <매일경제> 사설 중 일부다. 그런데, 칼럼 제목이 꽤나 화끈(?)하다. "촛불, 헌법재판소로 가서는 안 된다"는 제목의 이 사설의 속내는 "이제는 큰 목소리를 거두고 법치국가 국민으로서 냉정하고 담담하게 헌재 심판을 기다려야 한다"는 마지막 문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촛불민심'이 제 역할을 다 했으니, 이제는 끄시라. 그리고 절대 헌법재판소를 압박하지 말라. 알겠다. 중립과 법적 판단이 최우선이 되어야 할 헌법 재판관들을 흔들지 말라는 주문이라면 충분히 수용할 만한 고견일 수 있다. 하지만, 꽤나 많은 보수·경제지가 한목소리를 낸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더욱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말"까지 탄핵 결정을 내려달라고 한데 대해 꼬투리를 잡고 나선 것이다.  

"헌재가 언제,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나라의 명운이 달린 만큼 국민의 눈길은 온통 헌재로 쏠리고 있다. 헌재가 심리를 서두르는 것은 이러한 시대적 사명과 책무에 충실하려는 당연한 대응이다. 그런데도 일부 정치인과 시민단체가 '대통령 즉각 하야'를 외치거나 헌재 앞 촛불집회를 시도하는 등 헌재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유감이다."

오늘(13일) 자 <이데일리>의 "헌재 탄핵심리 신속하되 뒤탈 없도록"이란 사설의 핵심이다. 아예 대놓고 "헌재 앞 촛불집회"에 유감을 표시했다. <이데일리>는 앞선 12일 자 사설에서는 "이제 헌재 판결에 맡기고 일상으로 돌아가야"라는 사설도 내보냈다. 또 12일 자 <국민일보>는 "야당의 헌법재판소 압박은 반헙번적 행태"라는 사설에서 비슷한 논조를 유지하면서 "촛불 민심도 헌재 결정을 차분하게 기다려야 한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가라앉지 전에 탄핵을 결정지어야 대선에서 유리하다는 정파적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중략). 촛불민심은 야권에 정국 주도권을 임시로 맡겨 놓았다. 점령군처럼 행사하며 헌재를 압박하라고 준 것이 아니다. 야권은 헌재에 탄핵 결정 여부와 시기를 맡겨 두고 국정 혼란을 수습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전력을 다할 때다. 대선 유불리를 따질 계제가 아니다."

"촛불, 헌법재판소로 가서는 안 된다"고?

 지난 12일자 <매일경제> 사설.
 지난 12일자 <매일경제> 사설.
ⓒ 매일경제 온라인판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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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헌재를 압박하지 말라. 촛불민심도 헌재를 흔들어선 안 된다. 이미 불안정한지 오래인 국정, 그 '국정 안정'이란 허울을 핑계로 '촛불'을 두려워하는 심리가 짙게 깔려 있다. 그래서 더더욱 '대통령 하야'와 조기대선을 연결 짓고, 야당의 정파적 판단으로 몰아간다.

압도적인 표차였던 박 대통령 탄핵 가결 직후, 각 일간지들의 사설도 갈피를 못 잡았던 것이 사실이다. 헌재의 조속한 탄핵 결정을 주문했던 한 일간지는 며칠 새 논조를 교묘히 바꾸기도 했다. '촛불민심'은 위대했다고 하면서, 이제는 '국정 안정'을 위해 그 촛불을 끌 때라는 주문도 서슴지 않는다. 사실 이러한 논조들을 이미 집대성했던 곳이었었으니, 역시나 <조선일보>였다.

"지난 몇 주간 촛불 집회를 주최해 온 측에서는 헌재 심리가 시작되면 시위와 집회 장소를 헌재 앞으로 옮길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한다. 시위와 집회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다. 그러나 재판관을 위력으로 압박하는 행위는 법치를 부정하는 가장 반민주적 행태다. 대통령의 '민주주의 위반'을 규탄한다면서 자신들도 민주주의를 위반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박 대통령에게도 헌재 심리 과정에서 법률적 방어 권리가 보장돼 있다. 헌재 재판관들은 그 어떤 압력으로부터도 벗어나 순전히 법률과 양심에 의해 심리하고 판단해야 한다.

촛불 시위대는 탄핵이 가결되면 이번에는 즉각 하야로 방향을 돌릴 것이라고 한다. 야당들도 이에 가세할 조짐이다. 야 3당은 계속 요구 조건을 바꾸면서 결국 탄핵까지 관철했다. 시위 군중의 힘을 빌려 무엇이든 못할 게 없다는 태도다. 이 혼돈을 대선까지 이어가야 유리하다고 계산하기 때문일 것이다. 야당들은 또 탄핵안 가결과 함께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는 황교안 총리 '탄핵'까지 주장하고 있다. 국회 합의 총리 추천을 거부한 야당이 헌법에 따른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마저 흔들려 한다. 야당은 이런 반(反)헌법적 주장을 거둬들여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국민이 주인이어야 합니다"

 국민이 갑이다
 국민이 갑이다
ⓒ 황남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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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럴까. 보수·경제지의 주장대로, 헌재 앞 촛불민심은 '반민주적 행태'일까. 주권자들이 스스로 민의를 표출하고자 집회와 결사, 표현의 자유의 누리겠다는 행위를 '반민주'로 규정하고 촛불을 끄라고 겁박하는 보수·경제지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한인섭 교수는 이렇게 일갈했다.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고요? 아뇨. 공은 국민이 갖고 있습니다. 국회에 이어 헌재에게 심부름시키는 차례지요. 헌재의 결과를 지켜보자고요? 아뇨. 헌재에게 누가 주인인지, 여러 방향으로 일깨워줘야 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국민이 주인이어야 합니다."

자, 그러니까 반문을 해 보는 것이 더 빠를지 모르낟.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최대한 늦춰지기를 고대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조기대선을 막고 싶은 이들은 누구인가. 이러한 국정 혼란이 지속되거나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가 탄핵정국을 수습키를 원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촛불민심이 헌재를 가리키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지난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한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은 "축제 분위기는 너무 성급하다", "아직 국회가 탄핵 결정한 것이 아니라 헌재에 탄핵 소추한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과정에 '촛불민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안 되죠. 촛불이 꺼져버리면 헌재라는 법적 절차만이 남게 되고 이 법적 절차는 1~2개월, 2~3개월 안에 그것도 결론도 인용으로 되면 그런대로 주권자의 명령은 제대로 지켜지는 셈이 되죠. 그러나 그것이 어렵다는 겁니다. 재판이라는 게 그렇게 만만치 않습니다(중략).

저는 전에 처음 얘기할 때도 그랬지 않습니까? 저는 제일 중요하게 보는 게 이 촛불민심, 이번에 나타난 이 촛불민심을 국민인 주권자의 명령이라고 보는 데서 저는 출발했거든요. 이 출발이 틀리면 제가 이때까지 전개한 이론들은 다 헛된 이론입니다. 대한민국 국민, 주권자인 국민이 명령을 내린 것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가 그걸 다 받들어야 한다는 말이죠."

촛불이, 촛불 민심이 꺼져서는 안 되는 이유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 날인 10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정권 끝장내는 날'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박근혜 즉각퇴진'을 외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 날인 10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정권 끝장내는 날'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박근혜 즉각퇴진'을 외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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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전 헌법재판관 개인의 견해가 아니다. 지난 9일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대한변호사협회는 성명을 내고 "헌법재판소는 박한철 소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2017년 1월 말 전에 조속히 탄핵안을 심판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이에 관련해, 지난 10일 SBS라디오 <박진호의 시사전망대>에 출연한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탄핵 기각 가능성은 없다"고 못 박으며 이렇게 부연했다.

"지금 촛불 민심은 180일까지도 끌지 말고 최대한 신속하게 일정을 내리라는 것이 촛불 민심으로 알고 있고. 헌법재판관들도 그에 대한 인식을 철저히 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의 그러한 민심을 받아들여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결정을 내리리라고 봅니다. 그리고 심지어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1월 말에 퇴임하게 돼 있는데요. 그 전에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퇴임 전에 결정을 내리라고 대한변호사협회가 그런 제안을 내기도 했습니다."

또 오늘(13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헌법재판소, 촛불민심 담을 수 있을 것인가'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이재화 변호사, 토론자로 참여한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촛불집회는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될 때까지 계속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촛불민심이 헌재 결정의 동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의 확인인 셈이다.

종합하자면, 헌법학자들이, 법조인들까지도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촛불민심의 힘, 그 민의의 정당한 발현을 보수매체들이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는 꼴이다. "탄핵이 끝이 아니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이제는 헌법재판소 앞으로"라는 시민들의 구호가 그렇게도 두렵고 무서웠던 걸까.

아니나 다를까, KBS <9뉴스>는 12일 <헌재 향하는 촛불집회…찬반 충돌 우려>라는 기사를 통해 오는 17일 보수단체가 맞불집회를 예고한 헌법재판소 앞 촛불집회에 우려부터 나타냈다. 이처럼 탄핵안 가결 이후, 일부 친박계와 보수언론, 종편을 중심으로 확정되지 않은 헌재 결정까지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조기대선이 결정되기 전까지 시간을 벌려는 움직임들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촛불민심'에 대한 우려와 견제 역시 이러한 움직임과 궤를 같이한다. 어떻게든 민심을, 변혁의 분위기를 탄핵정국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전으로 되돌리려는 반동의 움직임 말이다. 답은 하나다. 헌재 결정을 앞당기기 위해, 국정 안정을 조속하게 이뤄내기 위해, 사회 변혁의 동력을 지속적으로 촛불민심을 통해 가져가기 위해, 촛불은 계속 타올라야 한다. 헌재 앞에서든, 국회 앞에서든 말이다. 탄핵 가결 후 보수언론과 일부 매체가 국민들에게 준 교훈되겠다.


#헌법재판소#촛불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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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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