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전망대에서 바라본 브루니 섬(Bruny Island)의 길목
 전망대에서 바라본 브루니 섬(Bruny Island)의 길목
ⓒ 이강진

관련사진보기


오늘은 브루니 섬(Bruny Island)을 찾기로 했다. 호바트에서 가까운 자그마한 섬이다. 섬까지는 배가 자동차와 사람을 실어 나른다. 타즈마니아의 야외 풍경을 즐기며 선착장에 도착했다. 배가 쉴 새 없이 섬을 오가고 있지만, 배를 기다리는 자동차의 행렬은 길다.

배를 기다리며 잠시 주위를 둘러본다. 항구에는 크고 작은 배가 많이 정박해 있다. 바다를 즐기는 여유있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수많은 배를 배경으로 중국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선착장에 있는 자그마한 카페에 들어가 본다.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는 사람과 커피를 마시는 사람으로 제법 붐빈다. 카페 안내판에는 배를 파는 광고가 사진과 함께 즐비하게 붙어 있다. 웬만한 집 한 채 값이 넘는 고급 요트부터 작은 배에 이르기까지 배의 종류도 다양하다. 

배에 자동차를 싣고 브루니 섬에 도착했다. 자동차로 섬을 돌아본다. 아담한 카페와 선물 가게도 지난다. 바다가 촐랑거리는 곳에 있는 작은 동네도 지난다. 도시에서 흔히 보이는 번잡함이 없어 좋다. 이런 곳에서 물건을 사면 더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남쪽으로 내려가는데 어드벤쳐 베이(Adventure Bay) 전망대 표지판이 보인다. 주차장에는 서너 대의 차가 주차해 있다. 나무로 만든 계단이 가파른 언덕 위까지 잘 만들어져 있는 멋진 전망대다. 수많은 계단을 밟으며 힘겹게 전망대에 오른다.

전망대에 오른 보람이 있다. 발아래 펼쳐지는 경치가 일품이다. 왼쪽으로는 망망대해가 펼쳐지고 오른쪽으로는 육지에 잘려나간 바다가 호수처럼 보인다. 땀 흘리며 올라온 셀 수 없는 계단을 바라보며 나름대로 성취감을 느낀다. 바닷바람에 땀을 씻으며 풍경에 취해 잠시 머무른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혼자 여행하는 사람이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 분위기에 젖어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니 원주민 사진이 있는 안내판이 시선을 끈다. 사진 옆에 있는 글을 읽는다. 타즈마니아에 살았던 마지막 원주민이라고 한다. 원주민을 한 명도 살려두지 않았던 타즈마니아의 잔인한 역사를 읽는다.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로 원주민을 죽인 야만적인 일이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에서 일어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그러나 요즘도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이는 뉴스가 매일같이 보도되는 것을 보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전망대에서 보았던 도로를 따라 섬 남단에 있는 등대도 찾아본다. 등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절경이다. 검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해안가에는 육각형 모양의 바위가 빼곡하다. 제주도에서 보았던 기억이 있는 특이한 모양의 바위다. 등대 주위에는 이름 모를 들꽃이 만발하다. 호주에는 경치 좋은 곳에만 등대를 설치한 것 같다. 다시 태어난다면 등대지기를 직업으로 가지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섬에서 유명한 관광 상품은 쾌속선을 타고 섬 주위를 도는 관광이다. 타즈마니아로 떠나기 전, 이웃에 사는 지인이 추천한 관광 상품이기도 하다. 쾌속선 타는 곳으로 가본다. 그러나 오늘 일정은 다 끝났으며 손님을 더는 받지 않는다고 한다. 아쉽다. 아무 때나 가면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미리 시간표를 확인하지 못한 나를 책망할 수밖에 없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집으로 향한다. 

호주 사람 틈바구니에서 만두를 먹는 재미

 웰링턴 산(Mount Wellington) 정상에서 바라본 호바트 전경
 웰링턴 산(Mount Wellington) 정상에서 바라본 호바트 전경
ⓒ 이강진

관련사진보기


호바트 시내에서 맞는 세 번째 아침이다. 오늘은 이곳에서 지낼 생각이다. 호바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은 웰링턴 산(Mount Wellington)이다. 1300m 정도 되는 높은 산이다. 아침에 일어나 두툼한 옷을 준비하고 길을 떠난다.

호바트가 한눈에 펼쳐지는 산 입구에는 멋진 집들이 자리잡고 있다. 산을 깎아 만든 꼬불꼬불한 도로를 운전하며 정상으로 향한다. 사진에 담고 싶은 풍경을 차창 밖으로 지나치며 정상에 올랐다.

첫눈에 들어오는 것은 높은 송신탑이다. 자동차를 주차하고 문을 여는데 몸을 가눌 수도 없는 심한 바람이 불어 닥친다. 두툼한 옷으로 차가운 바람을 막으며 정상에 있는 짧은 산책로를 걷는다.

호바트 도시가 발아래 펼쳐진다. 산으로 둘러싸인 도시와 바다가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다. 산으로 시선을 돌리면 거대한 돌기둥이 무리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들어온다. 파이프 오르간(Organ Pipes)이라는 이름을 가진 돌산이다. 자세히 보니 돌기둥이 오페라 하우스에서 보았던 오르간의 파이프를 연상시킨다. 

짧은 산책길이 끝나는 주차장에는 심한 바람이 부는 추운 날씨지만 두툼한 옷으로 무장한 관광객이 많다. 심지어는 오토바이를 타고 온 사람도 있다. 여행은 사람을 끄는 특별한 그 무엇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여행은 편안함을 버리고 어려운 환경을 기꺼이 찾아 나서게 한다. 

바람을 피해 주차장 옆에 있는 큼지막한 전망대 건물에 들어선다. 보통 전망대는 시야가 넓은 야외에 주로 있지만, 이곳은 통유리를 통해 주위를 안락하게 즐길 수 있는 실내 전망대가 있다.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일 것이다. 관광객 틈에 섞여 풍경을 사진에 담는다.

돌아가는 길에 산 중턱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바람도 불지 않는 안락한 곳이다. 모닥불을 피울 수 있는 돌로 만든 움막도 있다. 근처에는 많은 등산객이 산행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짧은 산책로를 정해 잠시 걷는다. 산 내음이 가슴 깊은 곳까지 파고든다. 다른 산책로도 걷고 싶다. 또 다른 풍경과 냄새가 진동할 것이다. 그러나 적당히 포기하며 사는 것이 인생이다. 다음 일정을 생각하며 시내로 향한다.

산에서 내려와 호바트의 유명한 주말 시장을 찾았다. 가장 번잡한 시내 한복판에서 열리는 장이다. 선물과 음식 그리고 채소 등 온갖 것을 파는 가게로 즐비하다. 사람들로 시장은 발 디딜 틈이 없다. 거리의 악사들은 각가지 악기를 연주하며 분위기를 돋운다. 굳이 살 물건은 없어도 군중에 취해 가게를 기웃거리는 재미를 만끽한다.

시장 한복판에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음식점이 보인다. 다른 가게보다 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음식을 주문한다. 내가 하는 장사는 아니지만, 기분이 좋다. 나도 줄을 서서 만두를 들고 나온다. 외국 사람들 틈에서 만두 먹는 재미를 즐긴다.

시내 한복판에서 많은 사람에 섞여 지내는 시간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 도시의 번잡함을 피해 시골에서 살고 있지만...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호주 동포 신문 '한호일보'에도 연재하고 있습니다.



#호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