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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블릿 PC 의혹은 수구가 여태껏 써온 프레임 전도 물타기의 전형이다. 92년 김기춘 초원복집사건, 2012 국정원 여직원 셀프 감금 사건에서는 수구의 이 전략이 제대로 먹혀 들었다. 하지만 이번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만큼은 다르다.
태블릿 PC 의혹은 수구가 여태껏 써온 프레임 전도 물타기의 전형이다. 92년 김기춘 초원복집사건, 2012 국정원 여직원 셀프 감금 사건에서는 수구의 이 전략이 제대로 먹혀 들었다. 하지만 이번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만큼은 다르다. ⓒ 최주호

수구세력이 사건이 터져 코너로 몰릴 때 쓰는 전형적인 수법이 있다. 바로 본말을 뒤집어 프레임을 전도시키는 물타기가 그것이다. 대한민국 헌정을 파괴하고, 국민에게 엄청난 충격과 분노를 안긴 이번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에서도 여지없이 수구의 프레임 전도 조작 시도가 있었다. 바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결정적 증거가 된 태블릿 PC의 수집 과정이 위법했다며 증거에서 배제시키려는 시도가 그것이다.

92 초원복집 사건에서도 도청 물고 늘어져

92년 당시 법무부 장관 김기춘은 부산 지역 기관장들을 모아 대놓고 지역 감정을 선동하는 관건 선거를 지시한다. 그 유명한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로 회자되는 사건이다. 그런데 이 김기춘의 부정선거 개입 사건은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도청에만 초점이 맞춰져, 정작 중요한 본질인 부정 선거 문제가 묻힌 것이다. 주요 언론도 초원복집 사건의 도청부분을 물고 늘어졌다.

이 사건을 통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은 대통령 선거법 제36조 1항이 참정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한다. 헌재에서 해당 법률에 대한 위헌 결정이 나면서 공소는 취하되고, 법률 미꾸라지 김기춘은 처벌을 면하게 된다. 그리고 도청한 사람들은 처벌을 받는다. 완전히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2012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의 '감금' 논란

2012년 12월 11일, 국정원 직원이 야당 대통령 후보인 문재인 후보에 대한 비방글을 올리고 있다는 첩보가 들어왔다.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들과 기자들은 해당 국정원 직원의 숙소인 강남구의 오피스텔로 달려간다.

이를 국정원의 불법 대선 개입 사건으로 규정한 민주당은 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에 '국정원 여직원이 현행범이니, 즉각 문을 열고 들어가 해당 의혹을 확인해 줄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해당 국정원 여직원은 '민주당이 자신을 감금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문을 열지 않았다. 선거관리위원회도 여직원이 문을 열어주지 않기 때문에 조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국정원 대변인이 와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당시 국정원 대변인은 문앞에서 입장을 밝히는 촌극을 연출한다. 여직원은 대변인과 입을 맞춘 것처럼 "대선 관련 댓글은 단적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사건 발생 이틀이나 지난 시점에서야 경찰은 여직원에게서 임의제출 형식으로 하드디스크를 넘겨 받는다. 보통 이러한 중요 사건의 경우 즉각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강제집행하는 것이 상식일진데 사실상 여직원이 증거 인멸할 시간을 준 것이다.

대선이 박근혜의 승리로 끝나고 나서야 나온 수서경찰서의 2013년 1월 3일 발표의 내용은 국정원 여직원이 대선 관련 댓글 99개를 작성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약 한달 뒤인 1월 31일, 정치 성향 댓글이 49개밖에 안 된다는 다소 억지스러운 발표가 이어진다.

그 뒤 수서경찰서 권은희 당시 수사과장(현 국민의당 국회의원)이 '국정원 수사에 윗선이 개입하고 있다'는 양심선언을 한다. 당시 검찰의 국정원 사건 특별수사팀 소속이었던 윤석열 검사도 국회에 나와 수사에 외압이 있었음을 밝혔다.

이 사건의 본질은 '국정원의 불법 대선 개입'이었지만, 어느새 이는 사라지고 국정원 여직원에 대한 감금이 부각된다. '여직원의 인권을 깡그리 짓밟은 사건'으로 프레임이 맞춰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이종걸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감금죄로 기소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이해하기 어렵다. 국정원 직원을 나오지 못하게 막은 것도 아니고 나오라고 요구한 것일 뿐인데 감금죄라니. 오히려 국정원 직원이 스스로 나가지 않고 문을 걸어 잠근 '셀프감금'에 더 가깝지 않을까. 이러한 상식을 뒷받침하듯, 법원도 지난 7월 6일 감금죄와 관련한 1심 판결에서 야당 의원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미국의 워터게이트급인 사건인데도, 본질은 흐려졌다. 프레임이 여직원 감금, 여직원 인권침해로 짜였다. 수구의 프레임 전도와 물타기가 성공했다. 박근혜는 그해 대선에서 51.6% 득표율로 승리한다. 그 결과가 현재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낳았다.

귀국 전 태블릿 PC 물타기 지시한 최순실

 최순실은 귀국전 측근에게 태블릿 PC의 입수를 불법으로 모는 등 의혹을 제기할 것을 주문한다.
최순실은 귀국전 측근에게 태블릿 PC의 입수를 불법으로 모는 등 의혹을 제기할 것을 주문한다. ⓒ YTN

최순실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에 개입했다는 결정적 증거가 담긴 태블릿 PC. 최순실은 귀국 전 'JTBC가 태블릿 PC를 훔친 것'으로 몰아갈 것을 지시한다. 14일 3차 청문회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러한 내용의 최순실 육성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서 최순실은 "큰일 났네. 그러니까 고(고영태)한테 정신 바짝 차리고 걔네들(JTBC로 추정)이 이게 완전히 조작품이고 얘네들(JTBC)이 이거를 저기 훔쳐 가지고 이렇게 했다(조작했다)는 걸로 몰아야 되고"라고 말한다. 'JTBC가 태블릿 PC를 불법적으로 입수했다'
고 몰아가라고 노골적으로 지시한다.

이뿐만 아니다. 최근에는 최순실 측근들과 친박계 일부 의원들이 태블릿 PC 흔들기를 시도한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20일 JTBC 뉴스룸은 특히 이러한 흔들기가 9일 탄핵 표결을 앞두고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것 같다고 추정했다.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이 이만희 의원을 만난 게 4일, 그리고 7일 열린 청문회에서 새누리 친박계 의원들(이완영,이만희 등)이 고영태 등에게 태블릿 PC 출처를 집중적으로 질의한다. 또한 8일 새누리 최고의원 간담회에서도 이정현 전 대표 등이 태블릿 PC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탄핵 며칠을 앞두고 태블릿 PC 입수 경위를 집중적으로 물고늘어진 것이다. 무언가 불순한 의도가 감지된다.

 이만희 의원이 정동춘 이사장을 만난 뒤 사흘후 7일 열린 2차 청문회에서 새누리 이완영, 이만희 의원 등은 태블릿 PC 의혹에 대해 집중 질의한다.
이만희 의원이 정동춘 이사장을 만난 뒤 사흘후 7일 열린 2차 청문회에서 새누리 이완영, 이만희 의원 등은 태블릿 PC 의혹에 대해 집중 질의한다. ⓒ JTBC

탄핵이 가결되고도 태블릿 PC 물타기는 계속 되었다. 고영태는 지난 13일 <월간중앙>과 인터뷰에서 "박헌영 과장이 새누리당의 한 의원과 사전에 입을 맞추고 4차 청문회에서 위증을 할 것"이라며 "태블릿 PC를 본적이 있느냐"고 물으면 "고영태가 들고 다니는 것을 보았다. 태블릿 PC 충전기를 구해 오라 했다"라는 질의 응답이 오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틀 뒤 15일 4차 청문회에서는 이러한 고영태의 예언이 그대로 적중했다. 이만희 의원은 박헌영 K스포츠재단 전 과장에게 "태블릿 PC를 본 적 있는가?"물었고, 박 전 과장은 "고영태가 갖고 다니는 것을 봤고, 태블릿 PC의 충전기를 사오라고 시켰다"고 답한다. 해당 새누리 의원들은 의혹을 강하게 부정하고 있지만, 대본을 맞춰놓은 듯한 답변은 의심을 사기 충분하다.

 13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청문회에서 위증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고영태(위). 대본을 연기하듯 충실하게 실현하는 것 같은 새누리 이만희 의원과 박헌영 과장.
13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청문회에서 위증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고영태(위). 대본을 연기하듯 충실하게 실현하는 것 같은 새누리 이만희 의원과 박헌영 과장. ⓒ MBN/TV조선

수구의 프레임 전도와 물타기 시도, 이번엔 안 먹혀

수구의 이번 태블릿 PC 흔들기를 통한 물타기 시도는 통하지 않았다. 3일 232만 국민촛불의 힘을 목격한 국회는 9일 찬성 234표라는 압도적 표차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켰다. 그런데도 수구는 계속해서 태블릿 PC만을 물고 늘어지고 있다. 과거엔 이런 수법이 통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다르다.

JTBC 등 수많은 언론사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끈질기게 추적하고 있다. 또한 SNS의 발달과 실시간 방송 등으로 수많은 국민들이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수구가 국민을 속인다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오히려 수구의 이러한 물타기 시도는 국민의 분노를 불러 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수구의 프레임 전도와 물타기 시도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 통하지 않고 있다. 검찰도 태블릿 PC를 통해 추적한 동선, 최순실의 사진 등을 통해 태블릿 PC가 최순실의 것이라고 보고 있다. JTBC에서도 여러 번에 걸쳐 태블릿 PC의 입수 경위를 소상히 밝혔다.

수구에게는 태블릿 PC 흔들기가 마지막 보루일지 모른다. 하지만 국민들은 더이상 이런 것에 흔들리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최주호 시민기자의 오마이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최순실 태블릿 PC#수구 프레임 전도 물타기#이완영,이만희#범죄 피의자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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