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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림청이 추진하는 수목장 철회를 주장하면 주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산림청이 추진하는 수목장 철회를 주장하면 주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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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장 인근 봉선지물버들권역 사업은 이미 수십억 원이 투자됐으며 금년도에 추가로 100억 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서천군은 봉선지 관광 개발을 위해 용역을 실시하고 있다. 이런 지역에 수목장을 설치하면 영구차와 관광버스가 뒤엉켜 드나드는 진풍경이 펼쳐질 것이다."

중부지방산림청이 서천군 마산면 소야리 일대 국유림 10ha에 수목장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마산면 수목장반대투쟁위원회(아래 투쟁위)'는 17일 오전 11시부터 중부지방산림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수목장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마음 편히 살고 싶다 마산 수목장 결사 반대한다', '수목장 꺼져라', '주민갈등 조작마라', '산림청은 물러가라', '주민 몰아내는 소야리 수목장 결사반대', '서천 군민이 호구냐 아무도 안하는 수목장 하지마라'

 산림청이 추진하는 수목장 철회를 주장하면 주민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산림청이 추진하는 수목장 철회를 주장하면 주민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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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겨울바람이 몰아치는 산골에 버스 4대에서 머리에 붉은 머리띠를 두르며 상복을 입은 굳은 표정의 주민들이 내렸다. 중부지방산림청 앞이 공터에 자리를 잡는다. 울긋불긋 붉은 페인트 손 글씨로 쓴 만장과 현수막을 주변에 걸고서 상여까지 내려놓는다. 

투쟁위 간사를 맡은 박대수씨는 "마산면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을 하면서 주변 10세대에 가구당 1천만 원 상당의 태양광 시설 지원을 해주겠다고 주민을 꼬드겨서 밀어붙이고 있다. 수목장 예정지는 조림목적으로 지난 6년간 7억 원의 혈세를 낭비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투쟁이 허종석 대표는 "이게 무슨 야단인지, 오늘로 고통을 끝내자"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수목장 때문에 하루 이틀도 아니고 고통의 나날이다. 다시는 수목장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오늘 이 자리에서 끝장을 내자"고 참석자를 독려했다.

 이명도 집행위원장이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명도 집행위원장이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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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도 집행위원장은 "산림청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런데 주민들도 모르게 사업을 추진한다. 우리가 반대한다고 하니까 이제야 (산림청 하늘숲추모원이 있는) 양평 견학을 요구하고 있다. 서천 군수도 수목장 반대 입장을 내놨다. 사업 포기하는 그 날까지 열심히 싸우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종운 마산면 노인회장은 "한두 번도 아니고 몇 번째인가, 사람이 찾아 왔으면 찾아와 고생한다고 인사라도 해야지 우리가 가는 곳마다 문을 닫고 지켜만 보고 손가락질만 한다. 저들은 민주주의를 모르는 자들이다. 면민 1만 6천 명 중 10명의 동의를 받았다고 밀어붙이는 민주주의를 말살시키는 농락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주민은 "대한민국에서도 청정지역인 이곳에 매일 같이 영구차를 보고 눈물을 본다면 우울증에 걸려서 더 큰 고통을 받을 것이다"고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허종석·최선락씨가 삭발에 나서고 있다. 지난 3년간 길러왔다는 20cm가량의 긴 머리를 잘라냈다.
 허종석·최선락씨가 삭발에 나서고 있다. 지난 3년간 길러왔다는 20cm가량의 긴 머리를 잘라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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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부터 부여국유립관리소와 산림청 등을 찾아 수차례 집회를 했던 주민들은 오늘로써 종지부를 찍자는 의미로 삭발식을 거행했다. 삭발에는 허종석·최선락씨가 동참했으며 "우리의 삭발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지난 3년간 길러왔다는 20cm가량의 긴 머리를 잘라냈다.

1시 20분경 최수천 중부지방산림청장과의 면담을 위해 가파른 언덕을 오르기 힘든 대표자들이 방송 차량을 타고 들어가려고 시도하면서 경찰이 막아서면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차량을 놓고 걸어서 들어가라는 경찰과 죄인도 아닌데 왜 걸어가야 하느냐며 주민과 경찰의 실랑이가 계속됐다.

"해산 명령하세요...막아, 막아"

 자진 해산을 요구하는 경고방송이 나오면서 방패를 든 의경들이 자리를 잡았다.
 자진 해산을 요구하는 경고방송이 나오면서 방패를 든 의경들이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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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시 20분경 면담을 위해 방송 차량타고 들어가려고 시도하면서 경찰이 막아서면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1시 20분경 면담을 위해 방송 차량타고 들어가려고 시도하면서 경찰이 막아서면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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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복순 공주경찰서장의 명령이 하달됐다. 마이크를 잡은 경비교통과장은 "집회 종결을 선언한다. 질서를 유지하지 않는다면... 자진 해산을 요구한다"는 경고 방송이 터져 나오면서 방패를 든 의경들이 자리를 잡았다. 사복경찰들의 긴박하게 움직이고 일촉즉발의 지경까지 치달았다. 

"청장을 만나기 전에는 한 발짝도 못 움직인다."

 최수천 중부지방산림청장이 없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문에서 50m가량 진입한 상태에서 주민들이 만장을 걸고 자리를 잡고 있다.
 최수천 중부지방산림청장이 없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문에서 50m가량 진입한 상태에서 주민들이 만장을 걸고 자리를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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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의 의지는 강경했다. 최수천 중부지방산림청장이 사무실을 비웠으며 담당 과장이 면담에 나선다는 소식을 들리면서 공터에 있던 주민들까지 합류하자 경찰은 봉고차를 이용하여 입구를 막았다. 정문에서 50m가량 진입한 상태에서 주민들이 만장을 걸고 자리를 잡으면서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소식을 듣고 서천군의회 김경제, 박노찬, 오영란 의원이 현장에 도착했다. 주민들이 물러설 기미가 없자 2시 30분경 외부에 나가 있던 중부지방산림청장이 주민 면담을 위해 돌아오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오후 3시가 되어서야 최수천 청장이 나타났다.

"면담하실 분은 사무실로 오세요."

 오후 3시경에 나타난 최수천 중부지방산림청장이 사과하고 있다.
 오후 3시경에 나타난 최수천 중부지방산림청장이 사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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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천 중부지방산림청장의 말 한마디에 주민들은 또다시 폭발했다. "7~80이 넘은 어른들을 기다리게 했으면 사과부터 해야지, 건방지게 오라니"라며 큰소리와 욕설이 터지면서 다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은 수목장 사업철회를 요구했다.

"우리가 나무들과 살다 보니 사람과의 관계가 적어서 그랬다. 어르신들을 오늘 이 자리까지 오게 한 것에 대해서 사과를 드린다. 그러나 수목장을 철회할 수 있는지 (산림청)에 건의를 하겠다. 25일까지 오늘 집회에서 건의된 사항에 대해 공문을 산림청에 보낼지 안 보낼지 답변을 드리겠다."

최수천 중부지방산림청장은 주민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 조림지 산업 시찰로 자리를 비웠었다. 소목장 도입을 민간이나 자치단체에서 하는데 산림청이 늦게 시작했다. 정책적으로 우리나라 산의 면적이 적은 상태에서 누더기 산처럼 분묘를 쓰면서 자연장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취지로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이곳저곳으로 밀려다녔다. 주민들 생업에 불편을 끼치는지 잘 모르겠다. 산림청의 입장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커다란 불편을 침해하는 일이 없다면 지금 상황에선 수목장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지역 여건상 철회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목장으로 땅값이 떨어진 사례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국유지가 있는 부분에 최소한의 면적을 이용해서 수목장을 추진하다 보니 주변 지역은 (수목장) 조성 후에 공원이 만들어진다. 산림청은 주민과 협의해서 조성 공사를 진행하자고 했으나 조성 과정에서도 운영 관리 부분에 어려움이 있다. 땅은 국유지로, 국민이 장례에 사용하길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수천 청장의 사과와 해명에도 주민들의 흥분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진정 기미가 없자 3시경 직원들과 경찰의 호위를 받으면 사무실로 들어갔다. 주민들은 노박래 서천군수와 청장의 담판을 요구하고 있다.


#수목장#산림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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