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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산업대량해고구조조정저지 울산지역대책위가 2월 13일 오후 2시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현대중공업 분사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조선산업대량해고구조조정저지 울산지역대책위가 2월 13일 오후 2시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현대중공업 분사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박석철

오는 27일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열리는 현대중공업의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울산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

이날 주주총회는 '회사 분할 계획서 승인의 건'을 다루는데, 현대중공업을 조선·해양,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 그린에너지, 서비스사업 등 6개 법인으로 분사하는 안을 승인하게 된다. 앞서 지난달 12일 증권거래소에서 현대중공업 사업분할 심사 승인이 난 상태라 이날 주주총회가 운명을 가를 전망이다.

회사 측은 "각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며 고용과 근로조건 100% 승계될 것"이라며 설득하고 있지만 노조와 지역노동시민사회, 야권은 물론 울산시의회까지 나서 분사를 반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분사가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은?

울산의 주력산업인 자동차, 석유화학, 조선 등 지역 대기업 중 유일하게 본사가 울산에 있는 곳이 현대중공업이다. 그만큼 현대중공업이 지역사회에 기여했고 시민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반증이다. 하지만 27일 분사를 결정하는 주주총회가 열리는 곳도 현대중공업 울산공장 윗쪽에 있는 한마음회관이다.

조선산업 위기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자 이를 막기 위해 2년전 지역의 시민사회 등으로 구성된 '조선산업대량해고구조조정저지 울산지역대책위'는 분사를 극구 반대한다. 현대중공업 회사 측이 "조선산업 위기 극복 과정의 일환"이라고 하는 설명과는 달리 '재벌 지배체제 강화와 편법 경영권 승계'라는 것.

대책위는 "현대중공업이 몇 년간 적자끝에 지난해 영업이익 1조6419억원을 기록했다"면서 "하지만 '유례없는 위기'라며 분사를 강행하는 회사 측으로 인해 피해가 고스란히 노동자와 지역 상공인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시민사회는 "분할되는 회사의 본사가 서울, 대구, 부산이라 수천 명이 분할을 통한 탈울산을 할 것"이라면서 "이번 결정은 울산 동구 뿐 아니라 지역전체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 분명하다"라고 우려했다.

22명의 시의원 중 20명이 새누리당 소속인 울산광역시의회도 지난 13일 '현대중공업 분할 사업장과 연구기능의 지역존치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동안 친기업 행보를 보여온 시의회가 이처럼 사실상 분할을 반대하는 결의안까지 채택한 것은 그만큼 현대중공업 분사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입증한다.

울산시의회는 결의안에서 '울산시민과의 상생방안 모색' '분사 사업장의 탈 울산 반대' '연구소 지역존치' 등을 촉구했다.

 홍철호 울산 동구의원이 14일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요구하며 지방 의원단 릴레이 단식을 시작했습니다?
홍철호 울산 동구의원이 14일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요구하며 지방 의원단 릴레이 단식을 시작했습니다? ⓒ 박석철

하지만 분사를 결정짓는 주주총회 날이 다가오면서 가장 급박한 쪽은 노조다. 앞서 지난 2년간의 구조조정이 하청노동자와 과장급 이상 간부 등 사무직에 국한됐다면 이번 분사는 현대중공업노조 조합원과 직접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노조는 금속노조와 함께 지난 15일 오후 4시간 부분파업과 결의대회, 동구 거리행진을 벌이며 분사 반대를 외쳤다. 금속노조는 결의대회에서 "1조 6천억 원의 흑자가 난 사업장에서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 1만 5천명 이상을 이미 공장에서 내보냈다"면서 "이것도 부족해 이제는 일방적으로 회사를 4개 분야로 나누어 운영한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본은 이것을 경영 정상화, 효율화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노조 약화와 3세 경영 체계 구축의 신호탄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는 현대중공업노조를 도와 2월 27일 주주총회 저지 투쟁, 3월까지 이어질 현대중공업의 총파업 엄호를 위한 투쟁을 벌일 것 등을 선언했다. 

진보정치단체인 울산민중의 꿈은 지난 14일 오전 11시 30분 울산시청 정문 앞에서 현대중공업구조조정 분할계획 철회와 김기현 시장이 현대중공업 분할 중단에 책임있게 나설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후 릴레이 단식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15일 사내 소식지를 통해 "사업분리는 모든 회사가 다 같이 사는 길이며, 각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면서 "사업분리 시 고용 및 근로조건도 100% 승계될 것이다. 더 이상 사업 분리를 정치권으로 끌고 가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천기옥 시의원 "왕회장 있었으면 구조조정이란 단어 자체 없앴을 것"

울산 동구 토박이인 천기옥 울산시의원은 과거 정몽준 전 국회의원이 동구에서 의원활동을 할 때 여성참모겸 오른팔 역할을 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천 의원도 지금 현대중공업 분사를 반대하며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천 의원은 15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세계 최고 조선소가 있고 최고부자도시로서 번창했던 동구가 지금은 눈물짓는 동구로 변해 가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분사와 구조조정에 앞서 슬기를 모야야 할 때"라고 말했다.

천 의원은 지역언론 기고문에서 "요즘 동구는 오래 전, 파업으로 최루탄 자욱하던 그런 거리의 모습이 아니다. 거리에는 '분사와 구조조정 반대'라는 현수막이 걸렸다"면서 "이는 노조의 현수막이 아니라 동구 주민들의 애타는 목소리다. 그만큼 동구는 절실하며 동구는 울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예전에 현대중공업 주부대학 일을 할 때 왕회장님(고 정주영 회장)이 동구에 오신다 하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왕회장님을 멀리서나마 바라볼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을 느꼈다"면서 "그는 인자하게 우리의 손을 잡아 주셨고 늘 희망과 가능성을 안겨 주셨다"고 상기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 동구는 세계 최고의 조선소가 구조조정으로 노동자들이 떠나면서 빈집이 늘어나고 경기는 바닥이다. 이 어려운 시기에 과연 왕회장님이 계시면 우리에게 무어라고 말할까"라고 물었다.

이에 대한 답으로 "위기에 겁먹지 말고 현실을 회피하지 말고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지 말고 정면으로 맞닥뜨려 이겨내라고 우리에게 말하지 않을까"라면서 "노동자들을 떠나게 하는 희망퇴직, 구조조정이란 단어 자체를 없애라고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그러면서 천기옥 의원은 "회사는 27일로 예정된 주주총회를 연기해서라도 노조와 협상을 집중적으로 벌여야 한다. 탈울산을 재고하라"면서 "아무리 노조가 미워도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분사와 구조조정을 계속하면 동구의 눈물은 끝나지 않는다"고 촉구했다.

또한 "노조도 투쟁을 멈추고 협력하고 양보하여 내일의 희망을 함께 만들자"면서 "대선국면에서 조선업 부활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마련하라고 후보들에게 정치적 해결책을 요구하고 정부는 동구경제를 살리기 위한 지원대책을 마련하라고 정책적인 요구를 한목소리로 내어보자"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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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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