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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가 설립한 사회적기업 '송도에스이'.
 포스코가 설립한 사회적기업 '송도에스이'.
ⓒ 송도에스이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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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의 불법도급 의혹이 제기 된 사회적기업 ㈜송도에스이(SE)에서 북한이탈주민 여성을 상대로 한 성희롱 사건이 발생해 빈축을 사고 있다.

진정인(피해자, 직원 K씨)으로부터 성희롱 사건을 접수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4일 송도에스이 대표이사에게 피진정인(가해자, 임원 A씨)을 주의 조치 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피진정인에게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주관하는 특별 인권교육을 수강할 것도 권고했다.

송도에스이는 포스코가 2010년 4월 설립한 사회적기업으로, 같은 해 12월 노동부로부터 취약계층(북한이탈주민 등) 일자리를 위한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송도에스이는 포스코 R&D센터와 포스코 E&C타워의 건물관리와 청소 용역을 대행했다. 지난해 8월 북한 의사 출신 새터민(탈북민)이 유리창을 닦던 중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세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성희롱 사건 피해자 K씨는 2015년 4월 30일부터 2016년 9월 12일까지 '포스코 2012' 업무용 수첩에 거의 매일 빠짐없이 그날 발생한 일을 기록했는데,  성희롱 피해사건 또한 기록해놨다.

"누에그라를 아느냐... 밤마다 정력 세졌는지 확인 후 보고해라"

K씨가 기록한 내용 중 일부를 보면 가해자인 포스코 출신 송도에스이 임원 A씨는 2016년 4월 20일 야근 중이던 피해자에게 "남자와 스킨십 어디까지 했냐?"라고 말해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 또 같은 달 21일에는 "거래처를 어떻게 꼬셨냐(꾔냐)?", "미인계를 쓴 거냐?"는 등의 발언을 했다.

임원 A씨는 또 같은 달 27일 오전에는 피해자가 당좌자산 관련 업무보고를 하던 중 "등산하러 산에 가면 여자들이 입술에 립스틱을 짙게 바르고 서서 남자들을 유혹한다. O부장 입술이 오늘 따라 강렬해 보이는데… 오늘 누구를 유혹하려고 입술에 립스틱을 짙게 바르고 왔냐? 노래에도 있듯이 립스틱 짙게 바르고 내 영영 당신을 잊어 주리라… 이런 건 아니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5월 12일 연세대학교 송도캠퍼스로 점심 먹으러 가는 길에 꿈틀거리며 기어가는 털벌레를 보고 A씨는 그 벌레를 잡으려고 했다. 그러자 피해자가 "무섭고 징그러우니 잡지 말라"고 말했을 때, A씨는 "이런 벌레는 아무것도 아니다. 손가락 크기의 누에 같은 벌레는 더 징그럽다. 근데 꿈틀거리는 벌레가 정력에 좋다"라고 말했다.

잠시 후 가해자는 피해자에 다가와 "누에그라를 아느냐?" "누에그라는 남성들의 정력제로 쓰는 비아그라와 같은 건데 누에로 만든 약이다. 남편에게 누에그라를 한 번 사서 먹여보고 밤마다 정력이 얼마나 세졌는지 확인해서 보고해라"라는 발언을 해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

혐의 모두 부인한 가해자... "진정인이 각색한 것"

하지만 A씨는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피해자가 주장하는 "남자와 스킨십 어디까지 했냐?"라는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고 항변했다. '미인계' 관련해서는 칭찬의 의미로 "미인계가 통했네요"라고 했다고 반박했다.

립스틱과 관련해서는 "진정인의 입술이 유독 빨개서 '주변과의 조화를 고려해서 립스틱 색깔을 고르는 게 좋지 않겠냐?'는 취지로 말한 적은 있다"라고 했으며, '누에그라' 관련해서는 "벌레 이야기 말고는 다 지어낸 이야기다. 직원들끼리 휴게실에서 그런 유사한 이야기를 한 것을, 밴드에 올려서 알게 된 걸 진정인이 각색한 것"이라면서 혐의를 부정했다.

A씨는 또 "송도에스이 이사회가 이 사건을 외부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참고인 진술로 '(피해자가) 미인계 발언을 들은 후 자기 자리에 돌아와 울었다고 하는 진술, 누에그라 발언을 들었다고 하는 진술 등이 허위임'을 밝혀, 피해자의 주장 모두가 허위임을 밝힌 바 있다"라고 덧붙였다.

인권워 "가해자 주장이 피해자 주장의 신빙성을 뒷받침"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진실과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국가인권위는 우선 "진정인이 작성한 업무일지에 기재된 내용은 그 피해내용의 묘사가 진정인이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면 묘사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당히 구체적이고 생생하다"라고 밝혔다.

그런 뒤 "특히 업무일지의 형상과 내용을 보면, 주말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작성한 것으로 볼 때 근무일에 발생한 주요사건 에 대해 기록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음이 인정된다. 진정인이 주장하는 각 성희롱 행위 발생일자의 업무일지 기재내용도 이러한 습관에 의해 기록된 것으로, 대강의 내용이 실제 일어난 일과 부합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국가인권위는 또 임원 A씨가 관련 혐의를 부정하면서 진술한, "함께 야근을 한 적이 있다" "칭찬하는 의미로 '미인계가 통했네요'라는 식의 발언을 한 적 있다" "OOO씨의 입술이 유독 빨개서 '주변에 조화를 고려해서 립스틱 색깔을 고르는 게 좋지 않겠냐?'라는 취지로 말한 적은 있다" "점심 먹으러 가는 길에 벌레가 보여 그 걸 집어다 버린 적은 있었지만 누에그라나 남편 이야기는 한 적은 없다"라고 진술한 것을 두고 오히려 "진정인 주장의 신빙성을 일부 뒷받침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A씨가 제출한 이사회의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참고인들은 (이 사건에 대해) 진술할 당시 피진정인(A씨)의 부하 직원으로서 근무하고 있었으므로, 객관적이고 중립적 태도로 진술했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라면서 이들의 진술에 기댄 피진정인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송도에스이는 대표이사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을 토대로 이사회를 열어 임원 A씨에 대한 주의 조치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송도에스이#포스코 사회적기업#성희롱#국가인권위원회#포스코 불법도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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